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급미(舐糠及米)
겨를 핥다가 급기야 쌀까지 먹어 치운다는 뜻으로, 외부의 적이 마침내 내부마저 장악하게 되었음을 뜻하거나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舐 : 핥을 지(舌/4)
糠 : 겨 강(米/11)
及 : 미칠 급(又/2)
米 : 쌀 미(米/0)
처음에는 겨를 핥다가 나중에는 쌀까지 먹는다는 뜻으로, 욕심이 점점 커짐을 이르는 말이다.
어려운 글자로 된 성어지만 지강(舐糠)은 송아지를 핥는 어미 소의 사랑 지독지정(舐犢之情)이나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 조강지처(糟糠之妻)라 할 때 쓰는 그 글자다.
청을 빌려 방에 들어간다는 우리 속담과 똑 같다. 대청을 빌려 쓴다는 구실로 시작해서 방에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염치없이 처음에 한 약속을 어기고 야금야금 침범해 들어감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순오지(旬五志) 성어로 차청입실(借廳入室)이다. 사기(史記)의 열전 중에 오왕(吳王) 비(濞)편에 나온다.
한(漢)을 세운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가문의 자제들에게 땅을 분할하여 제후국을 만들었는데 장조카 비에게는 오왕을 제수했다. 그러나 고조가 세상을 떠나자 중앙의 명령에 불복하는 제후들이 늘어났다.
경제(景帝) 때에 이르러 지혜 주머니 지낭(智囊)으로 불리던 조착(鼂錯)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후국의 영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의 지지를 받은 강직한 조착의 개혁이 먹혀 들어가자 여러 곳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특히 소금과 구리가 많이 생산되어 부강한 오왕 비는 나라를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차라리 모반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세력을 규합했다.
이웃 나라에 사신을 보내 설득했다. ‘지금 한왕은 간신들의 말만 믿고 하루하루 제후들의 영지를 뺏고 있습니다. 속담에 겨를 핥다 쌀까지 먹어 치운다(舐糠及米/ 지강급미)고 했으니 이대로 두면 땅만 뺏기는 것에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침내 주변 세력을 결집하는데 성공하여 일으킨 것이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난이다. 서기전 154년에 일어난 이 난은 그러나 주아부(周亞夫) 등에 의해 3개월 만에 평정되었고 왕권은 강화됐다.
쌀까지 먹히는 것을 막으려다 다 태운 꼴이다. 하지만 이 말의 교훈은 살아 사소한 잘못을 눈 감으면 나중 기필코 후회할 날이 오니 미리미리 잘 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舐(핥을 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혀 설(舌; 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氏(씨, 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舐(지)는 ①핥다 ②빨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미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는 일을 지독(舐犢), 사랑스러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지독지비(舐犢之悲),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부모의 자식 사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독지애(舐犢之愛),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며 귀여워한다는 뜻에서 어버이가 자녀를 사랑하는 지극한 정의 비유를 지독지정(舐犢之情), 남의 치질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뜻으로 비열한 수단으로 권력이나 부귀를 얻음을 이르는 말을 지치득거(舐痔得車),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등에 쓰인다.
▶️ 糠(겨 강)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쌀 미(米; 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康(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糠(강)은 ①겨(곡식의 껍데기) ②쌀겨 ③매우 작은 것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젓새우나 보리새우를 강하(糠蝦), 곡식의 기울이나 겨 따위를 이르는 말을 강류(糠類), 겨로 만든 죽을 강미(糠糜), 겨된장을 강시(糠豉), 겨죽을 강죽(糠粥), 겨와 쭉정이라는 뜻으로 거친 식사를 강비(糠粃), 가난하여 술찌끼와 쌀겨조차 배부르게 먹을 수 없음을 조강불포(糟糠不飽), 반대로 배가 고플 때에는 겨와 재강도 맛있게 되는 것임을 기염조강(饑厭糟糠) 등에 쓰인다.
▶️ 及(미칠 급)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의 뒤에 손이 닿음을 나타내며, 앞지른 사람을 따라 붙는 뜻으로 사물이 미침을 나타낸다. 전(轉)하여 도달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치다’라는 것은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及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及(급)은 ①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②미치게 하다, 끼치게 하다 ③이르다, 도달하다 ④함께 하다, 더불어 하다 ⑤함께, 더불어 ⑥및, 와 ⑦급제(及第)의 준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과거에 합격함을 급제(及第), 임기가 다 되었음을 급과(及瓜), 뒤쫓아서 잡음을 급포(及捕), 마침내나 드디어라는 급기(及其), 배우려고 문하생이 됨을 급문(及門),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지나간 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하는 것을 소급(遡及), 널리 펴서 골고루 미치게 함을 보급(普及), 마침내나 마지막이라는 급기야(及其也), 어떤한 일의 여파나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차차 넓어짐을 파급(波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족탈불급(足脫不及), 학문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함을 학여불급(學如不及),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다는 후회막급(後悔莫及), 형세가 급박하여 아침에 저녁일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는 조불급석(朝不及夕) 등에 쓰인다.
▶️ 米(쌀 미)는 ❶상형문자로 쌀이나 수수 따위 곡식의 낟알이나, 벼의 모양으로, 나중에 중국에서는 쌀을 대미(大米), 조를 소미(小米)라 일컬었고 우리는 보리, 수수, 조 따위에 대하여 쌀을 米(미)자로 나타낸다. 또 미터의 취음자(取音字)로서 百(백미터)를 백미(百米)로 쓰기도 한다. ❷상형문자로 米자는 벼의 낱알을 그린 것으로 ‘쌀’이나 ‘곡식의 낱알’이라는 뜻이 있다. 米자는 마치 木(나무 목)자에 점이 찍힌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十(열 십)자 주위로 낱알이 흩어져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米자를 보면 긴 막대기 주위로 6개의 낱알이 흩어져 있는데, 여기서 긴 막대기는 낱알을 펼쳐놓는 도구를 그린 것이다. 지금도 벼를 수확하면 탈곡한 낱알을 햇볕에 말리는데, 이때 낱알이 잘 건조되도록 펼치는 도구가 표현된 것이다. 米자는 벼의 낱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쌀’이나 ‘곡식’ 또는 곡식을 가공한 제품이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米(미)는 성(姓)의 하나로 ①쌀 ②미터(meter)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쌀 또는 쌀을 포함한 다른 곡식을 미곡(米穀), 쌀값으로 쌀을 팔고 사는 값을 미가(米價), 입쌀이나 좁쌀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폭 끓이어 체에 받아 낸 걸쭉한 음식 또는 쌀을 묽게 쑨 죽을 미음(米飮), 벼농사를 미작(米作), 쌀로 담근 술을 미주(米酒), 쌀과 벼를 미속(米粟), 쌀과 보리를 미맥(米麥), 쌀밥으로 멥쌀로 지은 밥을 미반(米飯), 미터법에 따른 길이의 기본 단위를 미돌(米突), 흰 쌀을 백미(白米), 벼를 타서 왕겨만 벗기고 속겨는 벗기지 아니한 쌀을 현미(玄米), 그해에 난 것이 아닌 오래된 쌀을 고미(古米), 밥을 지을 쌀을 반미(飯米), 조세로 바치던 쌀을 세미(稅米), 쌀을 바침이나 바치는 쌀을 납미(納米), 품질이 가장 좋은 쌀을 상미(上米), 품질이 좋지 못한 쌀을 하미(下米), 굴에서 쌀이 매일 한 끼를 먹을 만큼씩 나오므로 한꺼번에 많이 거두려고 굴을 팠더니 쌀이 나오기를 그쳤다는 이야기를 미혈전설(米穴傳說), 쌀은 구슬 보다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 보다 비싸다는 뜻으로 물가가 치솟아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미주신계(米珠薪桂), 닷 말의 쌀이라는 뜻으로 흔히 현령의 얼마 안 되는 봉급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오두미(五斗米), 곡식을 벨 때에 땅에 떨어진 곡식이라는 뜻으로 수고한 끝에 얻어 차지하게 되는 것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낙정미(落庭米), 얼마 안 되는 급료를 받기 위하여 관리가 되어 고향을 멀리 떠나 근무함을 일컫는 말을 두미관유(斗米官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