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는 밤은
번화간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나는 안다 인적 없는 인파가 얼마나
성난 물고기떼 비늘 파닥이는 파도 같은지
김치 비린내 사라진 사무실마다
외롭게 모인 사람들이 이 시간
비슷한 처지가 없을까 전화를 돌릴 것이다
든든하지 않고 씁쓸한 확인을 위해
애시당초 우리가 밥을 위해
가난해서, 이 일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막말로 본전 아니냐고, 돈벌려면 이 짓 했겠느냐고
쓸쓸하게 웃다가, 힘을 내서 시시덕거렸지만
그럴수록 더욱 을씨년스럽고
컵라면 국물로 잠시 뜨거운 가슴이
이내 궁상맞게 식는
거의 폐쇄된 사무실을 나는 안다
괘념치 말아다오 너의 행동을
너뿐만이 아니고
나 또한 네게 무언가를 거절한 것임을 나는 안다
인적이 드문 것은 내가 아직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너 또한.
나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걱정이다
너로 하여, 사무실 또 하나 폐쇄된 듯한데
너로 하여 팔 하나 잘린 듯한데
왼쪽이 뭉툭할 뿐 아프지 않은 내가 더 걱정이다
내 가슴 속 인적마저 왜 이리 드문가
나는 기다림만으로 황폐해져갔던
그리고 뻔뻔스럽게 그것을 옹호했던
역사가 반복될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