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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숲길
걸음을 겹쌓아 걷고 또 걷다보면
어둠을 펴바른 산과 들이 잠들고
둑 터진 산북천 물길 달빛 잠겨 살 채우네
마음을 쉬려하니 전등 빛도 뜨겁고
바람을 부르니 좀 더 견뎌 보라기에
강 숲길 젖어 걸으며 하늘 노래 듣는다.
2023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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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요즘 전등빛도 뜨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염과 불화(不和)하고 있다. 더위와 추위를 잘 견딘다 생각했는데, 땀 흘리는 게 여간한 노동이 아님을 깨닫는다.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은 요란하기까지 한 걸 보니 여간한 더위가 아님은 분명하다. 저 열대와 아열대 지대에 사는 동포들은 얼마나 힘들게 견뎌내고 있을까, 이 정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인지.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추스러 저녁 산책을 나선다. 가만히 있으면 더 늘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장마에 둑 일부가 무너져내리고 보강하기 위해 애를 써서 다행스럽게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기엔 충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쉬지않고 걷는다. 다친 다리가 땅으로 빨려들어가지만, 이 경계만 이겨내면 건강과 시원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에 나선 걸음이다. 땀이 별로 나지 않는 체질이지만, 온 몸에 끈적일 정도로 땀이 흐른다. 어쩌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몸에 닿는 느낌이 정말 좋다. 해가 많이 짧아져서인지 금새 사위가 어두워지지만, 노을은 언제나 황홀한 마음을 챙기게 한다. 강 숲길을 걸으니 하늘 노래가 들리는데, 새들의 비행이다. 내 걸음에 맞춰 안단테로 나는 듯 하다. 이제 곧 가을일게다. 참 더운 데 시원하다. 맛있는 걸음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