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행이라............”
호텔에 도착한 한비는 스위트룸에서 곤히 잠든 성비를 바라보았다.
성비..........너무나 순수한 아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이 아이를 지킬 수만 있다면 손에 쥔 모든 것을 포기하리라...........
이제는 결정을 해야만 하는 때였다.
아니,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몰락.............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믿는 한비였기에
언젠가는 조직의 몰락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한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재건이 가능하다는 것을..........아니, 처음부터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한비의 능력은 역대 어떤 우두머리보다 뛰어났지만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보인 적이 없었다.
조직을 물려받던 그때 이미 자신의 대에서 끝내리라 마음먹었음을
철저히 숨겨온 한비였기에..............시기가 조금 빨라졌지만 변함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비에게만큼은 결코 자신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성비를 위해서.......그리고 언제나 가슴에 사무친 아픔으로 남은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저주받은 운명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하는 것이다.
“휘야.”
“하명하십시오.”
한비의 음성에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휘는 그 어느 때보다 정돈된 목소리로 한비의 부름에 응하고 있었다.
“부산 지청 검사 민 하성...........붉은 배첩 발송해.”
아무런 감정이 섞여 있지 않은 한비의 말에 휘는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붉은 배첩입니까?”
“그래. 율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거니까............”
여전히 감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음성이었지만 한비의 두 눈에는
아픔이..........상처가 어려 있었다.
비록 율법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숨기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겪어온
그 어떤 고통보다 더한 것임을 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붉은 배첩...........
조직의 지존이 직접 보내는 혈서를 말한다.
붉은 배첩을 받은 자는 반드시 목숨을 취하겠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영원히,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그러지 못할 시 자신의 목숨을 대신 내놓겠다는
의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한비가 지존이 된 뒤,
배신자들에게 조차도 보내지 않았던 것이 바로 붉은 배첩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비의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릴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성비의 아버지...........
또한 한비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
지금 그 사람을 직접 죽이겠다고, 영원히 적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토는 성비와 함께 프랑스로 떠나라.”
“보스, 하지만............”
가토가 무엇을 망설이는 것인지 한비는 알고 있었다.
분명 성비는 적통 후계자였다.
때문에 한비의 옆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야 함에도 한비는 성비를
떼어 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직이 무너진 지금 성비는 반드시 한비의 옆에 있어야 하는데
한비의 명령은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인지 가토는 짐작 할 수 없었지만
싸늘히 들려오는 한비의 음성에 차마 물을 수 없었다.
“항명인가?”
“아, 아닙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비는 쇼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휘야.”
잠시 후, 가토가 방을 나가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한비는
침착한 음성으로 휘를 불렀다.
휘는 한비의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하명하십시오.”
그러나 한비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한비의 붉은 입술만을 응시하는 휘의 시선을 느꼈는지
영원히 침묵할 것 같던 한비의 입술이 서서히 열렸다.
“너는 C&M 그룹의 회장임을 잊지 마.”
한비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휘는 짐작할 수 없었다.
“C&M 그룹은 조직과는 별개임을 잊지 마.”
“.............”
“너는 우리 조직원이 아니다.”
“............”
“나는 이미 오래전에 너를 내쳤다.”
“...............”
“C&M 그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아........스카..........님...........”
한비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임을 깨달은 휘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한비의 말은 곧 곁에 있지 말라는 뜻이었다.
“더 이상 어떤 말도 내게 하지 마라. 번복은 없다.”
슬프게 흔들리는 휘의 눈빛을 뒤로하고 욕실로 들어선 한비는
문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가려하는 길에 휘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시간을 한비를 위해 쏟아 부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것이 휘를 위한 일이었고 또 성비를 위한 일이었다.
피를 묻히는 일은 이제 마지막이기에...........
그 더러운 일에 더 이상 두 사람을 연관시키고 싶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선 한비는 천천히 입고 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텅 빈 시선으로 네 개쯤 단추를 풀어 내려가던 손길이 일순간 멈추었다.
거울 속에 보이는 한비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얀 손을 쇄골 뼈 주변으로 가져갔던 한비는 목 뒤를 쓸어 보았다.
느껴지는 감촉이 없었다.
한비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무언가를 움켜쥔 채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켰다.
“하아.............왜...........왜 없는 거야. 왜!!!!!!!!!!!”
한숨 섞인 중얼거림이 급기야 비명으로 이어져 버렸다.
“아스카님, 아스카님 무슨 일이십니까.”
걱정스러운 휘의 음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흐윽.............욱..................아아아아악!!!!!!!!!!!!!!!”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급하게 문을 따고 들어온 휘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지르는 한비를 품에 안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욱.............없어............없어.”
휘의 품에 안겨서도 여전히 움켜쥔 손을 놓지 않으며 중얼거리는 한비..........
휘는 그런 한비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한비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휘의 눈에 팬던트가 사라지고 빨간색의 작은 열쇠만이 달려 있는
목걸이가 들어왔다.
그제야 한비가 왜 그러는지를 알게 된 휘는 다시 한비를 품에 안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한 손으로 한비의 등을 살며시 토닥거렸다.
“괜찮습니다. 잠시 눈에서 사라진 것뿐입니다.”
“욱.............흐윽...........”
한비가 그 목걸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신분 때문에 버려야 했던 사랑...........
결국엔 원수이기에 다가갈 여지조차 없는 슬픈 사랑............
그럼에도 잊지 못하기에 그 사랑이 깃든 목걸이를............반지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한비임을 알기에..........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때마다 팬던트를 들여다보며 아픔을.........그리움을
삭이던 한비임을 알기에............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품안에서 잠이 들어버린 한비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은 휘는 욕실을 나오다 이내 멈칫했다.
언제 잠이 깼는지 성비가 욕실 앞에서 휘를, 정확히는 휘의 품에 안겨있는
한비를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셨습니까.”
“훌쩍, 삼촌..........우리 엄마 어디 아파?”
“아닙니다. 한 숨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 지실 겁니다.”
휘의 말이 끝나자 이내 침대로 달려간 성비는 이불을 젖히며 말했다.
“웅~웅, 그럼 빨리 엄마 코~하게 해줘.”
그런 성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휘는
한비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도련님, 이제 도련님께서 엄마를 지켜드려야 합니다.”
“웅, 걱정 마. 내가 빨리 막막 이따 만큼 커서 울 엄마 지켜줄꼬야.”
작은 팔을 하늘로 쭉 뻗어 올리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성비를 보며 휘는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런 휘의 눈빛이 어딘지 공허해 보이는 것을
어린 성비는 알아채지 못했다.
12화
“검사님, 현장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그래요?”
“네, 비수는 벽에 박혀 있던 것과 손목에 박혀 있던 것입니다.
라이터는 성지우 형사가 왼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고
팬던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거기 놓고 나가세요.”
부하직원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지퍼 팩을 바라보던 하성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왜...........이게...............”
조심스럽게 봉투를 여는 하성의 손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손가락 두 마디 가량의 비수 두 개와
하트 모양의 팬던트, 그리고 지포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하성은 하트형의 팬던트를 뒤집어 보았다.
하성의 두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닐.........거야............하하................아닐 거야.”
하성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입은 웃고 있었지만 하성의 눈은 울고 있었다.
하성은 팬던트에 새겨진 이니셜을 쓸어 보았다.
H♡H 라 새겨진 이니셜..........
한참을 바라보던 하성은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분명 5년 전 크리스마스에 한비가 친구들에게 선물한 라이터였다.
지우는 왜 이걸 손에 쥐고 있었던 걸까............
“너는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거냐.”
하성의 손등으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이 새끼야!!!!!!!!!!!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줘.
제발...........이 라이터가 다잉 메시지가 아니라고..........
그냥 우연히 손에 쥐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한 마디만 해줘..........제발...........”
***
“성비야, 배 타니까 좋아?”
“웅, 무지무지 좋아요.”
검푸르게 일렁이는 바다 위,
뱃전에 기대어 바다를 내려다보는 여자와 아이의 모습은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그러나 아이를 바라보는 여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처연한 눈빛이었다.
차마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감정들을 눈빛이 대신하는 양 그렇게 슬픈 눈빛이었다.
그런 여자의 슬픔을 눈치 채지 못한 아이의 순진한 두 눈이..........
아이의 해맑은 천진스러움이 여자의 모습을
더욱 슬퍼보이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 성비가 빨리 커서 우리 이쁜 공주 엄마의 기사가 되 줄꼬야.”
“왜 하필이면 기사니? 왕자두 있는데.”
“음음...........왜냐하면 왕자는 공주에게서 떠날 수도 있지만
기사는 평생 공주님 곁에서 공주님을 지켜주는 거랬어요.”
“누가 그래?”
“휘야 삼촌이 그랬어요.”
“그렇구나. 우리 성비는 엄마를 지켜주고 싶어?”
“웅~웅, 성비는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지켜 줄꼬야.
그러니까 성비는 왕자 말고 기사할 꼬예요.”
한비는 성비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한쪽 무릎을 꿇고 성비를 끌어안았다.
한비의 품에서 숨이 막힐 법도 한데 아무 말 없이 작은 손으로 한비를
같이 안아주는 어린 성비..............
한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이.........
운명을 거스르면서 까지 지키고 싶은 아이...........
꿈에서조차 잊지 못하는 서글픈 사랑..............
그 사람을 닮은 아이........
그 사람을 떠올리면 가슴 저미는 미안함에
눈물부터 솟아오르게 만드는 사람의 아이........
그 아이가 지금 자신을 지켜 주겠노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작은 아이가..........
자신을 지켜 주겠노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할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지키고 싶은 내 아이..........미안하다...........
어쩌면 너에게 가장 큰 슬픔을 주는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얼마 남지 않은 내 시간이지만 너에게 모두 줄게..........성비야..........
사랑하는 성비야............너는 슬프지 말아야 해. 너는 행복해야 해.
이 저주받은 운명은 내가 끝낼 테니 너는 그냥 행복하기만 하렴.
그것이 어리석은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일 테니..............’
한비의 곁에 조용히 다가온 휘에게 잠이든 성비를 조심스럽게 넘겨 준 한비는
다시금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치 영혼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던 한비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월영도.............저주 받은 운명의 증표............
한비는 조심스럽게 칼집을 열어 보았다.
붉은 빛의 칼날이 시리도록 맑게 빛나고 있었다.
한참동안 칼을 바라보던 한비는 다시금 칼집을 닫고 바다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이제는 너와 나의 질긴 인연도 끊어내자. 너 또한 다음 생에서는
저주의 산물이 되지 말기를...........”
칼을 보며 나직이 읊조린 한비는 바다를 향해 손을 놓아버렸다.
순식간에 월영도를 삼켜버린 바다는 여전히 검푸르게 일렁거렸다.
숱한 피를 머금고 살아온 월영도.........그 칼을 집어 삼킨 바다 치고는
너무나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한 가지만 남은 것인가.”
작게 중얼거리는 한비의 두 눈에 쓸쓸함이 깃들었다.
돌아서는 한비의 등 뒤에서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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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월영도, 그 주인의 생을 대가로 받으리라.]
***
[殺(살)-月影拜上(월영배상)]
하성은 핏빛 글씨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글씨를 바라보며 자꾸만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피로 쓴 글씨가 섬뜩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
단 한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
하필이면............하필이면............
왜 이깟 종이 한 장에서 나는 너를 느껴야만 하는 것이냐.
“너만은 아니길.........나를 죽인다 해도 원망하지 않을게.
단지.......단지.........
너만은..........너만은 아니길 바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하성은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그때 하성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전송 되었다.
[내일 밤 11시 천화고 옆 흉가]
문자를 바라보는 하성의 눈에 짙은 고통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플립을 닫아버린 하성은 핸드폰이 부서질 정도로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13화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십시오.”
한비의 앞에 무릎을 꿇은 휘가 간절하게 말했다.
한비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상대는 검사였다.
아무리 한비라 해도 공권력에 혼자 맞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비는 그런 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할 일만을 하고 있었다.
“아스카님, 차라리 제 목숨을 거두신다 하시면 영광스럽게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휘의 음성에는 물기마저 배어 있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한비를 붙잡기에 충분할 만큼...........
한비는 차마 그 젖은 음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제야 한비는 휘에게 돌아서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휘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휘야, 내 나이 세 살에 처음 만난 너는, 어린 내게는 부모였고 버팀목이었어.
내게 너마저 없었다면 지금의 난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야.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싶은 사람..........
이제는 내가 아니라 성비를 위해 남아줘.
그게.........나를 위하는 길이야.
고마웠어............그리고 미안했어............”
고개를 숙인 채 한비의 말을 듣고 있던 휘가 고개를 들었다.
짙은 그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왜 제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미안하다 말해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고
바로 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제게 사랑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용서를 빌어야 하는 사람도 저입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만큼 강해 보이는 남자, 휘가..........
휘의 눈이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눈물보다 더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런 휘를 바라보던 한비가 입가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아파 보이는, 서글픈 미소였다.
한비는 휘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휘야, 사랑하는 휘야................성비를............성비를 부탁한다.
그리고................사랑한다.”
-주르륵!!
한비의 사랑한다는 그 말에 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한다는 뜻이 아님을 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한비의 그 말은 휘의 눈물을 뽑아내기에 충분한 의미였다.
한비는 휘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주고 몸을 일으켜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나는 율법의 집행자다. 더 이상 내 앞에서 약한 모습 따위는 보이지 마라.”
싸늘하게 말한 한비는 몸을 돌려 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런 한비를 보며 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비는 손잡이를 잡은 채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후로 아키모토 일파는 영원히 사라진다.
잔인한 운명 또한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으로 직접 해야만 할 일............
후회도 미련도 내게는 없다.
이것이.............처음부터 정해진 내 운명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한비가 방을 나가고 닫쳐진 문을 바라보는 휘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상태로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마지막까지 사랑할 그대여.........영원히 용서하지 마소서.”
***
호텔을 나온 한비는 직접 차를 몰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오랫동안 비워 두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액자에 끼워져 있는 사진들을 하나, 하나 훑어보았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사진 속에 있는 너는 행복해 보이는 구나.
언제나 그렇게 행복하길..........
침대 옆에 놓인 유리병을 품에 안아 보았다.
999개의 학 알..........
999개의 메시지............
헤아릴 수 없는 너의 사랑............
언제나 내게는 과분했었다.
방 안을 둘러본 한비는 쇼파에 앉아 자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빨간색의 작은 열쇠만이 걸려 있는 목걸이도 만져보았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갔다 오면 꼭 함께 열어보자던 상자의 열쇠.........
아직도 그곳에 있을까.............
너의 편지..........꼭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없겠지.........
영원히..............볼 수 없겠지...........
탁자 위 유리판에 끼워져 있는 세 장의 악보도 찬찬히 바라보았다.
백일 때, 축제 때, 그리고 생일..........하성이 직접 만든 노래였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걸 그랬어.............
사랑하지 말걸 그랬어............
한비는 흐려진 눈을 외면이라도 하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처음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한비의 머릿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다시 이곳에 와 보지 못하겠지.............
너와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한비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가슴에 압박붕대를 둘렀다.
늘 입던 정장 대신 하얀 셔츠와 카고 바지, 잠바를 입고 난 뒤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장의 종이를 채우고 잘 접은 종이를 품에 넣은 한비는
오토바이용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마지막으로 오피스텔을 한 번 더 둘러본 한비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권총을 어루만졌다.
“이 한 자루의 총이 모든 것을 끝내줄 거야.
처음부터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어.
우리는 엇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운명에 맞서려고도 해봤지만...........자꾸 지쳐만 갈뿐........
나는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
이제는 너무 지쳐서...........끝내고 싶어.
이제는 이 더러운 운명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만 끝나는 운명이라면............
내가...........내가 끊을게............
저주받은 내 운명에 휩쓸려 버린 가엾은 너........
너를 사랑해 버린 나를 용서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아름다운 거라 했다.
서럽도록 아름답기에 그리운 거라 했다.
아프도록 그립기에 잊을 수 없는 거라 했다.
너는.........너는 내 첫사랑이었다.
14화
천화고 뒤편에 버려진 공사장............
5년이나 지난 지금도 손을 대지 않은 듯..........
그때보다 더 흉흉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유난히 밝은 달빛이 아니었다면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하성은 손에 권총을 든 채 천천히 공사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11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만약........만약 너.......라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겠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너만은........너만은 아니길 바란다.........
너만 아니라면..........
몇 번을 죽어도 난 상관없어...........
부질없는 소망인줄 알면서도 하성은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미 인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
그랬기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이곳에 온 것이다.
차라리 자신이 죽더라도..........그토록 원망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온
상대가 그녀가 아니기 만을 간절히 바랐다.
만약..........그녀라면............그녀가 월영이라면
그것은 하성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될 것이다.
하성은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까지도 하성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시계를............
남은 시간 1분...............
30초............
15초.........
10초............
-부우웅~끼익.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하성은 권총을 겨눈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탁~
-뚜벅뚜벅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상대를 느끼고 눈을 떴다.
“큭, 칼 같이 정확하군.......”
언젠가 그녀와의 첫 싸움에서 자신이 내뱉은 첫마디...........
만약 그녀라면..........기억하리라...........
상대는.........월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가 침묵한 채 달빛 아래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월영 역시 자신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더불어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야밤에 선글라스는 벗지 그래.”
하성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눈을 보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월영의 왼손이 천천히 올라가고 검은색의 선글라스가 벗겨졌다.
권총을 겨누고 있는 하성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월영은 선글라스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금 손을 올려 마스크마저 벗어 버렸다.
월영의 얼굴을 뚫어질 듯 응시하던 하성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몇 달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너를 기억한다.
아무리 머리가 짧아져도.........
아무리 네가 변해도...........
너만을 알아보는 내 심장은
아직 너를 기억한다.
마주 선 월영..........아니, 한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많이 변했구나...........
예전의 따뜻하던 눈빛이 차가워졌어.
내가........내가 너를 그렇게 만든 거겠지.
내 자신이 미치도록 원망스럽다.
서글프도록 환하게 빛나는 달빛 아래............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두 사람은 사랑했던 연인이었고.........
표현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였다.
“아니길 바랐어............끝까지 네가 아니길.............”
하성의 힘없는 목소리가 달빛 아래 울렸다.
그러나 한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왜 그랬어.”
“...............”
“왜 네가 월영이어야만 했던 거야. 왜!!!!!!!!!!!!!”
그 힘없는 목소리가 처절한 절규로 변해갈 때까지도 한비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니,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렇게 영원히 침묵할 것만 같던 한비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건 차갑지도.........싸늘하지도 않은...........
어딘지 서글픔이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많이 변했구나.”
한비의 말에 입술을 주시하던 하성의 시선이 한비의 눈으로 향했다.
사슴을 닮은 커다란 두 눈은 젖어 있었고 한없이 슬프게 일렁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권총을 저 멀리 집어 던지고 한비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성 역시 입술을 깨물었다.
너와 나는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적이다.
내 부모님을 죽인 원수.........내 친구들을 죽인 원수.........
나는 너를...........너는 나를...........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
서서히 죽어가야만 하는 거겠지............
“여덟 살...........너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때부터 너와 나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어.
내 엄마와 네 엄마가 바뀌던 그 날부터.............”
하성은 뜬금없는 한비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하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비가 말을 이어갔다.
“너와 내가 처음 만나던 그날........아마도 너에겐 새엄마가 생기던 날이었겠지.”
하성의 차가운 얼굴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비에게 단 한번도 자신의 엄마가 새엄마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빠를까? 여덟 살에 나를 버린 내 엄마 이름이
한 지은.............이라면............”
하성의 두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제 서야 오래전 엄마와 한비가 만나던 날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여덟 살...........너를 처음 만났던 그때...........그때부터 너와 나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어. 내 엄마와 네 엄마가 바뀌던 그 날부터.............]
.
.
.
.
.
[그때부터 너와 나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어.
내 엄마와 네 엄마가 바뀌던 그 날부터.............]
.
.
.
.
.
[내 엄마와 네 엄마가 바뀌던 그 날부터.............]
그것이 그런 뜻이었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왜 내가 월영이어야만 하냐고 물었니??”
서글픈 울림..........
하성은 계속 이어지는 한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 태어난 아이가 하나 있었어.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 아이.........
작은 두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짐이 너무나 버거웠던 아이..........
나이 세 살에 인형 대신 칼을 잡아야 했고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워야 했던 아이...........
단 한번도 부모를 엄마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러보지도 못한 그 아이는
부모의 사랑 대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총을 배웠고 칼을 들었고
나이 열 살에 사람을 죽였던 아이...........
모든 감정을 버리도록 교육 받았고 사랑 보다 먼저 증오를 배웠던 그 아이가
엄마가 떠난 그 날.........한 아이를 만났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해맑은 아이를..............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를 만나버린 거야.............
그러나 아이에게는 그 아이를 맘에 담는 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았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철저한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아이는 자꾸만 반항을 했어.........뻔히 정해져 있는 자신의 지위를 자꾸만
거부했어..........아이는 저주받은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어.”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한비의 삶에 하성은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십년이 지나 너를 다시 만났을 때도 너와 나는 적이었고
너를 사귀던 시간 동안에도 너는 내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네 부모를..........네 친구를 죽여야만 했던 것이 내 운명이고
그런 나를 잡아야만 하는 것이 너의 운명이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너와 나의 운명이다.
한 없이 엇갈리기만 하는...........저주받은 운명.............
이제 그만 끝내자.”
[이제 그만 끝내자]
.
.
.
.
.
[이제 그만 끝내자]
.
.
.
.
.
[이제 그만 끝내자]
한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슬프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한비와 하성은 슬픈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여전히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총을 겨누고 있었지만
한비도 하성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어.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 버렸으면 좋겠어.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아니, 차라리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우리 사랑하기 이전으로...........
우리 만나기 이전으로.........
그랬으면 아프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슬프지 않았을까...........
이런 운명 따위...........버릴 수만 있다면.............
그때였다.
여전히 서로를 겨눈 채 침묵하고 있는 그들 외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 잡혔다.
하성은 아직까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한비에게는
뚜렷이 느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었다............서로 다른 방향에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비는 하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탕!!!
-털썩
-휙~
“윽.”
15화
하성은 아직까지 어리둥절했다.
순식간이었다.
하성의 앞에 같은 자세로 서 있던 한비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하성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 짐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내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하성은 이 순간 자신이 너무도 의아했다.
분명 한비와 자신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는데.........
지금 한비가 무사하다는 이유로 안도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하성의 시선에 한비를 감싸 안고 피를 흘리는 남자가 보였다.
한비 대신 총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또 있다는 말이었다.
총소리와 함께 들려온 소리는 분명 남자의 신음소리였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서 한비를 감싸 안은 채 쓰러진 남자에게서
들려온 신음소리는 아니었다.
다시금 총을 바로잡고 주위를 둘러보던 하성의 귀에
한비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휘야..........!!!!!!!!!!!!!!!!!”
“아..........스카님................”
“왜...........왜.............왜 온 거야!!!!!!!!!! 도대체 왜!!!!!!!!!!!!!!”
“하악..........용서를...........빌고.........싶었습니다.”
“바보 같은 자식.”
“죄........송.............합니다.”
“입 다물어.”
“하악.........하아.........죄.........송................”
“그만 하란 말이야!!!!!!!!!!!!!!!!!!”
소리를 지르며 휘의 말을 막아 버리는 한비...............
한비의 눈을..............한비의 표정을 바라보던 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알고............계셨습니까............”
휘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한비를 보며 한비의 품에서 벗어난 휘는
피가 흐르는 가슴을 누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 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제........부터.............알고............계셨습니까............”
“십년 전부터.............”
“.....................”
“말 했지..........너는 내게 부모였고 버팀목이었다고...............”
“............하지만.........”
힘겹게 말을 하려는 휘를 다시 끌어안은 한비는 휘를 대신해
말을 이어갔다.
“니가 히카루 일파의 숨겨진 후계자라는 것 따위는 내게 상관없었어.
어차피 내 대에서 끝내버릴 조직이었으니까............흑..........
다만...........너만은 남겨두고 싶었어..........
그래도.........끝까지 내 곁에 남아있길..........
성비의 곁에 남아주길 바랐어.............”
“죄송합니다.........감히.........하악........용서를...........바라지는............”
“넌 내게 용서 받을 일 따위는 없어............없어...........아무것도..........”
자꾸만 숨을 헐떡이면서도 한비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용서받을 일이 없다는 한비의 말에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악...........감사.........합니다..............헉.........헉..............
하악............아스..........카님.........감히.......감히 제가............하악.........
당신을..............사랑.........했습..........니.......ㄷ......”
아스카님..........
언젠가 제가 그랬습니다.
제가 당신 곁에서 떠나는 날은
이 세상에서 당신이나 저의 존재가
소멸할 때뿐이라고...........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곁에 머무는 것...........
그것이 제가 걸어가야 할 운명이라고..........
처음부터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선택 되어진
히카루 일파의 숨겨진 후계자 신분으로
당신을 사랑해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사랑한 제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을 배신한 저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비록 당신의 옆에 설 수 없는 운명이지만..........
당신의 품에서 당신을 지키고 눈을 감을 수 있는
이 운명에 한없이 감사합니다.
이제는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아파하지 마십시오.
죽어서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휘야...............휘야!!!!!!!!!!!!!!.............눈 떠!!!!!!
눈 뜨란 말이야!!!!!!!!!이 자식아............”
한비는 믿을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휘가 눈을 뜰 것만 같았다.
사랑했다는 그 말조차 다 끝맺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린 휘였지만
그토록 사랑하는 한비의 품에서 눈을 감았기 때문인지
휘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그런 휘를 부여잡고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는 한비의 모습은
달빛 때문인지 더욱 처연해 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도............
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않았던 한비가 오열하고 있었다.
그런 한비의 모습을 하성은 차마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야 했다.
한비의 슬픔 앞에서..........아픔 앞에서..........
자신은 더한 슬픔을..........더한 아픔을 느끼기에..........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한비는 휘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려..........혼자 보내진 않을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휘를 품에서 놓으며 아주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한비의 눈에 살기가 어리고 있었다.
처음 총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비수를 날렸지만 휘에 의해
바닥으로 쓰러지며 흔들렸기에 심장을 겨누지 못했다는 것을
한비는 알고 있었다.
아직 하나 남은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너를 지옥 가는 길의 동행으로 삼으리라..........
하성은 여전히 권총을 겨눈 채로 한비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주시했다.
한비의 시선은 왼쪽을 향한 채 하성을 보지 않았다.
그런 한비의 손가락에는 네 개의 비수가 끼워져 있었다.
한비는 완전히 일어남과 동시에 왼손을 치켜들고 비수를 날렸다.
-탕!!!
그와 동시에 하성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한비의 어깨 바로 아래에서 피가 솟아 나왔다.
그러나 한비는 고통을 느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런 고통쯤이야 숱하게 느껴왔던 그녀였기에............
몸이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남아 있던 기척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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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쟈게 추웠죠???????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던데...........
설화가 오늘 머리를 했어요~~~염색하구 브릿지 넣구..........
사실은 은색 브릿지를 하려구 했는데 시간이 넘 걸리는 관계루...........
그냥 금색에 머물렀다는^^;;;;;;;;;; 쿨럭~~~~~
LSY"June님.........언제 주인공을 설화루 바꾸셨나요??????헤쭉~~~
oNly OnCE님.........무릎 보호대만으루 안되면 머가 더 필요할까욤????
☆새싹소녀님.......설마 아무리 설화가 앙마라 해두......둘 다 죽일리가^^;;;;;;;
Adios님..........음.....청소는 잘 하셨나요?????????
My love봉님..........월영의 정체를 하성이가 알면..........훌쩍...........
음......이제 내일이면.........그동안의 긴 여정이 모두 끝이 나네요.......
뭐랄까.........아쉽기두 하구 허무하기두 하구 그러네요..........
내일 완결까지 함께 해 주실꺼져????????
그람 내일 뵈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비연지화 2부-[11화-15화]
은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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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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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처음이예요...ㅋㅋ 웁스 둘다 죽일줄 알았는데.. 내 예상이 빗나간 건가요..;;; 내일 드디어 완결나는거예요?? 한비 죽으면 성비는요..엉엉..ㅠㅠ;; 그냥 둘다 살리고 해피엔딩 해줘요~(이런억지가 어딨어.; 퍽.) 아무튼.. 설화님 내일봐요~
내일이 완결.. 아쉽네요.. 그런데 휘야는 죽이지 마시지...
모....무릎보호대에...감기약...두통약도...필요할듯.....(모...감기약은 항상 휴대중이니...ㅋㅋ) 이제 하루남은건가요??^^ 자자~~마지막 스퍼트!!!! 낼도 기대할께요~^^V
안돼..NEVER...암도 죽이지 마세요...너무 아픈사랑인데 ...자식이란 끈으로 다시 만났는데...이루어지게 해주세요...향기는 설화님의 여린 맘을 믿고 싶어요...
ㅠ_ㅠ 결국 다들 슬프데 되버렸네요................
눈물이 ㅜ.ㅜ
후아... 장면이 상상이 딱 되면서 너무 슬퍼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