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산사태 택시 덮쳐… 호남-경남 ‘주의’ 격상
지난달부터 400mm 비에 지반 약해져
2차로 도로에 토사… 인명 피해 없어
남부지방 내일까지 최대 150mm 비
6일 오후 11시 54분경 전북 정읍시 내장저수지 인근 절개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바위와 토사가 도로로 쏟아지며 주행하던 택시를 덮쳤지만 기사와 승객이 즉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쏟아진 토사와 바위가 택시를 덮친 모습(원 안).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 정읍의 한 도로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행하던 택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사와 승객이 바로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주말 동안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된 만큼 산사태 위험지역 접근을 금지하도록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7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54분경 정읍시 쌍암동 내장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토사와 바위가 무너지며 왕복 2차로 도로 위로 쏟아졌다. 당시 승객을 태우고 기사 이모 씨(66)가 운행하던 택시 한 대가 쏟아진 돌에 깔렸지만 이 씨와 승객 모두 바로 대피해 다치지는 않았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로 위에 떨어진 돌을 발견하고 속도를 줄였는데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본 결과 당시 택시 외에는 지나가던 차량이나 보행자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쏟아진 토사가 도로 100m 정도를 뒤덮어 도로는 통제됐고, 차량들은 인근 도로로 우회 중이다. 산사태로 전봇대가 넘어져 인근에 사는 2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총 400mm가 넘는 비가 와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가 그치면 복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산림청은 호남과 경남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발령했다.
8일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9일 아침까지 전라, 경상, 제주에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9일까지 예상되는 강수량은 전남과 경남, 제주가 50∼100mm(많은 곳 150mm 이상), 전북과 경북 남부 지역은 20∼80mm(많은 곳 100mm 이상), 충청권 남부와 경북 북부는 5∼30mm다.
정읍=박영민 기자, 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