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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신문>은 2026년 8월 12일 부터 현대미술 작가 송미리내가 제안한 ‘번역회화(Translation Painting)’를 주제로 하는 기고글을 매주 게재한다.
송미리내 작가가 2026년 처음 제안한 ‘번역회화(Translation Painting)’는 언어와 기억, 시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을 물질과 조형의 언어로 전환하는 회화로 서로 다른 감각을 회화적 방식으로 변환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첫 번째 송미리내 번역회화의 주제는 “단순 이미지 재현 넘어 비가시적 경험의 조형적 전환” 이다. -편집자
송미리내
[미술여행=송미리내]생성형 인공지능(AI)이 수초 만에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 현대미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인간의 비가시적인 경험을 조형 언어로 변환하는 이른바 '번역회화(Translation Painting)'가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생존법이자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AI 시대, 회화의 존재 이유를 묻다
"AI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그릴 수 있는가?" 필자는(송미리내 작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촉발된 미술계의 근본적인 고민에 대해 이같이 반문한다. 몇 개의 문장만 입력하면 화가의 화풍을 모방하고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기술적 진보 앞에서, 이미지 생산이라는 기능만 놓고 본다면 인간의 회화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은 눈앞의 대상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있다. 이들은 언어와 기억, 몸의 움직임, 시간, 감정과 같은 비가시적인 경험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도 중이다. 회화가 '무엇을 그리는가'에서 '무엇을 번역하는가'로 그 무게 중심을 이동한 것이다.
'번역회화'의 탄생… 재현을 넘어 경험의 물질화로
필자는 2026년을 앞두고 이러한 미술계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번역회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번역회화란 단순히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을 넘어, 언어·기억·시간처럼 보이지 않는 경험을 물질과 조형의 언어로 옮기는 창조적 변환 과정을 가리킨다. 언어가 선이 되고, 기억이 물질이 되며, 감정이 색채로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번역이라는 시각이다.
내면 우주를 드러내다, 2026년 〈치하루 시오타 공식 홈페이지 발췌〉
기억을 엮고 시간을 쌓다… 거장들의 조형 언어
이러한 번역회화의 흐름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업 방식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설치 미술가 치하루 시오타(Chiharu Shiota)는 붉은 실과 검은 실을 이용해 거대한 공간을 구축하며 기억을 조형 언어로 번역한다. 어린 시절 화재를 목격한 경험과 암 투병을 겪으며 품게 된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실이라는 매개체로 엮어낸다. 관람자는 얽히고 겹쳐진 실 사이를 걸으며 작가의 내면 우주와 타인의 시간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한국적 조형 언어를 구축한 전광영 작가는 시간을 한지라는 물질로 전환한다. 어린 시절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약방에서 보았던 한지 보따리의 기억을 작업의 중심으로 불러왔다. 수천 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오래된 한지로 감싸 화면을 구성하는 그의 작품은, 개별 조각이 모여 거대한 풍경을 이룬다. 여기서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시간이 응축된 물질이자 개인의 기억을 담아내는 구조로 작용한다.
일상의 재료로 삶과 정체성을 탐구해 온 김수자 작가 역시 삶을 물질로 번역하는 대표적 사례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바느질을 지켜보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바늘과 실, 보따리와 천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과 삶을 연결한다. 김수자에게 보따리는 삶의 흔적을 품고 이동하는 상징이며, 바느질은 공동체의 기억을 조형 언어로 전환하는 행위다.
Aggregation18 - SE055(Star4) 2018 〈정광영 공식 홈페이지 발췌〉
인간만이 축적할 수 있는 시간, 회화의 미래가 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삶의 궤적과 경험을 축적하지는 못한다. 최근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업 역시 치하루 시오타, 전광영, 김수자가 보여준 궤적을 따라 보이지 않는 경험을 조형 언어로 번역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송미리내는 "회화의 미래는 이미지를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가 아니라,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물질로 전환하는가에 달려 있다" 비록 '번역회화'가 아직 정립된 미술사 용어는 아니지만, 동시대 회화의 본질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유의미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번역의 행위 자체가 오늘날 회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후쿠호카 아시아 미술관. 2024 〈김수자 공식 홈페이지 발췌〉
한편 송미리내는 ‘한국의 시오타 치하루’로 불리며, 오브제와 메시지를 결합한 회복과 승화의 예술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 작업으로는 설치·평면 회화·텍스트 드로잉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아트’ 방식을 통해, ‘소생하다’(2022), ‘Connecting Link’(2015), ‘Synapse’(2021) 등 시리즈를 선보였다.
특히 2024년 개인전 ‘디스토피아의 회복으로 부터’에서는 자투리 천과 실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작품을 통해 환경과 치유, 순환적 ‘연결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며, 관람객의 정서적 참여를 예술적 언어로 확장한 텍스트 드로잉과 커뮤니티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ESG 공동체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송미리내 작가(이미지 작가 제공)
2023년, 송미리내 작가는 ‘코리아 아티스트 프라이즈’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예술적 역량을 입증했다. 이어 2024년에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뚫고 소마미술관 17기 등록작가 10인에 선정되어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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