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거리의 유명한 냉면만 먹기 섭섭하니 한우와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워 은은한 불에 구워낸 떡갈비도 하나 먹어본다. 떡갈비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보면 서양에서 시작된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쟁반 모양의 고기나 다진 고기의 패티는 한국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간 식당의 냉면은 절대 곱빼기를 주문하면 안 될 듯하다. 둘이 왔다면 냉면 하나와 떡갈비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해 보인다. 이곳은 1951년에 문을 연 곳으로 대구경북에서는 최초로 평양식 냉면을 만들어 판 곳이기도 하다. 면은 메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혼합하여 사용하는데 국물을 떠먹어보니 감칠맛이 나는데 발효식초 때문이라고 한다.
냉면 한 그릇으로 잠시 여름을 뒤로 가게 만들었으니 대구 탐방을 나섰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마비정 벽화마을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길 259 에 있는데 말(馬)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였다고 하여 마비정(馬飛亭) 마을이 되었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녹색 농촌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벽화마을로 탄생한 곳이다.
길가에는 벽화와 돌이 도심 속 여유를 선사해주고 있다. 마을 전체가 60~70년대의 정겨운 농촌의 토담과 벽담이 있어서 벽화마을로 조성하기에 적격인 곳이다. 마을 곳곳에는 이팝나무 터널부터 연리목+연리지 사랑나무와 국내 최고령 옻나무, 대나무 터널길을 둘러보고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둘러보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비무와 그 말을 사랑한 백희라는 암 말의 전설이 내려오는 이곳에는 비무를 기리고자 말솟대를 만들어 세웠으며 백희를 죽게 만든 마고담은 잘못을 빌고자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그 정자가 마비정이다. 이후 이 마을을 마비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연리목이나 연리지마다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비무와 백희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이곳의 연리목은 조금 특별해 보인다. 부부의 연으로 만난 이들에겐 해로(偕老) 보다 큰 복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나무가 뒤엉켜 있는 것이 의미 있어 보임이 당연해 보인다.
마비정 벽화마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이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면서 걸어야 그 속살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물론 한 손에는 물이나 이온음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때에 맞춰 걷다 보면 마을 분들이 주는 요깃거리도 받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고 사람이 살아갈 곳이다. 그렇기에 온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