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세대 갈등의 본질은 이해관계의 충돌에 있다. 그 해결을 위해 법과 제도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 곧 그들을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3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질문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저는 이 어려움과 위기 안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형제자매요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인류애를 나누고 있음을 깨달았고, 아무도 혼자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56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아무도 혼자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 세대갈등?
연로하신 분들을 뵈며 나도 언젠가 늙고 은퇴하겠구나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작금의 시대가 노화를 반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흔히 세대갈등이라고 하는데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현상입니다. 세대와 나이 차이로 정치·경제·사회·종교에 대해 생각과 가치관의 괴리감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꼭 그래서 갈등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어르신과 아이들이라고 꼭 불편한 건 아닐 테니까요. 그렇다면 세대 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해관계의 충돌입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제도와 어르신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세대 갈등의 본질인 이해관계
만일 소득이 불안정하고 운전이 어려운 노년층이라면 지하철 무료 이용만큼 고마운 것도 없을 겁니다. 반대로 요금 인상 소식을 접한 젊은 세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국민연금 문제만 해도 내는 이와 받는 이라는 상이한 입장 때문에 첨예하게 맞섭니다. 여기서 세대 간 갈등과 혐오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 본질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재정고갈과 분배 문제입니다. 물론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재정 마련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 갈등 안에는 우리 모두의 고민도 있습니다. 단순히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와 고달픈 삶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노인이든 젊은 사람이든 생활고와 불행, 소외와 병고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갈등 해결이 참 어렵습니다.
■ 혼자가 아닌 함께
사회갈등의 두 핵심은 두려움과 성숙함입니다. 누구나 두려우니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이익을 더 절실히 지키려 하고 그래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그 해결을 위해 법과 원칙, 제도도 필요하나 그것이 능사만도 아니지요. 그래서 개인의 성숙함이 요청됩니다. 물론 그 역시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가장 먼저 요청됩니다.
어떻게 해야 성숙한 사람이 됩니까? 번영과 성공만을 좇는 게 아니라, 성찰하고 기도하고, 물질이 아닌 다른 가치와 사유들을 중요하게 여길 때 가능합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세상은 더욱 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이웃의 존재를 인정할 때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 곧 그들을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은 마음의 회개에서 비롯된다. 이 관심은 우리가 인간 존엄을 거스르는 제도와 조직, 삶의 조건들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의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평신도는 마음의 회개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정당한 수단을 사용하여 모든 사람의 존엄이 제도 안에서 참으로 존중받고 증진되도록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52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