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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기백산 정상 직전 전망대에서
엷어지는 안개
해는 달처럼 히고
조각조각이
파란 하늘 트이고
다투어 머리를 들고
봉이 솟아 나온다
――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 ‘月出山’ 5수 중 제3수
▶ 산행일시 : 2022년 12월 10일(토), 흐림, 오후에는 눈발 날림
▶ 산행인원 : 4명(악수, 우연히 만난 킬문, 더산, 사니조은)
▶ 산행코스 : (장수사) 일주문 주차장,용추사,기백산 전망대,기백산,누룩덤(책바위), 임도가 지나는 안부,
1,335m봉(금원산 동봉),금원산,965m봉,연화봉(서문가바위),현성산,도로,미폭,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 산행시간 : 6시간 52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5km
▶ 교 통 편 : 신사산악회(40명)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3 - 신사역 5번 출구, 버스 출발
07 : 25 - 죽전정류장( ~ 07 : 33)
09 : 09 - 금산인삼랜드휴게소( ~ 09 : 30)
10 : 41 - 장수사 일주문(德裕山長水寺曺溪門), 주차장, 산행시작
10 : 50 - ┣자 삼거리, 직진은 용추사, 오른쪽이 기백산(4.0km)으로 감
10 : 57 - 용추사(龍湫寺)
11 : 06 - ┣자 삼거리로 뒤돌아옴
11 : 45 - 능선, 이정표(기백산 정상 1.3km)
12 : 25 - 기백산 전망대
12 : 34 - 기백산(箕白山, △1,330.8m)
13 : 44 - 안부, 임도, 정자, 점심( ~ 14 : 07)
14 : 45 - 금원산(金猿山, 1,352.5m)
15 : 30 - 1,057.0m봉
16 : 15 - 965m봉, ┣자 갈림길, 직진은 수승대(6.5m), 오른쪽은 현성산(1.0km)
16 : 26 - 연화봉(966.9m)
16 : 48 - 현성산(玄城山, 958.7m)
17 : 31 - 도로, 미폭(米瀑)
17 : 33 -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산행종료
18 : 08 - 서울 향발
19 : 35 - 금산인삼랜드휴게소( ~ 19 : 50)
21 : 44 - 신사역
2.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 등산지도(김형수, 『韓國400山行記』)
주1) 위 지도의 기백산 동쪽 능선 ‘조두산’은 ‘烏頭峰’(오두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오기다.
주2) ‘서문가바위’의 위치로 종종 위 지도의 ‘연화봉’을 지칭하는데, 위 지도의 ‘서문가바위’ 표시가 맞다고 본다.
『韓國400山行記』에 위 지도를 올린 김형수는 서문가바위굴에 들어가 누워보았다고 한다.
▶ 기백산(箕白山, △1,330.8m)
함양 가는 길. 안개 낀 고속도로다. 안개가 자욱하다. 불과 몇 미터 앞만 트인다. 차량들은 비상등을 켜고 달린다.
차창 밖이 캄캄하여 볼 것이 없으니 잔다. 육십령터널을 지나고부터 안개는 걷혔는데 하늘이 남북 중앙을 중심하
여 두 쪽으로 갈라졌다. 한 쪽은 하늘이 개였고, 다른 한 쪽은 두꺼운 구름이 가렸다. 순창 강천산을 무박으로 간
오지산행에서 카톡에 올린 사진 중 묘하다고 생각한 그곳 하늘이 바로 여기 하늘이기도 하다.
오늘 산행은 오랜만에 반가운 악우를 만난다. 이런 우연도 다 있다. 신사역에서 버스를 타고 보니 마치 사전에 약
속이나 한 것처럼 바로 앞좌석에 사니조은 님과 더산 님이 앉고, 그 뒤로 킬문 님과 내가 앉는다. 일행 모두 취침
중이고 마스크를 써야 할뿐더러 대화를 삼가야 하는 버스 안이라서, 비록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함께
나란히 앉아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
우리가 오늘 가는 기백산 들머리는 장수사 터 주차장이다. 넓다. 장수사는 일주문만 남았다. 일주문 현판이 ‘德裕
山長水寺曺溪門’이다. 아마 이곳 산들의 맹주가 덕유산이어서 일 것이라 짐작한다. 왼쪽의 황석산 산줄기와 오른
쪽의 기백산 산줄기는 큰목재에서 만나 월봉산 넘고 남령 지나 남덕유산으로 간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曺溪門’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종을 통틀어 이르는 조계종을 통하는 문으로 이해할 법한데 조계종(曹溪
宗)의 ‘조’자는 ‘曺’가 아니라 ‘曹’이다.
우리의 산행경력 38년인 백두대간을 울트라를 포함하여 수차례 했고 9개 정맥은 물론 우리나라 모든 산줄기를
섭렵한 Opro 수석알엠 진행대장님은 여기 오는 버스 안에서 산행진행을 기백산부터가 아닌 현성산에서 시작하
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현성산 날머리는 음식점이 전혀 없고 기백산을 날머리로 할 경우에
는 음식점이 여러 곳 있다는 점과 자기는 이 구간을 4시간 30분에 주파하였다며 통상 선두와 후미 간의 차이가 길
게는 1시간 30분 정도 벌어지는데 선두가 산행을 마치고 나서 시간 보내기가 퍽 무료할 거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일행 다수는 당초 계획대로 기백산부터 산행을 시작하고자 했다. 결과론이겠지만 이 진행이 나았다. 아무
래도 조망은 기백산과 금원산이 현성산보다 더 좋을 것이고(오후에는 눈발이 날리고 사방 조망이 가렸다), 걸린
산행시간만 해도 그렇다. 신사산악회가 카페에 공지한 시간 6시간에 우리의 산행경력 38년인 백두대간을 울트라
를 포함하여 수차례나 한 Opro 수석알엠 진행대장님이 1시간을 더 준 7시간도 빠듯했다. 산행 마치고 나서 음식
을 먹을 틈이 없다. 산행하다 말고 도중에 하산한다면 몰라도.
장수사 터는 서울운동장만큼 넓다. 한때 지리산과 덕유산에 산재한 많은 사찰들을 말사로 거느렸으며, 이곳 심진
동(尋眞洞) 계곡에만도 열 개가 넘는 암자를 둔 대찰로서 그 규모가 해인사에 버금갈 정도였고 상시 승려가 200
여 명에 달했다고 하나 세 차례에 걸친 화재와 6.25 전란으로 장수사는 물론 장수사에 딸린 계곡에 즐비했던 암자
들도 소실되었고, 용추암을 복원하여 용추사로 남았다고 한다.
용추계곡에 왼쪽 산자락에 위치한 용추사는 기백산 첫 번째 들머리에서 0.3km쯤 더 가야 한다. 우리의 진행대장
님이 이 구간을 4시간 30분에 주파하였다는 말에 힘입어 들른다. 나 혼자다. 바쁘다. 잰걸음 한다. 산모롱이 돌고
용추계곡을 출렁다리로 건너고 계곡 너덜 지나고 돌담 길게 돌아 용추사다. 용추사 정문은 주차장에서 곧바로
용추계곡을 대로 따라 건너는 모양이다. 용추사 앞은 용추폭포가 큰소리로 법문(法文)한다.
3. 장수사 터를 지나 용추사와 기백산 가는 길, 앞은 감나무다.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4. 용추계곡 용추폭포 바로 위 옥계반석, 용추사는 왼쪽 산자락에 있다
5. 기백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 앞 오른쪽은 황석산
6.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7. 멀리 가운데는 반야봉, 앞 왼쪽은 황석산, 그 오른쪽 뒤는 대봉산
8. 앞은 거망산 연릉, 그 뒤는 육십령에서 남덕유산으로 가는 백두대간
9. 앞 왼쪽은 거망산, 그 뒤는 서래봉, 그 오른쪽 뒤는 백운산
10. 왼쪽은 월봉산, 멀리는 남덕유산
용추사가 조촐하다. 대웅전이 본전이다. 다른 절에서는 범종각(梵鐘閣)이 여기서는 원음각(圓音閣)이다. 범종
울리는 소리가 원음이리라. 절집에 가서 주련을 살피지 않으면 그 절집을 가보나마나라고 하니 여러 주련을 살핀
다. 그중 원음각의 주련이 불가의 냄새가 가장 옅다. 4개 기둥 중 앞 두 개 기둥에만 대련으로 걸었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禪家龜鑑)에 나오는 글이라고 한다.
雷嗚天墜同時吼
尊精石佛自神靈
다른 절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구로 건다. 용추사는 이중 첫째 구와 넷째 구만 취했다.
雷嗚天墜同時吼 하늘이 무너질 듯 벼락 치며 부르짖더니
雨霽江山一樣靑 비 개인 뒤의 강산이 한결 푸르러
物極魚龍能變化 어룡(魚龍)이 이렇듯 조화를 나타내니
尊精石佛自神靈 드높은 돌부처님마저 신령스럽도다
용추사를 나와 대로에 들고 수렴에 가린 용추폭포의 법문소리가 워낙 낭랑하게 들리기에 산죽 숲 헤치고 다가간
다. 용추계곡 옥계반석 아래 아득히 떨어지는 폭포다. 우리나라에 여러 곳에 용추폭포가 있지만 (내가 과문한 탓
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 용추폭포가 가장 장대하다. 심진동(尋眞洞)의 뜻을 알 것도 같다.
온길 뒤돌아 도수골 입구로 간다. 기백산 4.0km. 우선은 돌길이다. 말이 골이지 계류가 흐르지 않는 얕은 골짜기
다. 내가 맨 후미라 발걸음이 급하다. 금세 땀난다.
등로는 옆의 능선을 오르지 않고 골이 끝나도록 그 자락을 돌아간다. 계속 이어지는 돌길은 낙엽에 덮여서 걷기
가 조심스럽다. 40여 분을 그렇게 골을 가다 가파른 사면을 갈지자 그리며 오른다. 기백산 서릉 안부에 올라선다.
이정표에 기백산 정상 1.3km이다. 몇몇 일행을 추월했지만 도대체 쉬는 사람이 없다. 나도 팔 걷어붙이고 막 간
다. 수렴에 가렸지만 황석산과 그 너머로 지리산 연릉이 보인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아버리고 말았다.
조망 트이는 데가 나오지 않아 줄달음한다. 문득 마라톤을 하는 내 후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마라톤 경주
보다 그 연습이 더 힘들다며, 특히 연습에서도 200m 전력질주에서 녹아난다고 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을 해야 하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그럴 것 같다. 내가 지금 내 나름으로 전력질주 한다. 고산에서는 일기가 순
식만변이라 저 가경이 언제 스러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땅에 코 박은 오르막의 수북한 낙엽이 내 거친 숨에 들
썩인다.
기백산 남동릉에 오르고 정상 0.2km다. 전망대가 보인다. 여러 일행들의 환성이 들린다. 데크계단 잠깐 오르면
전망대다. 나도 함성을 보탠다. 근래 드물게 보는 가경이다. 옅은 운해 위로, 가람이 읊은 ‘다투어 머리를 들고
봉이 솟아 나온다’라는 모습이다. 이러니 산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첩첩 산 너머 너머로 황매산, 웅석
봉, 지리산, 천왕봉, 반야봉, 만복대 ……. 황석산, 거망산, 월봉산, 남덕유산은 골 건너다. 날이 흐리지만 조망은
뚜렷하다.
이제는 눈 닿는 데마다 가경이다. 둘러보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간 기백산 정상도 일대 경점
이다. 정상 표지석은 함양군에서 선점했다. 그 뒤쪽에 거창군에서 등산 안내도와 기백산의 유래를 새겼다. “기백
능선 봉우리들이 마치 누룩더미로 쌓은 여러 층의 탑처럼 생겼다 하여 ‘누룩덤’이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지우
산(智雨山)이라 불렀다.” 삼각점은 오래 되어 알아 볼 수 없지만 안내판에 ‘거창 21’이다.
11. 능선 끄트머리가 금원산, 그 오른쪽 뒤는 덕유산 백암봉
12. 멀리 가운데는 웅석봉
13.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14.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과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주릉
15. 앞은 거망산 연릉, 그 뒤는 백두대간
16. 웅석봉과 지리산 천왕봉(오른쪽)
17. 왼쪽 뒤는 백운산, 멀리 오른쪽은 장안산(?)
18. 지리산 천왕봉
▶ 금원산(金猿山, 1,352.5m)
정상에 오른 의식으로 정상주(탁주와 매실주)를 이미 마시고 나서 금원산 쪽으로 가려는 킬문 님과 더산 님을
만나 붙든다. 다시 자리 펴고 정상주 탁주 분음한다. 당분간 함께 간다.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누룩덤 암릉 암봉
을 오른다. 기백산 전망대에서 보지 못한 산들을 본다. 그중 백미는 석화성 가야산이다. 두무산, 비계산, 의상봉,
오도산, 숙성산, 미녀봉, 박유산, 금귀봉, 호음산, 보해산, 양각산, 두리봉, 단지봉, 수도산, 양각산, 흰대미산 …….
다 다시 보니 반갑다.
두 번째 누룩덤은 직등하지 않고 왼쪽 슬랩으로 돌아 넘어 바윗길 능선을 내린다. 전후좌우로 조망은 계속된다.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본다. 일기예보대로 오후가 되자 날씨가 흐려진다. 눈발이 날린다. 눈발은 지리산 천왕봉
부터 가리기 시작한다. 기백산에서 2.4km 내려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정자가 있다. 여기서 늦은 점심밥 먹는다.
나만 도시락 보온밥통에 꾹꾹 눌러 담아온 밥을 먹지 킬문 님과 더산 님은 빵조각과 부침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금원산 1.6km. 1,315m봉을 넘으면 ┣자 갈림길 안부가 나오고 금원산 정상(0.68km)은 긴 데크계단으로 오른다.
우리 모두 산천이 변한 세월을 두고 금원산을 오른다. 처음처럼 간다. 1,325m봉(금원산 동봉)은 암봉으로 사방이
트이는 경점이지만 0.25km 더 간 금원산 정상은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아무 조망이 없다. 커다란 정상 표지석 뒤쪽
에 금원산의 유래를 새겼다.
“금원산의 본래 이름은 검은 산이다. 옛 고현의 서쪽에 자리하여 산이 검게 보인데서 이름하였다. 이 산은 금원암
을 비롯하여 일암(一巖) 일봉(一峰) 일곡(一谷)이 모두 전설이 묶여 있는 산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옛날 금원숭
이가 하도 날뛰는 바람에 한 모승이 그를 바위 속에 가두었다 하며 그 바위는 마치 원숭이 얼굴처럼 생겨 낯바위
라 하는데 음의 바꿈으로 남바위라 부르고 있는 바위이다. 금원산에는 크게 이름난 두 골짜기가 있다. 성인곡(聖
人谷) 유안청(儒案廳) 계곡과 지장암에서 와전된 지재미골이다.……”
금원산에서 현성산 가는 길을 한참 머뭇거린다. 이정표의 오른쪽 지재미골 6.0km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는
곧장 골로 가는 줄 알고 직진하여 수망령 쪽으로 내린다. 먼저 갔던 몇몇 일행과 더산 님이 길을 잘못 들었다며
뒤돌아 오른다. 현성산은 능선을 크게 돌아가지 않느냐, 이 길이 맞다고 하여 더산 님과 함께 내린다. 눈발 날리고
날이 흐려 가야할 능선을 목측할 수가 없다. 뒤에서 킬문 님이 소리쳐 우리를 부른다. 사니조은 님이 지재미골로
갔는데 거기가 맞다고 연락이 왔단다. 뒤돈다. 이래서 더산 님은 금원산을 세 번 오른다.
19. 멀리 왼쪽은 가야산, 오른쪽은 비계산, 그 앞은 금귀봉과 보해산(왼쪽)
20. 멀리 오른쪽은 오도산, 그 앞은 박유산, 그 왼쪽은 금귀봉과 보해산
21. 멀리 왼쪽은 가야산, 가운데는 비계산, 오른쪽은 오도산
22. 맨 왼쪽은 단지봉, 가운데는 두리봉, 맨 오른쪽은 가야산
23. 맨 왼쪽은 가야산, 맨 오른쪽은 비계산
24. 앞은 거망산 연릉, 그 왼쪽 뒤는 서래봉
25. 앞은 현성산, 멀리 가운데는 양각산과 흰대미산(오른쪽), 그 왼쪽 앞은 호음산
26.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27. 지리산 천왕봉은 눈발 날리자 맨 먼저 가려지기 시작했다
▶ 현성산(玄城山, 958.7m)
지재미골로 가는 길이 맞다. 잘난 등로는 골로 갈 듯이 급박하게 떨어지다가 능선 잡아 1,143.8m봉에서 멈칫하고
다시 뚝 떨어지다가 1,057.0m봉에서 멈칫한다. 안부마다 오른쪽 사면은 문바위 주차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 있
다. 우리는 그쪽은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일로직등 한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험로는 내리막이
다. 낙엽에 쭉쭉 미끄러진다. 암릉이 시작된다. 직등하기보다는 오른쪽 슬랩을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돌았
더니만 절벽에 막힌다.
직등이 외길 등로다. 986.4m봉은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기에 큰 부조다 여기고 따랐더니만 단지 암릉을 피했을
뿐 그 봉을 다 오른다. 깊은 절벽을 좁은 밴드 따라 트래버스 할 때나 날이 무디지만 나이프 릿지를 지날 때는
오금이 저려 움찔움찔한다. 965m봉. ┣자 갈림길로 이정표에 직진은 수승대(6.5m), 오른쪽이 현성산(1.0km)으로
간다. 본격적인 암릉 암봉이 시작된다. 외길 직등이다. 날리는 눈발에 날은 어스름하고, 가다 말고 둘러보는 주변
경치가 제법 운치 있다.
한 차례 길게 내려 오른 암봉은 966.9m봉이다. ‘서문가바위’라고도 하고, 연화봉이라고도 한다. 암봉의 모습을
가까이서나 멀리서 바라볼 때 연화봉이란 작명이 그럴듯하다. 서문가바위는 여기가 아니라 현성산 정상 남쪽에
있다는 김형수의 위 지도가 맞다고 본다. 서문가바위는 옛날 바위굴 속에서 서씨와 문씨 그리고 여자 한 사람이
피난을 하다가 낳게 된 아이의 성이 서문가(西門哥)가 되었다는 바위굴이고, 굴 밑에는 병풍 같은 바위로 둘러싸
인 마당이 있다고 하는데 큼지막한 바위들이 즐비하여 딱히 알아보지 못하였다.
암릉을 내리고 오른다.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현성산 품에 든다. 검은 바위가 성곽처럼 둘렀다.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흩날리는 눈발도 이 가경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암릉을 오르며 열 발자국에 아홉 번은 뒤돌아본다.
데크계단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문바위 쪽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데크계단 끄트머리가 현성산 정상이다. 여기
역시 빼어난 경점이다. 현성산 정상 표지석이 여느 산의 정상 표지석과는 다르게 특이한 모습이다.
표지석 뒤에 현성산의 소개 글을 새겼다.
“검은 색 화강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검고 성스럽다는 의미를 지닌 현성산은 ‘거무시’라고도 한다. 지재미골에
서 바라보는 정상은 아름답게 핀 연꽃송이에 비한다. 등산로 중에서 미폭에서 올라가는 암릉 구간은 아슬아슬함
과 수려한 조망 경관으로 매력적이다. 정상에서 능선 숲길로 서문가 바위를 지나 금원산으로 갈 수 있고 도중 갈
림길에서 필봉을 지나 성령산, 수승대로도 갈 수 있다.”
우리는 암릉 구간이라는 미폭으로 내린다. 현성산이 금원산 자연휴양림의 권역이라 등로를 잘 다듬었다. 가파른
슬랩은 데크계단을 놓았고 절벽에는 난간을 설치했다. 수려한 조망 경관은 해거름 눈발에 가렸으니 미폭 가는
암릉 구간이 별 재미없다. 어떡하든 산행 마감시간인 17시 40분 안에 대려고 달음질한다. 아직은 헤드램프 켜기
보다는 두 눈에 불을 켜고 간다. 완만한 암릉 슬랩은 도로에 다다를 때까지 이어진다.
도로에 내려서고 이정표나 방향 표지판이 없어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어느 쪽
으로 가야 하는지 망설인다. 왼쪽의 내려가는 방향을 잡았더니 사니조은 님이 오른쪽 오르막이라 하여 접으려던
스틱을 고쳐 짚는다. 미폭이 바로 옆 골짜기 건폭이다. 미폭이 ‘美瀑’인 줄 알았는데 ‘米瀑’이다. 옛날 폭포 위 동암
사(東菴寺)에서 쌀뜨물이 폭포 같이 흘러 내려 ‘미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금원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지나 금원교 건너고 너른 주차장이다. 어둠 속에 우리 버스만이 덩그러니 있다. 우리
(더산, 사니조은, 나, 킬문)가 맨 후미인 줄 알았는데 더 늦게 오는 일행도 있다. 점심 이후 아무 것도 먹지 않았고
쉬지도 않았다. 잔뜩 허기진 배를 안고 버스에 오른다. 눈을 감고 산행 중 본 조망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으로
허기를 달래며 서울로 간다.
28. 앞은 거망산에서 월봉산으로 가는 능선, 눈발이 날리고 어두워졌다
29. 맨 오른쪽 뒤는 적상산(?)
30. 앞 왼쪽은 거망산, 그 뒤는 백두대간 할미봉
31. 오른쪽은 기백산
32. 앞 오른쪽은 월봉산 일부
33. 앞은 현성산, 멀리 가운데는 비계산과 의상봉
34. 현성산, 검은 바위가 두른 성이다
35-1. 연화봉(서문가바위)
35-2. 연화봉
36. 멀리 가운데는 오도산, 그 앞 첨봉은 박유산
37. 현성상 정상 표지석
첫댓글 아름다운 운해를 만끽하시며 달리는 산행이었네요. 시원~~합니다. ^^
황석산은 물론 이쪽 산들은 올 때마다 조망이 좋았던 기억입니다.^^
우연찮게 네분이 만나서 멋진 조망을 구경하셨네요...현성산의 정상석이 무척 특이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좌석까지 앞뒤였으니 아주 좋았습니다.
현성산 정상에 갔을 때는 날이 흐리고 어둑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현성산에서 수승대로 엮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멋진 전망 감사합니다.
술끊 님도 산에서 봐야 할 텐데요.
쾌차하셨다는 술끊 님 근래 소식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조망만 묵고 사실듯~~ ㅎㅎ
저는 거기에 산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거기에 조망이 있어서 산을 갑니다.ㅋㅋ
거창 고향 가고 싶네요...
ㅎㅎㅎ
비계산 오도산 박유산 의상봉 눈에 선합니다.
멋진 산 구경 잘 했습니다.
운해가 장관입니다.
감사합니다.
거삼방 시절에 그곳에 갔었지요.
세월이 가고 사람도 갔어도 그 산들은 그 모습으로 거기에 있습니다.
악우들과 함께 축복 받은 날이었습니다. 사진들도 대단히 좋습니다.
모처럼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종종 그런 우연이 생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