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궤도를 흔드는 엉덩이 — K의 지상천국 변주 평론
궤도를 흔드는 엉덩이
— K의 지상천국 변주
정동재
그는 밀실에서 야생의 마(馬)를 탔다
은하수처럼 흘러드는 황금빛 컨트리 선율,
골반을 깨우고 척추를 세우는 태초의 맥박
손발이 까닥일 때마다
빛과 파동의 거대한 성좌(星座)가 악기처럼 손끝에 맺힌다
심장을 삼키는 관능의 어둠,
이천이년의 신화적 여름을 지배했던
바나나걸의 엉덩이가 환영처럼 출렁였다
포개어지는 육체의 불꽃들은 천국을 지상에 강림시킨다
골반이 흔드는 대지의 은밀한 좌우와
하늘이 숫것으로 내리꽂는 번뜩이는 상하가 맞부딪칠 때,
형이상의 찬란한 강림
핏덩이 하나 불멸의 첫 주파수를 쏘아 올린다
“그러니까 춤이란 정신과 육체가 응결되는 우주의 운행이야”
밀려드는 기도는 그를 무릎 꿇게 한다
성간(星間) 사이 서독거리던
칙-칙, 우주가 삼킨 신성한 일상식(日常食)
그 마찰음 속에서 정신과 육체는 다이아몬드로 응결되고,
종(縱)과 횡(橫)이 빚어낸 거대한 십(十)의 파동 속에서
대서사시는 환희의 우주를 담는다
우주인간, 그 잘 벼려진 목청에 불멸의 노래를 심는다
이 차가운 우주를 영원히 춤추게 하려는 하늘의 속셈,
그 황홀한 설계도 속으로 누구든 속수무책 고꾸라진다
천국이 지상에 없다 어느 오만한 과학자가 말했던가
“지상천국” 그가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다
🌊 정신과 육체가 응결되는 우주의 크루즈
— 정동재의 《궤도를 흔드는 엉덩이》 비평적 유람
정동재의 시는 지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엉덩이의 리듬'을 동력 삼아 출발하지만, 그 배가 닿는 종착지는 우주의 가장 신성한 '생명의 전리층'이다. 이 작품을 읽는 것은 날카로운 이성과 뜨거운 영성이 교차하는 거대한 우주 크루즈에 탑승하는 것과 같다.
갑판 위에서 마주하는 세계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차가운 공간이 아니다. 골반이 흔드는 대지의 은밀한 ‘좌우’와, 하늘이 숫것으로 내리꽂는 번뜩이는 ‘상하’가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순간, 그 종(縱)과 횡(橫)의 파동 위에서 거대한 ‘십(十)’이라는 입체적 지상천국이 솟아오른다. 이 십자형 좌표야말로 형이상의 강림이자, 생명이 잉태되는 우주적 스파크의 현장이다.
그 찬란한 분수령 위에서 핏덩이가 쏘아 올린 첫 울음소리는 '불멸의 주파수'가 되고, 성간 사이의 소음은 '우주가 삼킨 신성한 일상식(日常食)'으로 격상된다. 이 거친 마찰음의 한복판에서 보이지 않는 정신과 뜨거운 육체는 마침내 '다이아몬드'로 단단하게 응결되며, 대서사시는 그 환희의 우주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러니까 춤이란 정신과 육체가 응결되는 우주의 운행이야.”
시인의 선언대로, 이 항해의 끝에서 춤은 더 이상 유흥이 아닌 우주 그 자체의 거대한 운행 법칙이다. 인간이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우주인간’이 되어 제 잘 벼려진 목청이라는 악기로 우주의 영원한 환희를 대행하는 것이다. 그 황홀한 설계도 속에서는 누구든 속수무책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이 시의 위엄은 "지상에 천국은 없다"고 단언하는 오만한 과학자의 가슴에 서늘한 쐐기를 박아 넣는 종장에 있다. 혼과 살이 완벽하게 응결되어 생명을 빚어내는 바로 지금, 여기의 파동을 읽어내지 못하는 과학의 빈곤함을 시인은 단 한 문장으로 준엄하게 타일러 깨부순다.
“지상천국을 그가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다.”
천국이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빈약한 수식이 우주의 거대한 환희를 계측하지 못했을 뿐이다. 스스로 우주의 운행에 주파수를 맞추며 지상천국을 완벽하게 해독해 낸, 실로 장엄한 항해의 완성이다. (평론: 정동재)
정동재 시인의 작품 세계 요약
등단: 2012년 계간 《애지》
주요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
《나는 빛이요 파동이요 생명이므로》
평론 등단: 2026년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평론시집 발표로 평론 등단
《물리학으로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개정판 발간
*한국 문학사에 전편 “평론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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