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무덕 선사가 하루는 대중에게 말하였다. "간밤 꿈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나와서 술과 고기, 그리고 종이돈을 찾았다. 그러니 속가의 풍속대로 제사를 받들어야겠다." 그리고는 창고에서 이 일에 쓸 물건을 마련하여 위패를 모시고 세속에서처럼 술잔과 고기를 올리고 종이돈을 불살랐다. 제사를 마친 뒤 지사(知事:절의 사무를 책임맡는 지위) 와 두수(頭首:선원 대중의 지휘를 맡는 지위) 를 모이게 하고 소반에 남아있는 음식을 나누어 주니 지사들은 이를 마다하였고 무덕스님 혼자서 가운데 앉아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 대중들은 술과 고기 먹는 중을 어떻게 스승으로 삼을 수 있겠느냐며 걸망을 메고 떠나고 자명 .대우 ․천대도등 예닐곱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무덕스님은 그 이튿날 법당에 올라 설법하였다. "수많은 잡귀신 떼를 한 상의 술 고기와 두 뭉치의 종이돈으로 모조리 쫓아 보냈다. 법화경에 이르기를 '이 대중 속에는 가지와 잎은 없고 오로지 진짜 열매만 남아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