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에 황금색 봉황을 선명하게 새겨넣었다. 블루트레인과 지나치게 흡사한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태는 우아하다. 열차는 기존 무궁화호를 개조해 만들었다. 기관차와 발전차를 빼고 객실은 8량이다.
이 가운데 식당차와 전망차를 제외한 나머지 칸은 호텔의 룸처럼 꾸며졌다. 각 객실에는 침대와 TV가 기본으로 장착됐고 특실, 별실, 가족실에는 샤워실과 화장실도 있다. 호텔 룸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식당차에서는 와인, 칵테일, 고급 위스키 등 알코올 음료 일체와 세끼 식사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전망차는 다른 객차에 비해 창이 넓어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또 노래방기기, 대형쇼파, 중계방송시설 등을 갖춰 이벤트나 각종 모임도 가능하다.
1, 2호기 두 대가 운행된다. 정원 54명인 해랑 1호는 2인 1실인 별실, 특실과 4인 1실인 가족실, 식당차, 전망차 등으로 구성됐고 정원 72명의 해랑 2호는 별실 대신 일반실 2량을 설치했다. 1호기는 정기편으로 운행하고 2호기는 부정기편으로 운행 중이다. 무궁화호를 호화열차로 바꾸는데 1량당 3억9,000여만원이 들었다.
■ 레일크루즈 시대 개막
해랑은 주요 여행지와 연계해 패키지 형태로 이용하는 열차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 열차가 정차해 있는 동안 주변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식이다. 대양을 항해하는 크루즈와 방식이 흡사하다.
이동하는 동안 선상에서 엔터테인먼트와 휴식을 즐기고 기항지에 도착하면 육지에 내려 주변을 구경하는 것이다. 레일 위의 크루즈인 셈이다.
일정은 2박3일 전국일주, 동해안과 서해안을 각각 여행하는 1박2일 코스가 있다.
전국일주 코스는 서울을 출발해 전남 목포 유달산,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을 거쳐 경주 남산 달빛 산행을 즐긴 후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추암, 무릉계곡,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태백 추전역 등을 돌아보는 ‘아우라 여행’ 코스와 목포 대신 전남 담양의 소쇄원 등이 포함된 ‘찬누리 여행’ 코스가 있다. 주말에 출발하며 비용은 1인당 79만~116만원이다.
1박2일 코스는 주중 화요일에 출발하며 전국일주 코스의 동해, 서해안 부분을 돌아본다. 가격은 51만7,000원부터다. 가격은 고객 서비스, 연계관광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예약은 객실 단위로 해야 한다(1544-7786).
가격이 좀 비싼 듯해도 지난해 11월 7일 첫 운행을 시작한 후 16회 운행을 할 동안 500여명이 벌써 이용했다.
객실 점유율은 약 60% 수준. 운행 초기에는 고령자들이 많았지만 방학 후 가족단위 고객이 는 것이 특징이다. 새해를 맞아 신년맞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2월 28일까지 결혼기념일, 생일 등을 맞은 고객에 한해 정상가에서 20~25%를 할인해 준다. 대학수험생을 둔 가족도 마찬가지다. 해랑의 코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겨울이기 때문에 외부 활동시간을 줄였는데 날씨가 풀리면 꽃, 범선 등 다양한 테마와 연계해 재미있는 코스를 많이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랑은 기존의 관광열차와 달리 ‘레일크루즈’라는 새로운 여행 테마를 제시했다. 현재까지는 이용객 대부분이 내국인이고 해외 홍보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진 여행자들이 많은 만큼 잠재수요는 있어 보인다. ‘잘 다듬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