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가보훈처 장관님

[붉은나비]

<이글은 6.25전몰군경유자녀 미 수당 lee2000(hkc0****)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탄 원 서

존경하는 국가보훈처 장관님,

저는 국가를 상대로  2017. 9. 6. 광주지방법원에 사건번호 2017가단 522872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신규승계유자녀’ 이진세 입니다.

625 전사자의 유자녀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저희들은 성장과정에서 가난 때문에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고 1970~80년대의 부(富)의 형성과정에서도 많은 불이익을 받아 왔으며, 가난을 대물림하며 수치감과 열등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를 포함해 원고 전원의 공통점은 아버님이 625 때 전사하시고 어머님이 1998년 1월 이후에 돌아가셔서, 2001. 7.부터 2016. 6.까지 15년간 국가로부터 유자녀수당을 받지 못한 이른바 ‘신규승계유자녀’들입니다.

1. 2001년 유자녀수당을 신설하는 법령 개정

1960~80년대에는 국가 경제력이 약했기 때문에 유공자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 매우 미흡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경제력이 나아진 2001년 7월,  625전몰군경유자녀들에게 수당제도가 신설되어 모친 사망 시점이 1998.1.1.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사망한 분의 자녀는 수당을 주고, 그 이후에 사망한 분의 자녀는 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조항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자녀수당의 지급 여부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법령이었습니다.

2. 2015. 12. 차별조항을 폐지하는 법령 개정

따라서 2001년 이후 15년 동안 꾸준히 차별조항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위헌심판청구를 하기도 했고, 국회를 찾아가 호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015.12. 차별조항을 폐지하는 법령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당시 국가유공자법의 개정 이유를 살펴보아도, 종전 법조항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행정부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따라 개정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법제처에서 제공한 개정사유 참조)

   

3. 역차별이 누적되다

2001년 7월부터 ‘승계유자녀’들은 매월 수당을 받은 반면 ‘신규승계유자녀’들은 2016. 6.까지는 1원도 받지 못했고 2016. 7.부터 처음으로 받기 시작했는데 그 액수도 ‘승계유자녀’의 10% 정도입니다.

그 결과 현재 저의 경우 2017. 6.까지 수당 누계 총액이 87,612,000원을 받은 반면에 ‘승계유자녀’는 141,520,000원으로 역차별 금액이 73,007,800원입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격차는 더욱 늘어만 갈 것입니다.

(소장 16쪽의 표 “97년이전승계인과 98년이후승계인의 보상금 내역 비교” 참조)

연 도	97년이전승계인	이진세
모친 수령 평균 보상금액	25,000,000원	67,120,000원
2001. 7 ~ 2016. 6.	104,676,000원
2016. 7. ~ 2016. 12.	5,820,000원	684,000원
2017. 1. ~ 2017. 6.	6,024,000원	708,000원
보상금 총계	141,520,000원	68,512,000원

4. 대통령령의 개정으로 차별대우 지속됨

국가유공자법 개정 후 동법시행령은 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신규승계유자녀’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수당의 차별 지급을 2년간 시행했고, 2018년은 3년차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018년의 경우 승계유자녀의 월 수당액은 전년비 50,000원이 증가한 1,054,000원을, 신규승계유자녀는 6,000원이 증가한 124,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자녀수당의 차별 지급액도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승계유자녀‘의 10% 정도의 금액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이제 원고인 저희 유자녀들은  위헌 요소가 있는 현행 대통령령이 '신규승계유자녀'의 차별을 계속 하는 한, 더 이상 기댈 곳도 없기에 사회 정의 실현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찾을 수밖에 없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5. 국가보훈처에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국가보훈처 장관님.

저희들은 승계유자녀와의 차별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이라면 받아 들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귀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로부터 보훈 혜택을 '승계유자녀'들보다 더 받았기 때문에,  소액의 수당을 받는 것을 인내하라는 억지 주장은 위의 3항에서 무너졌을 뿐 아니라 역차별을 받기 때문에 받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의 호소가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은 국가유공자법시행령에 ‘승계유자녀’와 ‘신규승계유자녀’의 구별을 없애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당지급체계를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국가예산이 허락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보훈처의 설명은 국가유공자법의 개정 취지를 위반하는 국가의 직무유기일 뿐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가 지도자의 말이 국가예산 편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면, 저희들 아버지의 죽음은 ‘개죽음’이 아닌 ‘보배로운 죽음’이 될 것입니다. 

저희들은 아직도 법의 공평한 집행이 이루어져 사회 정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을 믿습니다. 이제 저희 아버지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모든 것은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저희들의 애국심이 꺾이지 않도록,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노년을 자랑스럽게 살아 갈수 있도록 국가유공자법시행형을 개정해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말을 줄이고자 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