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동설한의 뒤끝 작렬한 날씨를 등에 업고 서울을 다녀왔다.
그동안 살면서 맺었던 수없이 많은 인연들을 해가 갈수록 정리하고
3년전에 터어키 여행을 하면서 여행하는 내내 더불어 즐거웟던
그래서 나머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도 무방할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인연의 다발을 만들었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안성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나니 이런 저런 연유로 묵은 인연 정리가 되고
또 공간 이동에 따른 인연들도 만나게 되었으며 오래도록 함께 할 사람들도 있긴 하였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 중에 코드가 맞는 사람들은 또 거부할 이유가 없는지라 인연 꾸러미로 접수하였다는 말이다.
암튼 그렇게 인연이 되어 어제 만난 3년 지기 인연들은
역시 스스로 좋아하는 여행과 그 여행을 하기 위해 평상시에 열일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라
그들을 만나면 아무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될만큼 재미나고 그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니까 서로 좋아하는 취미가 맞는다는 것은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그리하여 인연이 되어버리는 사람이 되면
역시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고 기꺼이 즐거울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여하튼 그렇게 만나진 사람들과 두달에 한번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더러는 핑계김에 번개팅을 하기도 한다.
헌데 웃기는 것은 각자 여행매니아들이다 보니 두달에 한번 만나더라도 꼭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없거나
곧 떠날 준비는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열명의 모임이어도 말이다.
적게는 일년에 너댓 번 많으면 아홉번을 다년 온 사람끼리...아니다 그중에 한명은 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남의 나라를 헤집고 뒤져가며 완전 매니아 여행가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수두룩 하고 배낭 여행이던 패키지 여행이던지 간에
서로 듣고 들려줄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아서 한번씩 그녀들을 만나고 오면 그녀들이 다녀온 나라에 함께 푹 빠져
혹시 그 지역을 다녀오지 못했던 사람은 다음 번에는 내가 가야지 뭐 그러면서 희희낙락하며 다음 여행지 스케줄을 짜기도 한다.
그런데 그 낄낄거리고 깔깔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이고 좋아보여
역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돈주고도 못살 별별 경험을 가중시키기에 딱 알맞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쳐버린 사람들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물론
어느새 세월의 뒤안길을 두려움 없이 지나가고자 애쓰는 와중에 서로가 힘이 되어 여행을 하는 재미를 나누는 것이지만
한때는 호기롭고 앞만 보고 달려간 커리어우먼 이었거나 조신한 현모양처 였거나 맞벌이 부부로 개인사업을 하였거나
별별 다양한 직업이나 일을 하였던 터라 지나간 세월 끝에 주어진 지금의 시간들을 즐기고 있는 것도 맞긴 하다.
한때 열풍이엇던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는 구호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한 만큼의 대가를 지금들 누리는 것이니 누가 말릴 소냐.
그나마 다리에 힘있고 건강이 허락하니 여행을 하는 것이고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금상첨화 일테고...
그렇게 여행 이야기가 물이 오르다가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로 초점이 바뀌는 순간 누가 그랬다.
"난 말이지, 미워할 며느리라도 있으면 좋겠다"
와하하하 다들 꺽꺽대고 웃었지만 웃픈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지라 갑자기 시무룩....그러고보니
어제 참석한 그녀들의 자식들이 그야말로 다들 남들보다 월등 뛰어난 다양한 구비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초절정의 나이 든 싱글들이렸다?
그중에 두어명이 위로를 하느라 그저 며느리와 사위는 멀리 있는 게 좋아요 라며
그동안 벌어진 요즘 세태에 대해 한 마디 하자 그래도 며느리, 사위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결연의 의지를 보내나니
경험치가 가득한 시어미니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이 풀리며 억양은 고공행진을 한다.
어쨋거나 자식들을 결혼을 시켰거나 못 시겼거나 자식들 스스로 안가거나 못가거나...참으로 근심덩어리들이요
신나게 여행 이야기 하다가 돌연 분위기 다운이 되더니만 맞벌이 부부로 살아내는 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정엄마는 또
결혼해 사는 아이들도 날마다 전쟁을 치룬다며 한숨이다.
말하자면 결혼을 시켰다고 해서 끝나는 일은 절대 없으며 그들이 자립하기까지 얼마나 발을 동동거리며 살아야 하고
그들의 자식이라도 생기면 그 자식들을 맡길 곳이 없어 늙은 엄마는 또 손주를 거둬야 하는 현실에 대해
적나라 하게 이야기를 하니 다들 한숨만 푹푹....그러고 보니 아직 결혼을 시키지 않은 엄마들은 현실감을 잃었던 것이요
자식을 결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장벽은 너무 높아 고되기는 또 마찬가지라...세상사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뭐 그런 말들로 설왕설래 하다 돌아오는 길....그래도 그녀들을 만나면 일단 푸근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서 좋기는 했다.
그리고 서로 견재하거나 척 할 필요가 없어서도 더더욱 좋았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어제 뉴스에서 쥔장이 좋아하는 작가 "유시민의 청와대 청원서"에 귀와 눈이 쏠렸다가 옳거니 정답일세.
그리하여 잊지 않고 그의 글을 옮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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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최근에는 부업 삼아 방송 일도 조금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 양육을 거의 다 마쳤습니다. 막내가 새해 고3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저희 부부가 큰아이를 백일 무렵부터 앞집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다녔던 때를,
둘째를 역시 백일 때부터 아파트 단지 안의 가정보육시설에 맡겼던 때를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입니다.
자녀 보육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저
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언론보도를 보니 2017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1.08)를 기록하면서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에 미달했던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또 10만 명이 감소한 겁니다.
금년 출생아 수는 36만여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초등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학생 수 감소는 곧 초등학교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 쇼크가 처음 덮쳤던 2002년도 초등학생 수는 약 414만 명이었는데, 2017년은 267만 명을 조금 넘습니다. 1
5년 동안 150만 명 가깝게 줄어든 것이지요.
초등교원 수는 같은 기간 약 147,500 명에서 187,40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빈 교실은 특별활동 공간이 되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도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초등학생 수도 그에 따라 계속 감소할 것이며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데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듭니다.
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합니다. 젊은 부모들이 사는 모든 동네에 다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출입구와 동선을 잘 조정하기만 하면 초등학생들 교육에 특별한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늘어나면 보육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는 효과가 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 더러 있습니다.
종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정부 안팎에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교육과 보육을 모두 하나의 정부부처가 관장했다면 이미 실현되어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은 교육부가,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관할한 탓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부처가 하든 여러 부처가 하든 원하는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청와대와 총리실이 강력한 조정 통합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관련 부처끼리 협의하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아낼 겁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압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참모들도 많이 압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이었지만 중앙정부의 행정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니,
그보다는 공개 청원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부처가 합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은 한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진척이 더디기 마련이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해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이지요.
저는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소망을 실현해 주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실현해 주든 그렇지 못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들의 소망과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감사드립니다.
2017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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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설왕설래 할 것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서로의 이익에 맞물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는고로 말이다.
또한 밥그릇 싸움에 그런 미덕을 발휘할 사람들은 더더욱 없기에.
하지만 전체 국민들을 생각하면 선택의 자유는 있어야 하면 각자 여건이 되는대로 선택하게 될 보육 교육은
각자의 몫인고로 자유 의사에 의해 필요한 부분을 선택 가능할 일 이겠다.
그러므로 사립, 공립 등등 혹은 유치원, 어립이 집 등등 이미 존재하는 단체들의 원성이 있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유시민 작가의 말과 글에 동감을 한다.
오늘도
추위가 강렬하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강렬하게 살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