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하일성 사무총장이 해설계를 떠남에 따라 MBC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20년에 걸친 라이벌 구도도 막을 내렸다. '하-허' 혹은 '허-하' 양강 구도는 깨지고 이제 허구연 위원만이 독보적인 존재로 남게 됐다. 그렇다면 '포스트 하-허 시대'를 이끌 주인공은 누구일까. 최근 6~7년 사이 케이블을 비롯한 프로야구 중계 채널이 질과 양적으로 늘면서 새로운 해설위원이 다수 등장했다. 그중 SBS 박노준 해설위원과 KBS 이용철 해설위원이 젊은 층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두 해설위원. 스포츠조선 야구부는 박노준 위원과 이용철 위원을 '우리 시대 신라이벌'로 선정했다.
SBS 박노준
세심한 준비 분석력 탁월
해설 철학 '무조건 칭찬'
한이닝 선수 착각 중계도
▶ 분석력이 뛰어나다
박노준 위원은 "아니, 정말 잘하시는 선배들이 많이 계시는데 내가 뭐 대단하다고 전화를 했는가"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박 위원은 현장 컴백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다. 그 때문에 요즘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메츠 산하의 각종 기관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박 위원은 "현장에 돌아가는 게 꿈인데 아직은 불러주는 팀이 없다"며 웃었다.
어쨌든 박 위원은 세심한 준비를 하는 해설위원으로 유명하다. 한 경기 해설을 위해 전날 새벽 3~4시까지 자료 준비를 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중계 부스에 두툼한 자료집을 들고 들어가는데 워낙 자료가 많기 때문에 경기 끝날 때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7년째 해설을 맡고 있는 박 위원에게 평소 고충에 대해 물어봤다. "미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자료 업그레이드가 너무 늦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 후 30분쯤 있다가 새 기록들이 업그레이드되는데 이를 토대로 다음날 자료를 준비하려면 새벽까지 못 자는 경우가 흔하다.
박 위원에게 혹시 친정팀(OB - 해태 - 쌍방울) 시절 지인과 관련해 자신도 모르게 편파적인 해설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질문하자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박 위원은 "비난하는 해설보다는 무조건 칭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는 해설 철학을 밝혔다. 박 위원은 "야구를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평범한 그라운드볼 하나 처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함부로 '까는' 해설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 가족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일단 긍정적인 쪽으로, "잘 던지고 잘 쳤다"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점 때문에 양쪽 팀 팬들 모두에게서 비판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친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때가 가장 속상하다.
2년전 수원 경기를 중계할 때 큰 실수가 한번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었는데 라디오 해설을 하다가 현대 전준호를 다른 선수로 착각해서 한 이닝 내내 잘못 해설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있었다. 신 라이벌로 꼽힌 이용철 해설위원에 대해서는 "선수 출신이라 현장을 잘 알고 있고, 투수에 대한 분석이 좋고 물 흐르듯 유연한 언변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KBS 이용철
물흐르듯 유창한 말솜씨 신인왕출신 현장감 생생 '손가락 사건' 마음고생도
▶ 유연한 언변이 뛰어나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경력 6년째다. 이번 시즌 초반에 '손가락 제스쳐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뒤 야구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위원은 "그 사건 이후 방송의 신중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도 해설 초창기에 꽤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계에 널리 퍼져있는 은어에 익숙하다 보니 해설 초기에는 '이빠이'라는 일본말이 툭툭 튀어나와 고생하기도 했다."
친정팀(MBC - LG - 삼성)과 관련해선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정팀에 대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삼성 선수들과 관련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하면 다른 구단 팬들이 욕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철 위원에겐 항상 88년 신인왕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그게 조금 부담스러운 시선이다. 당시 7승11패를 기록했다. 외견상 좋은 성적이 아닌데 경쟁자가 없어 신인왕을 받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 생활도 7시즌으로 짧은 편이었다. 이 위원은 "88년에 144⅓이닝을 던졌고 방어율(2.74)은 4위였다. 그런 면도 봐줬으면 좋겠다"며 "1,2군을 두루 경험했기 때문에 천당과 지옥의 차이점을 알고 은퇴 후에는 원정기록원 생활을 1년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한 게 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설에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선 "내 예측을 섞어야 하는데 위험성이 따른다는 게 어렵다. 하일성 전 해설위원의 벽이 워낙 높다 보니 그것도 신경쓰인다"고 했다.
박노준 위원과 관련해선 "해설하다 보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맥을 못 잡으면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노준이형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기록을 딱딱 집어준다. 준비를 많이 하고 분석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김남형 기자 / star@sportschosun.com
첫댓글 개인적으로 이용철해설위원의 해설을 참좋아하는데...불미스런사건이 참안타까웠습니다... 헉 근데 엘지에서도 뛰었군요... 92년도라...잘기억은 안나네요...ㅋ 캐스터는 한명재 강추..ㅋㅋ
저도 한명재에 한표!! 역시 esp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