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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 제2 발제자
_이은숙 (시인, 문화칼럼니스트, 시와산문 편집장)
한국문학과 문예지의 발전 그리고 계간 『시와산문』
- 소논문 초록
이번 인도네시아 SKAP와의 온라인 컨퍼런스에 발표할 본 소논문은 한국문학과 문예지의 역사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고 그 존재 의의를 생각하는 소논문이다.
이제 막 교류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현대 한국문학의 태동과 언어적, 문학적인 특징, 사회의 변동에 따른 전체적인 분위기를 몇 명의 대표적인 시인을 통해 알아보고 이와 더불어 문예지의 역사와 계간 『시와산문』의 역사도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전반적인 이해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문학의 역사는 매우 길다. A.D.6세기 때의 문학적 자료가 발굴될 정도이다. 조선조 16세기에 한글이 만들어져 반포된 후 한글을 사용한 문헌들과 문학작품들도 생겨났으나 그 당시는 아직 한자문화권에 묶여있었고 시대적 한계에 따라 본격적인 문학 활동과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시기 중 하나인 일제 강점기(1909년~1945년) 때, 서구 유럽이 100년간 이루어 온 근대문화를 단시간에 수용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국민은 새로운 문화의 급격한 세례 속에 본격적인 문학 활동과 출판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여러 걸출한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문학 활동은 모순된 현실에 대한 응전의 방편이 되었다.
이 소논문에서는 그중 네 명의 시인(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이육사)을 선택하여 그때의 분위기를 알아보고 이어 문예지 역사 시작의 사회적·문학적 상황을 알아봄으로써 인도네시아 측이 한국문학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한다.
방대한 한국문학의 역사와 유산을 결코 이 짧은 논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는 있겠다. 바로 이 점이 이 소논문의 작은 가치이다.
[목 차]
한국문학과 문예지의 발전 그리고 계간 『시와산문』
1. 들어가며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 개념의 정의와 설명하는 방법 및 범위에 대해
2. 현대문학 작가를 통해 본 한국 현대문학의 특징과 배경
- 한국 현대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의 배경과 의의
2-1. 1920년대 현대문학 작가론적 접근.
-김소월과 한용운의 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2-2. 1930년대 현대문학 작가론적 접근.
-윤동주와 이육사의 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3.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문예지의 탄생 배경과 존재 의의.
3-1. 문예지 100년 역사의 한 축을 함께 한 시와산문 30년.
3-2.
현대문학에 있어 문예지의 역할 및 기능과 현대문학사에서 시와산문의 존재 의의.
3-3.
문예지의 역할 활성화 및 작가들의 창작환경의 상관관계와 우리 문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시와산문의 사회적 효용과 가치.
4. 나가며
시와산문과 인도네시아 문학단체 SKSP와의 교류를 통한 두 단체의 지평 확대가 한국문학과 인도네시아 문학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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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문학과 문화의 확장. 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을 개척하는 디딤돌로써 문학단체의 교류 확대 및 발전 도모.
한국문학과 문예지의 발전 그리고 계간 『시와산문』
1. 들어가며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개념의 정의와 설명하는 방법 및 범위에 대해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데 대하여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본 세미나에 함께 하게 된 것을 기쁘고 의미 깊이 생각합니다.
먼저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개념과 설명 방법 및 범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익숙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막연하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더 세부 항목에 해당하는 ‘한국문학’에 관하여 묻는 것에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것은 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문학 비평가 유종호 박사는 “문학은 언어예술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따옴표 없이 남의 말을 인용하는 셈이다. 스스로 따옴표를 벗어버린 인용문들이 세상의 지혜로 통하는 것이다.”라며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때 독자적인 사고나 통찰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문학에 관해 묻고 답하는 것과 같이 무엇을 정의 내리고 개념을 구축하는 일은 작품을 창작하는 일과 달리 자신만의 생각과 통찰력만으로는 어려우며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에 의해 연구되고 인용되어온 지혜와 지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설명이 어렵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문학은 무엇이다.’라고 소개하는 발표문 역시 저의 논조보다는 많은 문학적 스승의 학문적 개념과 저서들에서 발췌한 내용이 다분할 것임을 미리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먼저 ‘문학은 언어예술이다’라는 명제를 그대로 따라 1차원적으로 서술하자면 ‘한국문학은 한국어로 구현된 언어예술이다.’라는 말로부터 시작함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학사적으로 한국문학을 이해하고자 접근할 때, ‘한국어로 구현된 언어예술’이다 라는 말로 시작하여 소개한다면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에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문학은 이두(한국 고대의 문자), 한자 등의 언어로 창작된 수많은 작품들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간 문학 교류의 장에서, 서로의 문학과 그 문학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의미 깊은 일이긴 하나 지면과 시간의 한계로 광대한 문학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은 제외하고 발표를 진행하고자 하니 부디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의 현대문학, 그중에서도 현대문학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으로 나누어 한국문학을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오늘 필자는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데 대하여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본 세미나에 함께 하게 된 것을 기쁘고 의미 깊은 일로 생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
한국 현대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의 배경과 의의
- 현대문학 작가론적 접근
2-1.
1920년대 현대문학 작가론적 접근.
-김소월과 한용운의 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현대문학 작가 중 대표적인 김소월 시인과 한용운 시인의 시적·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의 배경과 그에 대한 한국 문학적 의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현대문학 작가 중 민족적, 민중적으로 현대 시의 근원이면서 대표되는 시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김소월(, 1902~1934)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정식이라는 그의 본명 대신 ‘소월’이라는 아호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시인입니다. ‘소월素月’이라는 이름은 ‘희다’라는 의미의 소素와 ‘달’이라는 의미의 월月, 즉 ‘하얀 달’이라는 의미로 그 의미가 지닌 상징성을 통해 시인 소월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짐작 해 볼 수 있는데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정화수井華水를 받아 항아리 위에 올려놓고 하늘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습니다. ‘달’은 우리 역사 속에서 조상들의 걱정과 시름을 달래주는 대상이면서 기도를 들어주는 매개물이고 어둠과 밝음, 생성과 소멸, 생의 순환과 운동을 의미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변주되어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과 염원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이 바로 ‘달’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소월의 ‘하얀 달’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희고 순결한 민족적 정신을 상징하면서 다양한 한국의 정서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래서 그 정서와 사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시인 소월에 대한 이해와 그의 이름에서 드러나는 문학정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희다는 색상을 이야기할 때 ‘백색’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백’과 ‘소’의 차이에서 오는 정서적 차이를 사유해 보는 것 역시 ‘소월’의 시 세계와 한국문학의 정서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소素’는 단순히 깨끗하고 결백하고 무결하다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 한국 특유 정한의 정서를 잘 표현해 주는 이미지입니다. 아픔을 내면으로 끌어안고 인내하지만, 슬픔에 매몰되어 버리거나 비애悲哀로 끝나지 않고 죽음을 극복하고서라도 한을 풀고자 하는 의지와 염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적인 정한情恨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소월’의, 흰 이미지인 ‘소’는 바로 그러한 한국문학의 깊은 정서가 아로새겨진 이미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월의 시가 동시대 다른 이들의 작품과 차별화된 문학사적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개인적 감정에 탐닉하지 않고 한국의 전통적 정서의 현대시적 변용變容과 재창조라는 보편적인 공감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앞서 말한 정한의 전통 지향적 요소를 작품 속에 수용·재창조함으로서 전통적 창작 기법을 초월했지만, 동시대 다른 문인들이 즐겨 썼던 것과 같은 서구 자유시의 현학적衒學的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수용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월은 「접동새」라는 그의 작품에서(번역된 소논문 예문 참고) 당시 평안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던 ‘접동새 전설’을 수용하여 자신의 시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누이의 사연을 담고 있는 전설을 이끌어와, 당시 나라를 잃고 슬픔에 빠진 우리 민족의 억울한 심정을 절실한 가락으로 노래한 것인데요, 이런 시적 방법은 우리 민족 전체가 공유하던 구비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하여 민족적 감각을 일깨우는 동시에, 시적 주체의 감정을 보편적인 정서로 일반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연의 접동새 울음에 대한 묘사에서 ‘아홉오래비’를 변형시킨 “아우래비”는 접동새 울음의 생생한 청각적 이미지를 ‘아홉오래비’라는 의미와의 연관 속에서 제시하는 독창적인 시어입니다.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전설의 단순한 차용이나 반복으로 그치지 않는 현대시적 변용과 언어적 재창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적 재창조를 통해 우리 한국어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모국어의 속살’, 그 기층基層적 어휘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한국문학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정서를 표현하는 한국어의 풍성한 어휘와 의미, 다채로운 발음 등을 통해 성취되는 다양한 감정표현과 언어표현인데요, 김소월 시인은 우리 모국어의 심층적인 정서적 속성과 한국문학 전통의 새로운 변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작법으로 꾸준히 우리 문학적 전통을 새롭게 잇대는 시적 성취를 이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시적 성취는 한국의 문학사적 성취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한국의 거의 모든 대중이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그의 대표 시로는 「진달래꽃」과 「산유화」 등이 있습니다.
김소월과 더불어 일제 강점 초기 최고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 중에서 양대 산맥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바로 ‘한용운(, 1879~1944) 시인입니다. 1920년대 초반 서구의 시적 경향에 경도되어 있던 당대 시인들의 조류와 달리, 전통적인 문화와 삶의 내밀한 체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이룬 한용운은 문단에 관여하거나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시적 성과를 통해 한국 문학사에 큰 문학적 성취까지 가져다준 인물이라는 면에서 김소월 시인과 함께 한국문학의 유산과도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용운의 대표시 「님의 침묵」은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환기하는 여성 화자를 시적 주체로 내세워 ‘님의 부재’라는 시적 상황의 설정을 통해 부정적인 시대 현실을 암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점은 김소월의 시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소월과 한용운이 자신들의 시 세계 전반에서 수용하고 있는 전통적 요소는 서로 다르며, 참된 가치를 상실한 부정적 현실에 대응하는 태도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소월이 민요와 설화, 민간 풍속 등에 내재한 소박하고 근원적인 민중적 감정에 기반하여 당대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면 한용운은 심오한 불교적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시대적 절망을 극복하려는 강렬한 의지와 강인한 정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이며 사상가이자 승려이기도 했던 한용운은 전통 사상의 하나인 불교를 시 정신의 근간으로 삼고 불교적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임의 부재’로 인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 역설적 언어를 구사하였습니다.
한용운의 유일한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이기도한 「님의 침묵」에서는(번역된 소논문 본문 예문참고)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라는 시 구절을 통해 슬픔의 힘을 옮겨 희망과 믿음으로 옮아가는 역설적 언어의 구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진술의 밑바탕에는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들은 절대적 실체가 아니며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한다는 불교적 깨달음이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를 때, ‘있음’과 ‘없음’, ‘떠나감’과 ‘돌아옴’은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용운이 현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다림을 노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지요. 불교사상에 힘입어 희망을 노래한 한용운이지만 그 시대정신은 한용운 시인의 주체적인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필자는 그 시대 정신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여 작품으로 구현한 한용운의 시적 성취가 한국문학의 민족적이고 언어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중요한 문학사적 가치와 의의이며, 한국 문학사적 성취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2-2.
1930년대 현대문학 작가론적 접근.
-윤동주와 이육사의 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저는 30년대 대표되는 현대문학 작가 윤동주 시인과 이육사 시인의 문학사적 성취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특징을 설명하며 발표를 이어 나가기에 앞서, 본 발표가 한국문학의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30년대 시단詩壇의 계급주의 시(임화, 조벽암, 이용악 등)나 카프 시인들의 시적 경향, 모더니즘 시의 대두(김기림, 최재서, 이양하 등) 및 이미지즘 시적 경향(장만영, 오장환, 백석 등)과 순수시 운동 등 30년대 시단의 확대와 문학 운동의 심화, 혼란과 좌절의 국문학사적 양상과 역사적 세부 흐름 및 계보를 일일이 서술하는 방대함은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한국 현대문학의 핵심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여 필자가 선택한 30년대 대표 시인, 윤동주(, 1917~1945) 시인과 이육사(, 1904~1944) 시인을 집중하여 소개함으로써 당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국문학이 어떤 정서적 특징과 언어적 특징을 보여주는지에 관해 집약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제의 압제가 더욱 지능적으로 거세지던 30년대, 친일 시들이 시단의 주류로 행세하던 시절 이 시기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는 윤동주와 이육사 두 시인을 들 수 있습니다. 그들 작품에 나타난 저항 정신만큼 크게 의미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은 우리 역사의 가장 불행했던 시기, 우리의 언어와 정신까지 말살하려 드는 외세의 박해로 인해 지성인들이 극도로 슬픈 모순에 빠져 있던 그 시기에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써 한글로 된 시를 어떻게든 보존하며 지켜나가려 했던 이들의 노력은 그 가치가 매우 크고 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 「십자가」와 이육사 시인의 작품 「광야」(소논문 번역본 예문 참고) 등이 당시의 저항적이면서도 희생적인 시인들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같은 저항시이기는 하지만 그 성격이나 내용상 이들의 시는 특징에 있어 서로 다른 국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가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바탕을 둔 섬세하고 순결한 영혼의 비극적 현실 인식 및 희생정신을 드러내고 있다면 이육사는 유교적 가치 질서를 담은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호방함과 절개를 추구하는 지사志士적 풍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세계가 만나는 지점은 우리 민족의 장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민족사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를 수준 높은 저항시로 형상화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시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언어적 감수성과 민족적 정서 그리고 불행한 시기에 그들이 보여준 결기와 문학사의 내일에 대한 염원과 희생정신을 충분히 드러내는 풍부한 시적 정서, 모국어로 한국문학의 맥을 이어가고자 한 그들의 분투는 한국문학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은 해방 이후인 4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으나 지면과 시간의 한계상 본 발표에는 근대 초기 대표되는 이상 네 명 시인의 시적 성취를 통한 한국문학의 정서적, 언어적 특징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3.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문예지의 탄생 배경과 존재 의의
그리고 시와산문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 전후의 시기에 문인으로서 시대적 책임을 지고 가기 위해 뜻을 모은 문학인들에 의해 최초의 한국 문예지 창간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양한 문예지들의 창간과 폐간, 종간과 창간의 반복적 모임과 해산을 통해 문인들이 집결하고 흩어짐을 반복하며 국문학사에 의미 깊은 움직임이 충만했단 시절이지요. 그렇게 문인과 독자의 매개체로서 문예지와 동인지가 만들어져 존속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도기에 해방과 한국 전쟁(1950~1953)과 분단(휴전협정, 1953.7.27.)이 있었고 그 모든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들은 고스란히 한국문학의 형성과 특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광복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맞닥뜨렸던 것도 잠시, 분할(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과 전쟁, 그리고 분단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우리 민족사는 다시금 미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 한국 문단에서는 그러한 환희와 좌절, 갈등과 화해, 저항과 순응, 반목과 평정, 반성과 변명의 서사를 고스란히 체화하면서 다양한 무늬를 수놓게 됩니다. 식민지 시대부터 활동했던 시인들은 물론, 이 시기에 등단하는 시인들까지 그 창작 주체의 폭은 매우 큰 것이었고, 그들에 의해 창작된 작품의 너비는 엄청나게 넓고 화려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식민지 시대에 간행되지 못했던 이육사·이상화·윤동주·심훈 등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시인들의 유고 시집이 잇따라 간행되면서 민족시의 맥을 형성하는 미학적 토대를 닦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시집을 통해 우리 문학사는 현실 인식과 서정성의 통합이라는 우수한 시적 경지를 실물로 접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지요. 이들의 시집 간행은 그들의 시를 한국 시의 한 표본으로 자리하게 하는 사건이 되었으며 해방 직후 여러 종의 해방 기념시집 출간을 통해 역동적인 시적 공간을 형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단의 아픔은 이러한 역동적 흐름의 맥을 끊는 사건이 되었고, 해방 이후 ‘우리 민족에게 다가왔던 회복의 기운을 어떻게 다시 새로운 민족사의 전망으로 연결하면서 자주적인 통일 국가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그 실천의 반영으로서 시가 창작되고 유통되고 수용되었습니다.
3-1. 문예지 100년 역사, 그리고 그 한 축을 지나온 시와산문 30년.
1919년 2월 1일 우리 문예지 역사상 최초로 문학동인지 『창조』가 발간된 후 역사의 변동에 따라 문예지도 함께 많은 부침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이 문화정책을 표방한 1920년부터 동인지와 문예지가 나오기 시작하여 30년대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문예지부터 이들이 강제로 폐간당한 이후에도 1940년대를 주름잡았던 문예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종이 사정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 대립이 첨예했던 해방공간에서, 한국 전쟁 도중에, 그리고 전후의 폐허 속에서도 문예지가 계속 나왔습니다. 흔히 ‘문협정통파’로 일컬어지던 한국문인협회의 주요 인물들이 편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월간 『현대문학』(1955)에 도전장을 내며 1966년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은 실천과 참여로서의 문학을 지향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1970년도에 창간된 『문학과지성』과 경쟁하며 발전을 거듭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1980년대 『실천문학』과 『작가세계』와 같은 계간지가 나타나면서 한국문인협회 중심의 월간지들과 경쟁하고 대립하며 문예지의 전성기를 이루었고, 독재정권 시절과 문화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화 되기 시작한 1990년대와 21세기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문예지는 다양한 도전과 응전의 시기를 거쳐 존속되어왔고 시대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계간 『시와산문』은 독서인구가 축소되기 시작하고 문예지 구독자가 급감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초반의 분위기에서 1994년 봄에 창간되었습니다. 책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영상 등이 오프라인의 다양한 독서와 문화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고 최근에는 획기적인 첨단의 세례를 받으면서도 계간 『시와산문』은 결호 없이 29년을 달려왔습니다. 『시와산문』을 창간하신 고 이충이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과 그 존재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시와산문』 창간인 고 이충이 시인은 탐욕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이웃과 자연환경과의 불협화음이 아닌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추구하고자 문학 전문지 『시와산문』을 만들었습니다. 『시와산문』의 고문 김영자 시인은 작년에 발간된 『시와산문』여름호, 특집 <시와산문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기사에서 “우리 모든 인류는 물론 시인은 무릇 자연과 생명의 존귀함, 그 존엄을 회복해야 할 책무가 있지 아니한가.”라고 말하며 이충이 시인의 창간 정신을 회상하였습니다.
3-2.
현대문학에 있어 문예지의 역할 및 기능과 현대문학사에서 시와산문의 존재 의의.
창간인의 고매한 정신,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문학정신은 광속으로 진화하며 문학 독자들을 빼앗아 가는 첨단 시절에도 그 존재가치를 빛내며 존속되고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 도전하고 응전하며 저희 『시와산문』은 자리매김해왔습니다. 불화가 아닌 조화를, 불협이 아닌 균형적 하모니를 중시하는 계간 『시와산문』은 거대한 문단의 벽에 부딪혀 필력이 있음에도 지면을 얻지 못하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신인 발굴뿐 아니라 유명하지 않더라도 필력을 갖춘 많은 문인들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와산문』의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패거리 문화를 지양하며 필력을 갖춘 사람들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시와산문』은 그 존재 자체로 문학과 문화 수준을 향상하는 데 이바지해왔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3-3.
문예지의 역할 활성화와 작가들의 창작환경의 상관관계와 우리 문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시와산문의 사회적 효용과 가치.
현재 2대 발행인인 장병환 이사장은 2016년부터 올해 2023년 제8회에 이르기까지 1.8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필력 있는 문인발굴과 양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로 문인을 발굴하는 『시와산문』의 신인문학상 현상공모는 다른 매체에서 1년에 1명밖에 뽑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예비 문인을 한 명이라도 더 발탁하고자 해마다 시와 수필 등의 분야에서 각 세 명씩 작가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실력을 갖춘 문인들의 희망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발행인 장병환 이사장은 시와산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계간 『시와산문』과 같이 29년 동안 118호가 넘는 문예지를 결호 없이 발간해 온 꾸준한 역사를 지닌 문예지가 별로 없습니다. 1대 발행인이 작고하시면 보통 종간되는 현실 속에서 그 역사적 존재가치와 정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제자에 의해 그리고 그 조직을 떠나지 않는 회원들에 의해 유지되고 존속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입니다. 아무리 문학이 척박해진 첨단의 열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문학의 발전과 문예지의 존속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는 한 그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간 『시와산문』과 사단법인 시와산문문학회의 존재는 『시와산문』의 발전 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한 『시와산문』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우리 문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문예지로써 의미를 지니며 사회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학 전문지로 우뚝 설 것이라 믿습니다.
4. 나가며
『시와산문』과 인도네시아 문학단체 SKSP와의 교류를 통한 두 단체의 지평 확대가 한국문학과 인도네시아 문학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
- 양국 문학과 문화의 확장. 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을 개척하는 디딤돌이 되기 위한 두 문학단체의 교류 확대 및 발전 도모.
현대문학사를 돌아볼 때 한국은 다분히 구미歐美문학의 편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계 문학작품을 접하거나 교류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요.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과의 교역은 해가 지날수록 그 양과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류’ 등의 문화는 나름대로 소개되고 있으나 대중문화를 제외한 문화들은 거의 교류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문학단체 간 교류는 매우 의미 깊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간 최초의 문학 교류라는 점 또한 서로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양국 문학단체가 문학 및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의 국경을 초월한 지평 확대를 이루는 것은 각 단체 문인의 자부심을 고취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서로의 문학세계를 통해 문학적 정서도 새롭게 환기하고 국내 최초 양국 간 교류를 주도한 문학단체라는 가치 또한 널리 인정되어 피차 양국의 문학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21세기 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을 개척하고 새로운 문학 운동을 주도하는 문학단체로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