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부의 날입니다.
꿈돌이와 꿈순이는 93년 9월 4일 결혼해서 지금까지 30년 넘게 살고 있는데 요즘 가끔 꿈돌님께서 저에게 로또같다고 합니다. "ㅎㅎ 안맞아도 너무 안맞아~!!"
사실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요?
가끔 뉴스를 통해 어느 연예인부부가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다더라 하는 소식을 듣는데 성격이 안맞아 하는 게 두 집안의 문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과정중 어떤 것을 중시하며 살았느냐!
다시 말해 부모로부터 어떤 것을 보고 배웠는가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문화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한순간에 몸에 베는 게 아닙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수없이 반복된 말과 행동이 한 가정의 문화를 만들고 그렇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 온 두사람이 결혼을 했다고해서 바로 의견이 일치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거죠.
라면끓이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는 사람, 스프를 먼저 넣고 끓이는 사람, 둘다 다 넣고 끓이는 사람, 그냥 찬물에 처음부터 면과 스프를 넣고 끓이는 사람, 꼬들거리는 면이 좋다는 사람, 푹 퍼져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좋다는 사람, 계란을 넣는 게 좋은 사람, 계란을 풀어서 넣는 게 좋은 사람, 그냥 깔끔한 국물이 좋다는 사람, 계란을 풀지 않고 그대로 넣어야 된다는 사람, 김치가 꼭 있어야 하는 사람, 밥을 꼭 말아먹어야 좋은 사람 등등
1. 먼저 물을 끓이면 면을 넣는 게 좋은가 아니면 그냥 찬물에 넣느냐 물어보고
그게 해결되면 그 다음 단계로
2. 면부터 넣느냐, 스프부터 넣느냐, 그냥 한꺼번에 다 넣느냐
두번째 단계가 의견이 일치되면
3. 꼬들거리는 면이 좋으냐, 푹 퍼진 게 좋으냐
4. 계란을 넣느냐 마느냐
5. 넣는다면 풀어서 넣을거냐 깨지지 않게 넣을거냐
6. 냄비째 놓고 같이 먹느냐 따로 먹느냐
예쁜 그릇 담아 같이 먹느냐 따로 먹느냐
7. 김치가 있어야 하는지
8. 면을 다 먹고 밥을 꼭 말아 먹는지 등등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끓여주면 되는데 라면을 끓여달라고 해서 자기방식대로 정성껏 끓여 줬는데 "세상에! 내 입맛에 딱이야!" 할 수도 있고 "그 쉬운 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 끓이냐!"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라면 끓이는 방식이 서로 다르듯 살아온 문화가 달라서인거죠.
세살버릇 여든간다는데 이제껏 수십년동안 익숙해져있던 걸 아무리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단번에 맞춰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살다보면 문득문득 서로를 이해 못하는 내 방식이 새어나와 투닥투닥 ᆢ
다행인 것 살다보면 비슷해집니다.
대충 맞춰 살아가게 되지요.
그렇게 되기까지 누군가 무작정 일방적인 희생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슬기롭고, 지혜롭게 ᆢ
어제 오후 지인을 만났는데 주섬주섬 명함크기 만한 뭔가를 꺼내 테이블에 죽 늘어놓더니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색 네장을 골라보라 그리고 순서를 매겨봐라 하더라구요. 색깔로 보는 뭐라나 ㅎㅎ
그런데 깜짝 놀란 건 제가 연두, 분홍, 파랑, 노랑을 선택했는데 세상에! 기막혀라 일하다 말고 온 꿈돌님께서 한치의 망설임없이 연두, 분홍, 파랑, 노랑을 선택하는 거 있죠.
우리 둘이 진짜 오래 살았나봐요.
부부의 날을 맞이해서 부모님께 조금더 오래살았다는 이유 하나로 어떤 메세지를 보내면 좋을까 고심하며 여러 자료를 찾다가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시 중에서 "사랑의 사람들이여"라는 시를 찾아냈습니다.
이 시는 요즘 결혼식장에서 많이 읽혀지는 시라고 합니다.
"사랑의 사람들이여 "
이해인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치르는 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
둘이 함께 하나 되어 사랑의 층계를 오르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하얀 혼례복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기쁨으로 그대들의 새 삶을 채우십시오
어느 날 시련의 어둠이 닥치더라도
함께 참고 함께 애써 더욱 하나 되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주십시오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열어
또 한 채의 '사랑의 집'을 이 세상에 지으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사랑할수록 애듯하게 타오르는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마침내는 주님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는 고운 사람들이여
어떠한 슬픔 속에서도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오직 사랑만이 기도이며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그대들의 삶으로 보여 주십시오
부모님,
서로에게 작은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순간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싸움이 잦아지다보면 진짜 너랑 못살겠다 하는 거잖아요.
서로 결혼하자 마음먹게 된 처음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참! 참!
오늘 귀가하는 우리 아가들 손에 뭔가 들려 있을텐데 글귀를 세심하게 살펴 주시고
인증샷! 보내주시는 센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4년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꿈돌이예능어린이집 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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