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학교시설 공간 재구조화 사업 대상이 되었다. 이 사업은 지난 몇 년간 그린 스마트학교 사업으로 추진되어 왔던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점이 발견된다.
학교시설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철학은 인구 소멸과 학령 인구 감소, 디지털 소양이 강조된 새로운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다.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학교시설의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눈여겨볼 사항은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에 학교 사용자의 의견을 사전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사업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공간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와 필요성,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내 관련 구성원들로 모인 전담 협의체가 사전 기획의 주체가 된다. 얼마나 구성원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지는 전담 협의체의 역량에 달려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인사이트 투어(insight tour)가 시작된다. 학교 공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통찰을 얻는 시간이다. 이미 진행된 다른 학교로 찾아가 공간 구석구석을 돌아볼 예정이다. 인사이트 투어로 공간 감수성이 틔워지기를 바라본다.
이미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작한 공간 혁신 사업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공간 혁신의 사례를 담아낸 이 책이 40년 이상 된 노후화된 학교시설을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맞게 탈바꿈하는데 참신한 인사이트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공간 혁신을 주도하거나 함께 했던 분들이다. 교육적 관점으로 학교 공간을 새롭게 한 이들의 사례가 그 어떤 자료보다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들이 공간 혁신을 위해 연구한 부분을 정리해 본다.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데 있어 근간이 되는 철학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에드워드 홀은 공간을 인간의 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파악했다. 공간의 한자어를 보면 관계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교의 공간도 권위적인 구조에서 학생 중심의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기획 단계에서 학생 사용자를 참여시켜야 하는 이유다. 학교 교육계획에도 공간 혁신을 위한 방향성을 담아내야 한다. 학생들은 새로워진 공간에서 심미적 감수성과 공동체 정신을 배워갈 수 있다. 학교 공간을 학생의 삶에 기여하는 학습 경험 공간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
"공간 심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은 우리의 자전적 기억과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는 그 공간 안에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을 배워 나간다."_72쪽
학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어떤 곳일까?
지금껏 학교에 머물면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이었을까?
학교에는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우리 삶이 더 좋아지려면 학교에 어떤 공간이 있어야 할까? _73쪽
학교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현관의 공간 재구조화도 필요할 듯싶다.
"현관은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 그리고 지역 사회 이웃들을 환대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공간이어야 함" _117쪽
"학교의 모든 공간은 학습, 생활, 소통, 놀이 등 다양한 용도의 공동 공간이 되므로 가구 하나라도 섬세하게 선택하고 배치해야 한다" _118쪽
"학교 도서관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지역 시민들과 함께함으로써 평생 교육 시설의 몫을 담당하는 공공적 역할도 맡고 있다" _126쪽
"학교 공간은 교사, 교과서에 이어 제3의 교사로 불릴 만큼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에브람스)" _4쪽
다만, 학교 구성원들이 공간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학생들을 위해 수고스럽더라도 공간을 배움의 공간, 소통의 공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자발적 노력과 열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귀찮은 일로 생각하고 남의 일처럼 여기는 한 사용자의 창의적인 의견을 담아낼 수 없다. 이것이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