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을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로 뜨겁다.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는 우승을 위해 뛰는 선두들의 투지로, 관중석은 응원의 열기로 뜨겁다.
운동장은 이 처럼 화끈하기는 하지만 알고보면 냉정하고 차가운 논리가 숨어있다.
● 가장 완벽한 거리, 18.44m
야구장의 주요 볼거리 중에 인기 연예인의 시구는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이 던진 공은 포수 앞에 떨어져 굴러온다.
투수가 서 있는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 한두 걸음 앞에서 던지더라도 여자로선 꽤 먼 거리다.
야구 규칙을 만든 미국의 길이 단위로는 60피트 6인치다.
60피트도 아닌 이 애매한 거리는 어떻게 정해진 걸까?
야구 초창기의 투수판은 45피트(13.64m)에 있었다.
당시에는 삼진 아웃이 없었던 터라 공을 던져 타자가 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투수의 역할이었다.
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토스하듯 던진 셈이다.
1851년 삼진을 도입하면서 투수판은 50피트(15.15m)로 멀어졌다.
이때까지 투수는 공을 엉덩이 아래 높이로만 던져야 했다.
거리가 멀어진 만큼 투수의 팔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1884년에는 어깨 높이에서도 던질 수 있게 허용됐다.
하지만 공의 속도가 빨라져 타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1893년에야 지금의 위치인 60피트 6인치로 정해졌다.
원래는 60피트 0인치였는데 야구장 시공자가 60피트 6인치로 잘못 읽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우연하게 정해진 거리에 놀라운 원리가 담겨있다는 사실은 물리학자에 의해 나중에 밝혀졌다.
공에 걸린 회전력과 중력이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 바로 이 거리라는 것이다.
홈플레이트는 돌려 세운 정사각형 앞에 이등변삼각형 2개를 붙인 오각형 모양으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돕는다.
● 홈플레이트는 야구장의 기준
야구장의 백미는 홈런이다. 홈런을 친 타자는 1, 2, 3루를 돌아 처음 위치에 놓인 오각형의 판을 밟고서 승리를 만끽한다.
이때 오각형의 판은 집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홈플레이트라고 부른다.
홈런이라는 말도 집(홈)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런 방해 없이 뛰어올 수 있다(런)는 뜻에서 나왔다.
그럼 홈플레이트는 왜 오각형으로 만들었을까? 집이라는 뜻에 맞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오각형은 아니었다.
홈플레이트는 1869년 양쪽 파울선에 두 변을 대고 있는 정사각형에서 시작했다.
한 변의 길이는 정확히 1피트(30.48cm)다. 대각선의 길이 즉 홈플레이트의 폭은 약 43.18cm다.
홈플레이트의 폭은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
스트라이크는 공이 타자의 어깨와 허리띠의 중간 높이에서 무릎 아랫부분 높이로,
43.18cm의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걸 말한다.
문제는 공이 홈플레이트의 앞에서 휘어져 들어올 때다.
정사각형을 돌려 만든 홈플레이트로는 앞부분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1900년 홈플레이트의 앞부분에 2개의 이등변삼각형을 덧붙여 만든 홈플레이트가 탄생했다.
포수가 받은 공이 양옆으로 빠져 보여도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은 공이 홈플레이트의 앞부분을 스치며 휘었기 때문이다.
홈플레이트의 앞부분에서 포수의 글러브까지는 1m 넘게 떨어져 있다.
● 땅볼과 안타의 차이
올해로 은퇴한 ‘야구의 전설’ 양준혁 선수는 땅볼을 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열정으로 유명하다.
홈플레이트에서 1루까지 거리는 27.432m.
1845년 미국의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처음으로 야구 규칙을 정하면서 제안한 거리다.
그는 홈플레이트에서 2루까지의 거리를 42걸음으로 했다.
홈플레이트와 1, 2, 3루는 정사각형이기 때문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면 1루까지는 약 30걸음이 나온다.
한 걸음을 90cm로 두면 1루까지의 거리는 27m로 현재의 27.432m와 비슷하다.
이 거리는 사실 미국 길이 단위로 90피트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내야 땅볼을 친 타자가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또는 아웃되는 절묘한 경계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