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회개와 지혜의 표징
오늘 예수님은 표징을 요구하는 세대를 악한 세대로 평가하십니다. 표징을 요구한다는 것은 믿음이 없음을 드러내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복음 전파 사명에 뛰어드시면서, 예수님은 말씀과 행적으로 제자들과 군중을 가르치셨으며, 그 가르침의 목적은 사람들이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믿어 구원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그 가르침을 보증하기 위하여 그 많은 표징을 보여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표징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꼭 한 가지, 회개뿐이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우리는 많은 예언자를 만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언자들은 모두 참된 예언자들이지만, 거짓 예언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참된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가름할 때, 그 잣대는 회개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다운 삶을 살지 못할 때, 이 백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예언자가 파견된다는 점에서, 예언자의 설교 주제는 회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예언자들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파견되어 - 물론 이러한 파견을 모면하고자 인간적 수단을 강구하다가 결국 그 자신 회개하여 -, 이방인들을 회개의 길로 이끈 요나는 예외적인 위대한 인물, 요나 예언자의 표징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따라서 요나가 이 악한 세대에게 주어질 유일한 표징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이 세대가 이미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 믿음이 없는 사람들, 곧 이방인들로 전락했다는 판단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역사는, 외세로부터 나라를 굳건히 하기 위해 전사로 한 생을 살았던 다윗의 뒤를 이어, 솔로몬은 지혜로 나라를 번성하게 한 인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하느님께 부와 명예가 아니라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리기 위해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 곧 지혜를 청함으로써 지혜를 대표하는 인물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1열왕 3,4-14).
다시 말해서, 솔로몬의 지혜는 지혜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이기에, 이 선물을 잘 간직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믿음이 전제되어야 함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요나의 표징과 마찬가지로, 솔로몬의 지혜에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요나보다 더 큰 이,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있습니다. 이방인들, 곧 믿음이 없는 사람들을 회개의 길로 이끈 요나보다도, 그리고 이 이방인들이 지혜를 얻으려고 땅끝에서 찾아온 솔로몬보다도 더 큰 이가 바로 당신이심을 선언하십니다. 십자가가 소리 높이는 선언입니다!
성부의 뜻에 따라 세상 구원을 위해서 짊어지시고 죽음을 맞이하신 십자가는, 성부께 대한 전적인 믿음의 표지이며, 모든 이의 회개와, 유다인이건 그리스인이건, 곧 믿는 이건 믿지 않는 이건 이들을 하나로 묶는 표지,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이나 하느님 보시기에는 지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십자성호를 그으며 신앙인으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회개하는 삶, 다시 말해서 선과 악을 분명히 식별할 줄 아는 슬기로운 삶을 다짐하며, 힘찬 발걸음을 이어나가는 구원의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