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었다.
내 생애 이렇게 단기간에 초죽음을 맞이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싶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수영장다닐때 매일매일 무지 힘들게 강사들이 훈련(?)을 시켰던 것에대해 넘 고맙게 생각한다.
그때는 생각하길... 먼 jiral...할려구 비싼 돈 내구 이러구 있나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만들었던 끈기와 집념이 이번 무박당일 종주를 가능케했었나보다.
아~
이 편안함...
6월 5일...
노을비님(남) 새벽숲길형(남;줄여서 숲길형) 마리안나님(여;줄여서 마리님) 그리고 미카(남)...
'짙푸른 꿈'을 안고 전라선(종점 여수)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 배웅나온 야누스님과 멍멍을 뒤로하고서 기차로...
18:50분 서울발 여수행.
목적지는 구례구역.
예상소요시간 약 5시간.
기차에 올라보니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타 있었다.
우린 딱히 정해진 자리가 없어서 5호차와 6호차 사이의 통로에 자리를 잡았다.
이럴땐 미니방석이 최고다. 난 고향에 다니며(특히 명절에) 좌석없으면 통로에 앉아서도 다녀보곤 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었는데, 마리님은 그런게 첨이라서 마냥 신기해한다.
통로에서 우린 기차 타기전에 숲길님과 마리님이 준비해주신 햄버거와 캔맥주를 들이키며 일단 허기를 채우고... 조치원에서 노을비님이 합류... 님이 준비해 오신 정말정말 맛있었던 인삼주(집에서 5년숙성시킨건데 술보다 인삼을 더 많이 넣고 만들어서 맛이 캡이었다)를 홀짝홀짝 다 마시고... 쫌 부족하다 싶어서(^^) 내가 준비해온 매취순(그것도 5년숙성이네그랴)을 조금씩 돌려마시다보니 그만 다 마시게된거구...ㅡㅡ;
야누스님이 싸주신 매실주도 조금 마시고...
흐흐흐~ 이 야누스님이 주신 매실주 남은거는 훗날(?) 나의 정상주가 되었다.
그러구러 기차바퀴는 말릴 틈도 없이 굴러가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구례구에 도착... 첨 그런 여행을 해보신 마리님은 힘들어 하셨다. 내일의 힘들 일정을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불편한 자세로 내려간다는게 부담스럽긴 했다.
밤 11시 45분쯤에 도착한 후 대합실에서 다들 짐을 다시 제대로 정리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숲길형은 어느새 대기중인 택시에 가서 차비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왔다.
"야~ 화엄사까지 만원이라네~" 하며 좋아한다.
어쩐지 잘된다 싶었다. 준비를 마친후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우거지해장국을 먹었는데, 된장맛이 참 좋았었다. 식사를 한 후 나오며 노을비님이 이러신다.
"난 해장국을 5천원씩이나 주고 먹어보긴 또 첨이네"...
"관광지라 그러는거 어쩔 수 없겠지?"... 자기가 얘기하고 답까지 다 내린다. 후후후~
택시 한대루 화엄사에 도착...
경내와 주차장등은 짙은 어둠에 눌려서 을씨년 스럽기까지 하다.
택시는 경내로 거침없이 들어가 등산로 초입에 정확히 내려준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베리아 수용소 탈출에 관한 책인 [얼어붙은 눈물]의 밀로셰비치(어느새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를 떠올리며 우리는 그의 160분의 1정도밖에 못미치는 길을 떠나려한다. 장장 8,000km를 탈출했던 밀로셰비치... 그들을 따라 함께 길을 떠나 결국은 고비사막을 넘지못하고 죽어갔던 사랑스런 나의 크리스티나... 이젠 그를.. 그녀를... 느껴보자...
+++++ 00:42 화엄사를 오르다(산행시작) +++++
[화엄사 -->> 노고단산장]
거리 6.0km
일반소요시간 3시간 40분
대열은 숲길형 나 마리님 노을비님 순이었다.
부등반대장이 선두... 등반대장이 마지막에 서는거니깐 노을비님이 대장??^^
500m쯤 올랐을때 갑자기 마리님과 노을비님이 잠깐 서보라며 부른다.
야누스님이 빌려줬다던 손으로 드는 랜턴이 말썽이다.
헤드랜턴 없었냐고 물으니 야누스님이 그거보다 이게 더 편하다고 가져가래서 가져왔단다. 이런...
내가 필수 준비물 첫번째로 올렸던게 헤드랜턴인데...
야간 산행을 적어도 4시간 30분은 해야하는데 큰일이다.
고쳐볼려고 했지만 결국 안되어서 포기하고 대열을 다시 짰다.
숲길형 마리님 그리고 측면뒤에 미카(불빛을 비춰주기 위해) 후미에 노을비님..
오르다보니 이정표가 간간이 나오는데, 어느 이정표인가 약간 돌아가있는것처럼 느껴져서 무심코 "저 이정표 누가 돌려놓은거 갔다"고 했더니 마리님이 심하게 놀란다. 응? 왜 놀라지? 생각해보니...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싶었다. 하하하~
또 가끔 놀랐던건 고양이 눈빛들이었다. 파랗게 반짝이며 우릴 쳐다보던 그 눈들... 섬짓했다.
참, 이 길은 자연학습탐방로로 꾸며져서 낮에 오면 군데군데 숲에 관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알게 해주는 안내판들이 있는 길이다.
^^^^^ 03:40경(미카생각) 노고단산장도착 ^^^^^
산장에 도착해서 우린 준비해온 행동식도 꺼내 먹고, 물도 보충을 했다. 노고단 산장은 취사장에 고맙게 식수가 나온다.
물뜨러 취사장 들어가니 몇명이 침낭으로 자고 있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조용히 물만 떠왔다.
마리님이 전날 잠도 별로 못잔데다 오는것도 힘들게 와서, 야간 운행을 시작하니 힘들어 한다.
마리님께 벤치위에서 잠깐 눈좀 붙이도록 하고 우리도 잠시 쉰다.
휴식후 내가 준비해간 육포를 적당히 꺼내서 4등분 한후 나눠준다.
"심심풀이 육포에요~ 가면서 먹읍시당~"
+++++ 03:55경(미카생각) 임걸령으로 출발+++++
[노고단산장 -->> 임걸령]
거리 4.5km
일반소요시간 1시간 50분
이 길은 종주능선 중에 가장 폭신(?)하고 평탄하며 편한 길인것 같다.
중간에 돼지령(원추리뿌리를 캐먹으려는 멧돼지들이 많이 출현해서 유래됨)을 통과하는데, 돼지등을 밟고 가기에 폭신한가..? ㅡㅡ;
종주구간 대부분이 바위나 자갈바닥인데 이곳만 바닥이 대부분 흙으로만 되어 있어 폭신하다고 느끼게된다.
이 길에서 우린 첫번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었다.
그것은..
졸음이었다.
가다보니 너무 졸렸다.
사방이 아직 칠흑같이 어둡기 때문에 올라왔던 대형 그대로였다. 앞에가는 숲길형은 별로 졸려보이진 않았는데 나머지 우리 세명은 너무너무 졸렸다. 마리님은 졸려 발을 헛디뎌서 몇번인가 넘어질뻔 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대론 못가... 어디에서 단 몇분이라도 자야되...
^^^^^ 05:00경(미카생각) 임걸령도착 ^^^^^
샘터에서 물을 보충한 후, 행동식 조금 먹구 얘기를 서로 해보니 이대론 졸려서 능률도 없고 힘들겠다고 한다. 다들 30분간만 자기로 하고 내 핸펀으로 시간을 맞춰놓고 잤다. 그 임걸령 넓다란 바위위에서 나와 마리님은 내 판쵸우의를 넓게 펼쳐서 함께 자고, 숲길형과 노을비님은 각자 알아서 자게 되었다. 근데 바위가 너무 차가와서 선잠을 잤나보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주위가 약간 소란했다.
토욜낀 연휴라서 많이들 종주하러 왔나보다.
내 핸펀 알람소리에 다들 눈비비고 일어나 노을비님이 마침 준비해오신 작은 코펠과 가스버너로 역시 님이 준비해오신 야채죽 2봉지(1봉에 2인분)를 넣고 끓였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숲길형이 그랬다.
"야 이거 괜찮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단독종주할 때 써먹어야겠다.
임걸령은 지리산 중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곳인데, 종주에 대한 부담감때문이었는지 주변경관은 별로 보지못했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이렇게 하다간 오후 3시에 천왕봉도착도 힘들거 같았다.
숲길형이 예정보다 1시간 40분정도나 뒤쳐졌다고 한다.
이런...
임걸령(林傑嶺)은 조선조때 활개치던 초적두목 임걸년(林傑年)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한다.
저 시대땐 이름에 년(年)자를 많이 넣었나보다. 나쁜 년(年)들...ㅡㅡ;
임걸령은 그옛날 화랑들의 연마도장이었기도 하다.
+++++ 05:50경(미카생각) 삼도봉을 거쳐 화개재로 출발 +++++
[임걸령 -->> 화개재]
거리 4km
일반소요시간 1시간 40분
날이 계속 구름이 끼어 있어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이젠 사물을 완연히 식별할 수가 있어서 헤드랜턴도 배낭에 넣고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마리님도 이제부턴 날아갈 수 있을거라 한다.
그래요, 열심히 갑시당~
시간이 촉박했다.
숲길형과 난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마리님과 노을비님은 뒤에 왔다.
숲길형과 난 거의 뛰다가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하며 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거림산우회(충청도에 있는걸로 예상)에서 버스를 두대나 보내서 종주할 사람들을 모집한 후 성삼재에서 풀어(^^)놓았었다. 어쩐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고 있더라니... 게다가 여수에선 여수마라톤동호회에서 버스 한대 대절해서 그들도 성삼재부터 종주를 들어갔던 것이다. 그 분들은 마라토너답게 산행복장이 아니라 마라톤복장에 미니배낭 하나씩매고 줄을지어 등산로를 뛰어가는것이었다. 비켜주느라 바빴다. 숲길형과 나도 스피드하면 저리가란데, 그들은 우릴 길가쪽으로 보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근데...
진짜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잘가던 숲길형... 갑작스레 스피드가 줄어든다.
알고보니 속이 무척 안좋아졌던 것이다. 그래서 약간 천천히 가던중 설상가상으로 길을 잘못들어(중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버림) 반야봉쪽으로 올라가버렸던 것이다. 약 400m정도 올라가다가 왠지 이상하다싶었는데, 중간에 이정표가 나오는거보고 우린 맥이 풀렸다.
반야봉 0.8km... 허미... 빠꾸빠꾸~^^
약 20분정도를 허비하고선...
다시 삼거리로 와서 주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야, 마리랑 노을비님 지나 갔을까?"
"갔겠죠, 형"
"마리야~!!" 숲길형이 불러보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이상한 소릴 지른다고 킥킥거린다. 아마 이렇게 들었었나보다.
"(성모) 마리아!!"
참, 삼도봉은 예전에 원래 명칭이 <낫날봉>(낫의 날과 같은 모습이다고)이었었는데, 등산객들 사이에서 와전되어 <날라리봉>으로 불리는 바람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삼도봉>으로 개칭했었다.
화개재를 지나며 숲길형이 그런다.
"저쪽(북쪽;남원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뱀사골 산장이야"
"아예~"
그 산장은 아직 가보질 못했다. 언젠간 갈 때가 있겠지?
화개재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나무로 된 등산로를 만들고 있었다.
^^^^^ 06:45경(미카생각) 화개재도착 ^^^^^
우린 화개재를 빠르게 지나쳤다.
시끄러운 발전기 소리에다가 인부들 작업하고 있는 어수선한 곳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었다.
+++++ 06:45경(미카생각) 연하천으로 출발 +++++
[화개재 -->> 연하천산장]
거리 7km
일반소요시간 2시간 15분
또 계속 가다보니 숲길형이 드뎌 못참게 되었다.^^
형은 숲으로 들어가고..."형, 저 먼저 가고 있을게요"
이젠 혼자다.
이제 나만의 페이스로 나가볼까나..?
사실 누구 뒤를 따라간다는건 힘든거다.
그때는 내 페이스라는게 없기 때문이다. 난 빠른 걸음으로 가고픈데, 앞사람이 뛰면 그래야 하고, 여기선 속도를 더 낼 수 있는데도 걸으면 따라서 걸어야만 하고...
그때부터 내 스타일대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음은 조급했다.
가다보니 노을비님이 천천히 앞에 가시는게 보였다.
마리님은 우리가 먼저 간 줄 알고(노을비님도 그렇게 생각)먼저 앞으로 나가셨다한다. 자초지종을 얘기한 후 난또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가다보니 마리님이 가시는거다.
천천히 가다가 사람들이랑 함께 가실거라고 한다.
난 또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사라졌다...
이 길은 지난 겨울 지리산 종주할 때 숲길형이랑 둘이 빠르게 반러셀 하다시피하며 지나갔던 곳이다.
'햐~ 겨울이랑 여름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거구나~'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여름의 이 아렷한 푸르름...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연하천에 도착하기 전엔 상당히 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힘들지만 반가운 계단이 아닐 수 없다.
연하천에 들어서며 걸으면서 핸드폰을 꺼낸다.(시간을 아끼기 위해)
구간 기록 점검을 숲길형이 했었는데, 형은 없고... 난 펜도 없고해서 핸펀의 메모장에다가 기록을 하기로했다.
지금부터의 시간 기록은 실제 기록이다.
몇시몇분경 미카생각...이런게 아니란 얘기다.
^^^^^ 08:14 연하천산장 도착 ^^^^^
고마운 물만 채우고서 바로 사라진다.
연하천에 참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다는 생각밖에 없다.
+++++ 08:15 벽소령으로 출발 +++++
[연하천 -->> 벽소령]
거리 5.5km
일반소요시간 1시간 20분
한참 가는데 어느분이 길을 묻는다.
"이길이 벽소령 가는 길 맞아요?"
"예, 여기서 아마 벽소령산장 보일걸요?"
하며.. 내가 방향을 가리키니 저멀리 벽소령산장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 네~"
내가 지리산에서 길을 일러줄 때도 있구나...^^
종주하다가 저멀리 보이는 산장...
난 그 장면을 사랑한다.
세석못가서 중간에 저 멀리 장터목산장이 보이는 곳이 있다.
이 두 장소를 좋아한다.
두 바위가 마주보고 서 있는 형제봉을 지나 내려가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 일명 "내바위"라고 숲길형이 얘기하는 바위가 나온다.
여기가 형제봉이다.
멀리의 경관을 한눈에 보고싶다면 이곳이 난 젤 괜찮다고 생각한다. 벽소령 산장도 보이고 말이다.
지리산에선 산장이 보이는 곳이 젤 아늑하고 포근하고 좋다.
^^^^^ 09:04 벽소령산장 도착 ^^^^^
숲길을 오랫동안 헤쳐나오다 보면 넓은 공터에 갑자기, 떡 들어선 벽소령산장을 만나게 되는데, 이땐 가볍게 흥분된다.
바로 베낭을 펼쳐본다.
뭔가 먹어야 할 것 같다.
점점 지쳐온다...
펼쳐보니 마리님이 넣어주셨던 참외가 하나보인다.
땀 닦던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은 후 껍질 채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기가 막혔다. 천상의 맛이었다.
육포를 꺼낸 후 조금 떼어 먹으며 꺼놓았던 핸펀(켜놓아봤자 수신도 안되고 밧데리도 금방 닳아짐)을 켜고 장소와 도착시간 그리고 출발시간을 입력시킨다.
물이 부족하다.
벽소령에선 물뜨려면 저 밑에까지 내려가야한다.
그러기 싫었다.
가다가 선비샘에서 뜨기로 하고 바로 출발...
+++++ 09:16 세석으로 출발 +++++
[벽소령산장 -->> 세석산장]
거리 6.5km
일반소요시간 3시간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올랐다.
하지만 등산로는 푸른 나무에 뒤덮여 여름이지만 그리 덥지 않음을 느끼며 나아간다.
간간이 그 마라토너들이 떼지어 달리면 비켜주기도 하며 길을 나아간다.
내 스피드가 워낙 빨라서 그 마라토너들 외의 일반 등산객이 내 시야에 들어오면 무조건 추월하게 된다.
발바닥과 발가락이 점점 아파온다.
약간의 탈진 징후도 느껴진다.
하긴 이토록 많은 땀을 흘렸으니...
세석에선 꼭 양말을 갈아신어야겠다. 염분도 충분히 보충해야겠다.
선비샘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이 많이 앉아서들 쉬고 있다. 중간중간에 있는 샘터들에 정말 고마움을 느끼며 물만 보충한 후 뒤도 안돌아보고 출발한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아뿔싸...
졸음이 쏟아졌다....
힘들었다.
칠선봉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저멀리 장터목 산장이 보인다.
난 지금 세석도 못갔는데...
그래도 장터목이 보이니 너무나 반가웠다.
드뎌 힘겹게 세석에 도착했다.
이번 여정중 이번 구간이 대원사 하산코스 다음으로 힘들었던거같다.
^^^^^ 11:02 세석산장도착 ^^^^^
세석은 산장들중 가장 빼어나고 웅장한 모습이다.
발가락과 발바닥이 아프다. 많이 탈진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충분히 쉬어야만 할거 같다. 의무적으로...
근데 샘이 좀 멀다. 80m쯤? 하는 수 있나... 내려갔다.
아이스티홍차를 한컵에 두개씩 풀어서 두번이나 마신후 소금을 풀어서 또 마셨다.
내가 홍차 타는 것을 어떤 아저씨가 유심히본다. 물으면 가르쳐드릴랬더니 혼자 이러구 가신다. "포도당이구나, 포도당..."
참내...
듣고만 있었다.
하긴 포장지 상표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으니...(Lipton ICE TEA)
난 계속 거기(샘터 근처)에서 쭈그리고 앉아 남은 육포도 떼어 먹고, 아까 먹은 소금기를 좀 가시게 하려고 홍차도 다시 한번 타 먹으며 그러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또왔다.
"포도당 맞네..."
난 또 듣고만 있었다.
발만 보고 그 아저씬줄 알았다. 그러다가 또 그냥 가신다.
얼굴을 들어, 보고싶었지만 햇볕도 따갑고 잠을 못잔 상태라 목도 아프고 해서 굳이 그러기 싫었다. 말할 힘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긴 하다.
갈색 포도당도 있나? 포도당은 무색인데...
분명한건 그 아저씬 의료계통에 안계실거라는거다.
그곳에서 충분히 쉬었다.
산장의 2층 매점에서 컵라면(1,500원)과 참치죽(2,500원)을 사갖고 1층 그늘로 와서 맛나게 먹었다.
양말도 갈아신고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 11:50 장터목으로출발 +++++
[세석산장 -->> 장터목산장]
거리 6km
일반소요시간 2시간
등산객들로 소란한 촛대봉을 지나 계속 가서 삼선봉을 넘어가니 어떤 많은 분들이 날 붙잡는다.
사진좀 찍어달라고... 뒤에 바위좀 잘 나오게 찍어달라고 그러신다.
"아예~"
기가막히게 한장 박아주고 또 길을 떠난다.
세석까지가 가장 힘들었다면 세석에서 장터목까진 정말 신남 그자체였다.
두 다리가 제 스스로 장터목으로 찾아가는것 같았다.
마치 10년만에 고향집으로 달려가는 한 청춘처럼 말이다.
탈진했던 체력도 다시 돌아왔고 몸은 너무나 가뿐해 있었다.
역시 소금과 아이스티홍차를 가져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하봉을 넘어가니 저 밑에 장터목이 보인다!!
와아~~~~!!
다 왔다!!
난 목이 메었다.
이 얼마만이냐 장터목아...
^^^^^ 13:00 장터목도착 ^^^^^
장터목은 북쪽의 마천(馬川) 주민들과 남쪽의 시천(矢川) 주민들이 만나 장을 이루었던것에 기인한다.
과연 장터였다.
천지가 검정바지들이었다.
물을 일단 뜨러 30m아래 샘터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물뜨고 올라오다가 옛친구를 만났다.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떻게 돌아가냐구 했더니 왔던길(중산-장터목-천왕봉)로 다시 간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바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 있어요. 그리루 가요"
"아, 그래요?"
헤헤 지리산에서 길 두번 가르쳐줬다.
그 친구와 작별을 한 후 난 또 오른다...
+++++ 13:10 천왕봉으로 출발 +++++
[장터목산장 -->> 천왕봉]
거리 2.7km
일반소요시간 1시간
이제 다 온거나 마찬가지다.
흐흐흐...
말 그대로 쏜살같이 내쳤다.
지금까지의 운행중 이때보다 더 빨랐던 적은 없었던거같다.
^^^^^ 13:45 천왕봉도착 ^^^^^
크크크~
드뎌 왔다.
근데 난 그때 까지 시간 체크는 했었어도 시간 개념은 없었다.
시간이 궁금했다.
천왕봉에서 시계가진 분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47분이랜다.
"2시 47분요?"
"아뇨, 1시 47분요"
속으로 외쳤다. 끼얏호~!!!
난 너무 늦으면 차시간 때문에 대원사로 못갈까봐 너무나 걱정 했던터다.
'중산리야 저리 사라지거라...'
이젠 대원사로 갈 수 있다!!
음화화하~
응디 잠깐 붙이고, 천왕봉 정상비석에서 사진찍고있는 사람들좀 구경하다가, 방향을 물어물어 대원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13:48 대원사로 출발 +++++
[천왕봉 -->> 대원사]
거리 11.7km
일반소요시간 6시간 30분
드뎌...
미지의 땅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대원사로 내려가본적은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마의 구간.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한 참 올라가니 중봉이 나왔다.
그곳에서 제대로 된 정상주이자 하산주를 마시기로 했다.
야누스님이 싸주셨던 매실주를 꺼내보니 많이 남아 있었다.
작은 PET병에 2/3이상이었다.
마저 남은 육포를 안주삼아 발밑으로 보이는 대원사 계곡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여기서 환상적인 안개쇼를 보았다.
길게 쭈~욱 밀고 올라왔다가 벽송사 쪽으로 사라지고... 다시금 반대로 벽송사쪽에서 밀려오는 안개들... 그들중 한무리는 높이 치솟더니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마치 적란운의 생성과정을 보는거 같았다.
거기서 한 30분정도를 쉰 후 장도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아~
대원사코스...
정말.. 무지무지무지 지루하고... 멀고... 험하고... 가파르고...
다시는 그 길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이미 수십킬로미터를 온 피곤한 다리로 그 가파르고 머나먼 내리막길을 내려올땐... 이것이 마지막 시련인가 하는 생각마저 했다.
근데 문제는 화엄사코스처럼 계속 내려가는것이 아니라 가파른 오르막도 자주 맞닥뜨리며 행자의 다리를 짖누른다는것이다.
이 대원사 코스는 하산하기엔 너무나 좋지 않았다.
그 가파름..
그 오르내림..
그 지겨움.........
오르는 것만 추천하고싶다.
절대 내려갈 곳이 아니었다.
어쩐지 그 쪽으로 내려가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때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때까지의 길이보다 좀더 길게 한 후 내리막을 짚으며 내려가는데, 만약 이거 없었다면, 피곤한 몸으로 이런길 어떻게 내려가나싶었다.
가까운 시내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진주라고 한다.
진주에 갈려면 대원사에서 2.2km(거기에 써있음)더 가야 시외버스 정거장이 있다고 한다.
허미...
난 도저히 더이상 걷기가 싫었다. 택시는 안오고...
차를 얻어 탈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어떤 아저씨 두분이 주차장의 조그만 트럭에 오르신다.
난 기회다 싶어 정거장까지 적재함에라도 좀 태워달랬더니 그러면 위험하기도하고 또 누가보면 뭐라그런다고 하신다.(아마 택시기사들이?)
트럭은 갈려고 방향을 잡고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구세주의 목소리!
"그냥 탈려면 타"
"아예~"
난 적재함에 순식간에 올라탔다.^^
도착해서는 "고맙습니다" 인사꾸벅~
아저씨들도 웃으며 끄덕끄덕~
정류소에서 버스표를 사고 쥬스하나 사먹고, 차는 안왔지만 차표끊고, 슈퍼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잠들어버렸다.
"빠앙~!"
버스가 왔던거다. 놀라서 얼른 뛰어갔다.
그 정거장에서 첨에 얘기 했던 버스들을 보았었다.
거림산우회의 버스 두대와 여수마라톤동호회버스 한대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도중 사람들이 많이 보고팠다.
근데 회사일이 밀려서 당분간은 좀 힘들거 같고 나중에 만나면 진하게, 이번에 못한 뒷풀이겸 한잔 할 생각이다.
정말...
내 짧은 인생에 좋은 경험을 참 많이 한 날이었다.
다시 한다면 이젠 역으로 종주를 하고싶다.
대원사의 그 가파른 길로 올라서 화엄사로 하산 하리라...
그리하여 거꾸로 가는 맛에 대해 또 생각해보리라...
넘 좋다.
사람들이 좋고... 사랑스런 이들...
그리고 지금은 너무 편안하다...
ㅂ ㄱ ㅅ ㄷ.......
ps. 이번 여정을 정리해보니 이렇게 되더군요.
총 연장거리는 54km(구간구간을 더한것임)
일반 소요시간은 23시간 15분
이번 제가 간 산행에선 17시간 3분 걸렸네요..
혹, 저처럼 어쩌다가 한번 빡씨게 해보고픈 분을 위해 올려봤습니다...
첫댓글 내가 뛰었던것 처럼 숨이차네요. 헥 헥~~~ ^^ 40분 정도는 님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겠는데... 뒷일이(4일 탈진.. 정도..) 무서워서 기냥 지금처럼 살렴니다. ^^; 잼난 글 감사!!
스스로의 한계를 느낄수있다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되죠 오로지 스스로의 몸과 가슴만이 알수 있는 경험이아닌가 생각합니다 멋진 산행 ㅊㅋ 합니다
축하함다 대단한 산행을 하셨군여....담엔역종주를 하신다구여...역종주도 해볼만함다...그런데 총거리는 46.2km임다
정말 대단들 하시니요...~~
감사히 읽었습니다.낼 종주(화엄사출발)할건데 두번째라서..아직 미흡한지라 구석구석 님들 발자취 공부중입니다...아주 유익한 정보였습니다...전 2박3일 인지라 여유가 많을것같아요 님...감사합니다 담에 산에서 뵙게되길 빌며.......
무사히 종주를 마치셨군요...축하 드립니다..짝짝짝... 전..장터목까지...^^가서 중산리로 내려 왔습니다.아쉬움을 뒤로하고..천황봉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죠.축하드립니다.
아네 그게 46.2km군요. 지리산365란의 106번글과 다른 자료들을 참고삼아 더해보니 54km가 되더라고요. 담에 대원사-화엄사 갈땐 이정표를 샅샅이 파악해서 거리를 다시한번 검토해봐야겠어요~ 옛날엔 거리가 상당했는데 근래엔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어 줄어들었다고도 하고... 암튼 거리 점검을 위해서라도 다시가봐야~^^
제가 이렇게 무리한 산행을 자꾸 계획하는건... 단 한가지 이유에요~ 근무때문에 시간이... 즉, 연휴가 없는 일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네요...ㅡㅡ; 이번 산행도 담날 바로 출근 했다는거 아닙니까... 토욜에 말이죠.. 게다가 일욜도 일했궁........ 미티미티~
정말 대단한 체력과 인내심이십니다...님은 다지신 체력이 있다래도 나머지 여자분들이 참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네요 모두들 ^^
넘 부럽네요 정말 대단한 정신력입다 마지막 하산했을 때의 기분 정말 부럽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