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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226) 형주에 이는 분란(紛亂)
동오에서 조운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관우와 장비가 급히 공명을 찾아왔다.
관우가 공명에게 묻는다.
"군사, 자룡이 돌아왔다면서요?"
"그렇소."
공명은 쓰던 붓을 멈추고 대답한다.
"어딧소?"
장비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묻는다.
그러자 공명은 장비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한다.
"밖에요."
그 순간 자룡이 들어오는데, 그의 양 팔에는 한명씩의 병사가 부축하고 있었다.
"어엇, 자룡?"
장비와 관우는 깜짝 놀라며 자룡에게 다가갔다.
"비켜!"
장비와 관우는 자룡을 부축한 병사를 떼어내고 자룡을 부축해 공명을 마주보았다.
"군사, 어찌된 일이오?"
관우가 공명에게 의문의 감정을 실어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쓰던 글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자룡이 동오에 계시는 주공을 버리고 돌아왔기에 군법대로 곤장을 쳤소."
"자룡? 다치진 않았나?"
장비가 공명의 대답을 듣자마자, 자룡에게 물었다.
그러자,
"괜찮소."
하고, 짧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장비는 유비의 소식이 몹시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자룡, 형님께선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물으니, 조자룡은 공명과 한번 눈을 마주친 뒤 이렇게 대답한다.
"주공께선 향락에 빠져, 주색만 탐하고 계시오. 몇 말씀 드렸다가 그 일로 쫒겨난 것이오."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뭐? 그럴리가? 형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
장비가 목소리를 높여, 유비가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극구 부인하자, 관우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뻔한 것이 아니냐! 동오에서 미인계를 써서, 형님을 묶어둔 게지. 이러다간 변고가 생길거야."
"어, 어!"
장비가 관우의 말을 듣고, 실망과 한탄이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장비의 황망한 표정을 본, 관우는 공명을 향하여 부탁조가 아닌 명령조의 말을 내뱉었다.
"군사, 하명하시오! 형님을 구하러가야겠소."
장비가 이어서 공명이 들으란 소리로,
"형님 말씀이 맞소! 군사! 당장 하명하시오. 내가 선봉에 설 것이오. 당장 군영으로 가서 군마를 소집하겠소!"
장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돌아선다.
그순간,
"잠깐!"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비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이어서,
"강동군은 십만이 넘소, 우리 병력으로는 형주를 지키기에도 시급한 실정이오. 그런데 어찌 출병을 한단 말이오? 더구나 북쪽에 조조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소."
하고, 현실을 직시한 말을 쏟아냈다.
그러자 관우가 즉각 공명의 말에 토를 달았다.
"용병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소, 명 만 내리면 내가 당장 동오를 기습해 형님을 구해 올 것이오."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즉각 반박한다.
"강동은 손씨 삼대(三代)가 지배해 파수꾼이 도처에 깔려있는데, 무슨 수로 주공을 구해온 단 말이오? 설사, 주공을 구하려고 기습공격을 한다고 해도, 이미 동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주공의 신변만 위태롭게 할 뿐이오."
"아유! ~..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형님이 저렇게 갇혀 있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거요?"
장비가 팔을 휘저어가며, 공명을 향하여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자 관우가 공명을 힐끗 돌아보고, 장비와 자룡을 향해 입을 연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누군가 흑심(黑心)을 품어서 그런 것 같군!"
관우는 공명을 대놓고 비난했다.
그러자 장비는 희번떡한 눈을 뜨고, 공명을 노려보았다.
관우의 말에 공명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그자리에 주저 않으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하!...."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자룡이 관우와 장비를 향하여 손을 들어 말한다.
"그리 생각 마시오, 지금은 주공께서도 위험하지만, 형주는 더 위험하오. 내가 오는 중에 파릉쪽으로 동오군이 이동하는 것을 보았소이다. 언제든 형주로 쳐들어 올 준비를 하고 있단 말이오. 주공께서 동오로 가시면서 군사와 두 분 장군께 형주를 맡겼으니, 모두 힘을 합쳐야만 합니다."
조자룡의 이같은 말은 관우와 장비가 더 이상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할 수 없으리 만큼 통찰하였다.
그리하여 관우와 장비가 할 말을 잃고 있는데, 자룡이 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어, 엇!"
더 이상 공명애게 할 말을 잃은 관우와 장비는 각각 소리를 지르며, 곤장을 맞아 불편한 몸으로 뒤돌아서 나가는 자룡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각각, 염려의 말을 뱉어내며 그를 붙잡았다.
"자룡!"
"자룡! 어디를 가려는가?"
장비가 자룡을 부축하며 물었다. 그러자 조자룡은,
"군사의 처벌은 옳았소, 곤장을 맞으니 정신이 드는 것 같소. 주공 보호가 나의 책무이니, 주공곁을 지켜야지요. 이 길로 동오로 가봐야겠소."
조자룡은 이렇게 말한 뒤에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자룡!"
"자룡?"
하고, 외쳐대는 관우와 장비의 염려를 뒤로하고,
...
관우와 장비의 "형님을 구하러 가자 "는 주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하루는 대낮부터 술에 취한 장비가 공명을 찾아와 이런 행패를 부린 일도 있었다.
그때는 공명이 마속과 함께 형주 군사의 군량과 백성들을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장비가 중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그는 대청에 올라 대뜸 공명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었다.
"군사! 형님을 구할꺼요, 말꺼요? 똑바로 애기하쇼. 우리 형님께서 죽기만 바라는거지?"
"장 장군, 취하셨습니다."
마속이 장비를 말려본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말려질 장비가 아니었다.
공명은 장비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 대꾸하지 아니하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장비는 코웃음을 치며 외치듯,
"흥! 안 취했다. 길거리 나가서 좀 들어봐라. 백성들이 뭐라고 하나, 군사가 동오에 있는 제갈근이라는 형하고 작당을 했다고 말야!"
하고, 장비가 마속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장 장군, 그런 헛소문을 어찌 믿으시는 겁니까?"
마속이 나서서 장비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헛소문? ..그게 헛소문이면 당장 군사를 일으켜 형님을 구하러 가면 될 게 아닌가? 분명 이 자리가 탐나서 그런거야! 에잇!"
장비는 노기를 이기지 못하고 공명의 책상을 그대로 들어 엎었다.
"와장창!"
공명은 대꾸없이 앉은 채,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비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공명이 놀란 눈으로 장비를 바라보자, 마속이 휘하 병사를 부른다.
"장 장군이 취하셨다. 어서 모시고 가 쉬게 해드려라!"
"옛!"
병사들이 즉각 달려왔다.
그러나 장비가 달려드는 병사들을 돌아보며,
"헹! 비켜라!"
하고, 소리를 치니, 달려들던 병사들이 멈칫해 버린다.
장비가 공명을 향해 돌아서며 외친다.
"제갈양! 똑똑히 들어라, 우리 형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헹! 비켜!"
장비는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고 병사들을 제치며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장비가 나가버리자 마속이 공명을 향하여 입을연다.
"선생, 그냥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술이 과해서 그러니 못들은 셈 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장비가 엎어버린 책상을 바로 세우고 흐트러진 서류와 지필묵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였다.
침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속에게 소리친다.
"줍긴 뭘 줍는가! 내일이면 또 다시와서 엎어버릴 것을!"
마속이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명을 향해 의외라는 듯이 말한다.
"선생, 선생께서 이렇게 화 내시는 것을 처음봅니다. 선생답지 않습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하!...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네."
공명이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과거, 융중에서 밭을 갈며 지낼 때에는 고결한 선비라고 할 수있었는데, 세상에 뛰어든 오늘날은 매일 저 백정놈에게 당하고 있질 않은가! 하!..."
하고, 장비가 사라진 문을 향하여 한탄조의 말을 내뱉었다.
"선생이 어떤 분인지 제가 압니다. 허나, 관장군과 장장군은 선생을 정확히 모릅니다. 두 장군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천하무쌍의 열혈 무장입니다. 그러니 두 장군에게는 오로지 주공 뿐입니다. 거친 사람들입니다. 선생께서 어찌 저런 사람들과 기싸움을 하십니까? "
"저들 때문이 아니라, 모두 내 자신 때문이네."
"선생,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한신도 가랑이 밑을 기어갔다고요..선생께서는 한실 부흥의 꿈이 있습니다. 한신도 참았으니, 선생께서도 참으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한 마속은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공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연다.
"한실 부흥?... 그래, 그에 비하자면 이 정도 굴욕이 뭘 그리 대단하다고..."
공명은 비로서 안정을 되찾고 흩트러진 책상위의 서류와 지필묵을 손수 치우기 시작하였다.
이에, 마속도 다가와 공명과 함께 힘을 합쳤다.
...
한편, 조자룡이 동오로 돌아온 사실은 여몽에 의해 즉각 주유에게 보고되었다.
"대도독, 조운이 형주로 돌아간 뒤, 제갈양으로 부터 벌을 받아, 결국 곤장 삼십 대를 맞고 말 등에 엎드린 채 건강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음!... 조자룡은 과연 당대의 명장이고, 충용을 겸비했어,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정도로 맞았다면, 다시는 돌아오려고 하지 않았겠지."
주유는 한편으로 조자룡의 충심을 부러워 하면서 말을 하였다.
"아깝군요, 그런 장수가 하필, 유비를 죽자사자 따르니 말입니다."
여몽은 조자룡의 충용이 유비에 있음을 부럼반 시샘반으로 대꾸하였다.
주유가 여몽을 향해 돌아서며 말한다.
"조운이 형주에 갔다 왔으니, 형주에서는 유비가 건강에서 어찌 지내는지 알게됬겠지, 형주쪽의 동정은 어떤가?"
"밀정이 보내 온 정보로는, 관우와 장비 둘 과, 제갈양이 다툼을 벌였고, 두 사람이 출병을 하려하자, 제갈양이 막았답니다. 아마, 형주의 병권은 제갈양의 손에 넘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우와 장비는 불복해서 군무(軍務)를 등지고 술판만 벌이고 있고, 제갈양은 황충, 위연 같은 장수들과 병사들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 그렇다면 은밀히 형주로 사람을 보내, 제갈양이 나와 밀약(密約)을 하고, 형주를 집어삼킬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소문을 내도록하게. 그래서 놈들끼리 물어띁고 싸우는 꼴을 우린 앉아서 구경하도록하지."
여몽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
한편, 공명의 두 번째 금낭 속에 쓰여 있는 비책을 실행에 옮겨, 형주를 다녀온 조운은 은밀히 유비를 찾아가, 자신이 주군에게 결례를 범하여 그의 노여움을 유도하여 형주로 쫒겨가도록 한 것도 알고보면 공명의 계략이었음을 실토하였다.
그러자 유비 또한, 자신의 호랑방탕 했던 그간의 일상도 주유의 계략에 말려든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었노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룡, 곤장 맞은 것은 좀 어떤가?"
하고, 염려를 담아 물었다.
그러자 자룡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치는 시늉만 한 것이라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하면서 품 속에서 밀지를 꺼내 내민다.
"군사가 보낸 서신입니다."
유비는 편지를 읽어보고 말한다.
"역시 군사는 대단해, 우리가 형주에 입성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군량을 비롯해 병사들을 이렇게 많이 준비하고 있다니.."
"군량 뿐만 아니라 병력도 오만이나 늘었습니다."
"오만?"
"네."
"그렇게나? .."
"군사가 마속에게 사방을 돌게하면서 숨은 인재를 모아 들이게 했습니다, 형주의 옛 신하들까지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형주일대의 유지들이라 그들을 믿고 따르는 백성들도 많아, 호응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여든 병사들도 훈련과 작전에 잘 적응하고 있고요."
"좋아! 그간 우리 군은 남방작전에 경험이 적어, 조조와 맞서도 이점이 없고, 더구나 남방작전에 익숙한 주유군과 맞서면 더욱 어려웠는데, 형주 일대에 경험이 많은 병사들이 새로 합류하게 되었다니, 듣던 중 정말 반가운 말이구먼."
"헌데, 주공! ..."
"헌데, 뭔가?"
"운장과 익덕이 군사의 고충을 모르고, 매일같이 주공을 구해 온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
"음!... 성질머리 하고는!...내가 그토록 부탁을 하고 떠나왔건만..."
"군사가 그러더군요. 두 사람이 난리치게 두라고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래야만 주유가 나태해질 거랍니다."
"음!... 공명만 난처하게 되었군."
유비가 걱정을 하는 와중에 조운이 화제를 돌린다.
"주공, 형주에는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군사는 뭐라 하던가?"
"주공께서 결정을 하시되, 돌아오실 때에는 조조의 대군이 쳐들어와, 형주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는 헛소문을 내겠답니다. 그럼, 돌아갈 구실이 생기는 것이지요."
"좋아! 해가 바뀌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도록하세. "
"그 결정만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조운이 기쁜 얼굴을 하며 대답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갈 때는 수로로 갑니까, 아니면 육로로 갑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이렇게 대답한다.
"일단, 수로위에는 미끼를 던져, 주유의 관심을 끌게 한 뒤, 수로를 피해 가야지. 주유가 수군을 장악하고 있고, 수군 장수중에도 심복이 많아. 우리가 수로로 가면 전력으로 추격해 올 것이니 추격을 벗어나기는 힘들 거야. 육로라면 다르지, 연도에 있는 진무,장흠, 반장, 주태등 장수들은 친손권파이니, 우리에게 실수가 있더라도 기회는 있을 것이야. "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러면 동오를 벗어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형주의 군사에게 알리겠습니다."
조운은 유비의 대답을 듣자, 이를 실행할 구체안을 수립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데 조운의 기쁜 대답과 달리, 유비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
의문을 모르는 조운도 따라 일어서며 자신의 주군의 의아한 행동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공, 어찌 그러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