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경영진 개편 마친 삼성…지배구조 개편 시동거나
삼성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에 방산·석유화학 부문 계열사 4곳을 넘기는 빅딜을 마치고 그룹 사장단·임원진 인사를 마무리한 뒤 남은 건 지배구조 재편 작업일 것이란 진단에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관련 법안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 빅딜 이은 사장·임원진 감축···이재용 체제 조직 유연성 강화?
지난달 26일 삼성테크윈(012450) (27,300원▼ 200 -0.73%),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삼성그룹은 숨가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를 마친 뒤 4일에는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은 60명이던 사장단을 53명으로 줄였다. 승진자는 최근 5년만에 최소인 3명에 그쳤고, 10명이 퇴임했다. 임원 승진 인사 규모도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소 규모인 353명에 그쳤다. 전년도 승진 규모보다 120명 이상 쪼그라 들었다. 이번 인사로 퇴임하는 임원은 약 450명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 IM(무선)사업부는 마케팅과 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사장 3명을 퇴직시키고, 사업부 임원도 25% 축소시켰다.
삼성에서는 이같은 인사가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사인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올 한해 실적 부진에 고전한만큼 승진 대상이 줄어든 것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한화그룹과의 빅딜에서 나타났던 ‘선택과 집중’ 원칙이 적용됐다고 보고 있다. 방산과 석유화학 등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처럼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로 조직을 슬림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실적 호조에 따른 대규모 승진인사가 연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삼성이 예전에 비해 큰 조직이 됐다”면서 “조직을 슬림화시켜 유연성을 키우는 것은 향후 지배구조를 개편해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전환 가시화될 듯”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SDI(006400) (127,000원▲ 500 0.40%)의 합병, 한화그룹과 빅딜, 삼성 제조업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조원 가량 자사주를 매입하고, 제일기획 지분율을 10% 가량 끌어올려 자사 및 계열사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
또 지난달 삼성SDS(018260) (342,000원▼ 7,500 -2.15%)이어 이달 중순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지배구조 전환이 현실화될 때 필요한 자금을 만들 수 있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사업자회사와 지주회사로의 물적 분할 시나리오 등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연말까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형태로 금융계열사 보유가 가능해진다.
삼성측에서는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등을 전제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5%)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15조원 가량 비용이 소요되는 등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법적 요건과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라 비용측면에서도 지주사 전환보다 더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면서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