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는 내 아이 다섯살때 큰 배를 타고 싶다는 아들의 바램을 이뤄주기위해
처음으로 갔던 곳이다 언덕위에서 보면 해수욕장이 길게 보이고 망주봉이 마주보이는 집에
민박을 하고 지내다 왔다 그 후에 다시한번 갔을때는 갯벌과 산길을 넘어가던 길이
조금 다듬어졌지만 언덕위에 있던 민박집도 그대로 있었는데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모든게 변해 있다 하긴 강산이 두번도 더 변했을 세월이고 새만금 둑이 만들어져서
벽해가 상전이 되어가는 싯점이 아니던가
아침 일찍 14명의 회원들이 차 두 대에 나눠타고 신시도를 향한다
출사를 가기때문에 정기 여객선으로는 시간을 가늠할수 없어서
선유도에 오래 계셔서 그곳 사정을 잘 아시는 회원의 주선으로
낛시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직 개통이되지 않아 통제되는
새 만금 둑을 따라 신시도에서 배를타면 2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바다는 거울처럼 잔잔하다 멀리 가까이 양식장의 부표들이 화려하고
아침 일찍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선들이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물결에
배가 요동을 치기도 한다 안개가 끼어 시계는 흐리지만 날씨가 좋을것 같다는 전망이다
(장자봉)
선유도는 경치가 빼어나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고 한다 주변의 장자도 무녀도등
주변의 많은 섬들을 일컬어 고군산 군도라고 부르는데 원래 군산이라는 지명이었으나
지금의 군산에서 이름을 가져가 고군산 군도라고 한다니 작은 섬 따위는 이름을 빼앗기고도
옛古자 하나 붙이는 것으로 다소곳 할수밖에 없는가보다 뭐든 강자앞에 약자는
입을 다물수 밖에 없지만 그 곳에 존재하는것 만으로도 섬들은 아름답다
지금은 장자도 무녀도 선유도 대장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생활권이 되어있다
우리는 대장도의 할매바위가 있는 장자봉을 먼저 올라 간다고 한다
산이란 골산을 오르기가 어렵다 온통 바위덩어리라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낭떨어지라 위험하기도 하다 장자봉은 커다란 바위 산이다
한 때는 동네 산 아줌마로 이름을 날리던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리때문에
산을 오르지 않은지가 몇 년 되고 또 나이를 먹다보니 산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절대로 심장에 무리가는 일도 심가해야 하는 형편이니 남에게 폐를 끼칠수밖에 없어
동행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어렵게 올라간 장자봉 사진 포인트
할매바위
안개 때문에 시계가 영 좋지 않지만 경치는 그만이다
장자도와 선유도 그리고 선유봉 넘어 무녀도까지 한 눈에 보인다
잔잔한 바다에 고깃배들이 오가며 일으키는 물보라의 여운이
더 멋스러움을 준다
정말 사진을 가까이 한 일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사진을 찍기위해 바라보는 경치나 사물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것을 더 아름답게 담는
카메라맨들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 남들보다 더 섬세하고 예리하다
그래서 보이는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들을 표현하는것 같다
장자봉에는 할매바위의 전설이 있다
과거시험에 운이 없는 남편을 부처님께 백일기도 천일기도로 뒷바라지를 하면서
과거를 보게 했는데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대갓댁 딸의 글 선생으로 있다가
몇 년 후에 겨우 급제를 했지만 눈 맞은 대갓댁 딸을 데리고 나타난 남편
남편위해 치성들이다 세월보내고 이젠 늙어버린 할머니는 소실을 데리고 나타난
남편을 보고 너무 기가막힌 나머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부처님이 노하여 둘을 바위로 만들었다는 전설도 함께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아름다운 전설보다는 애달픈 전설들이 참 많다
사랑도 왜 슬픈 사랑만 하고 남편은 왜 고생한 부인에게 배신으로
보답을 해야했는지 안타까울때가 많다
(대장도와 장자도를 잇는다리)
사람들은 선유도에가면 자전거를 타고 섬 일주를 해 보라고 한다
선유도는 자전거와 스쿠터 그리고 관광객을 태우는 가트가 있어서 타고 다닌다
버스같은 대중교통 수단은 없는곳이다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쓰는 낡은 봉고차와
트럭 몇 대가 있을뿐이고 배로 가던지 자전거와 스쿠터 가트가 보통의 교통수단이다
작은 섬의 좁은 도로는 많은 차를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것 같다
이 인용 자전거를 연인 둘이서 타고 바람이 살랑이는 해변을 달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장자봉의 노송
(망주봉과 해수욕장)
우리가 오른산은 장자봉 선유봉 그리고 점심후에 올라간 망주봉이다
싱싱한 회와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모두 망주봉을 올랐지만 나는 덥고 힘 들어
장자봉만 오르고 말았다
산에 오르지 않은 몇 사람은 선유중학교 교정 나무그늘에서 쉬면서 주변 촬영을 했다
학교 옆에 무너져가는 집 한 채와 큰 탱자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족히 300년은 넘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가 베어질 위기에 놓였을때
어떤 분의 노력으로 지켜졌다고 한다
강화도에 가면 300년 넘은 탱자나무가 보호수로 지정 받아 있다
강화의 잦은 외침에 해안가에 심어 섬을 지켜주었던 나무라했는데
선유도의 탱자나무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낡은 집안에 사시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탱자나무의 굽은 몸과 닮아 있다
오랜 세월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을 탱자나무
그러나 할머니가 세상 떠난 후에도 탱자나무는 지금처럼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살아 있을것이다 탱자나무보다도 짧은 인생 덧 없다 말하지 말고 열심히
살다 가는게 중요한것 같다
한 낮의 햇빛도 수그러드는 오후 늦은 시간 슬슬 해변구경을 나선다
신나는 젊음 행복한 가족들이 해변을 채워 놓고 있다
넘어가는 햇빛에 반짝이는 물빛과 산자락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여행지의 낭만을 더하기 곱하기 하고 있다
바다는 맨발로 모래톱을 걷을때 느끼는 간지러움도 바닷물이 철석이며 내는
속살거림도 공연히 마음을 들뜨게한다
그래서 여름밤의 바다는 활기차고 행복한것같다
맛소금을 뿌려가며 맛조개를 잡아내는 가족들 아빠와 함께 엄마와 함께
모처럼의 가족여행에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섬 전체를 아로 새긴다
(해당화와 망주봉)
아름다운 낙조는 항상 신비롭다
붉은 공 하나가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다가 어느순간 바다속으로
뚝 떨어지는 모습은 안타까움과 안도감를 주기도한다
하룻동안 이글거리던 태양이 잠시 쉬러가는 시간
내일의 열기를 위해 재 충전 하며 휴식을 취하러 가는 시간이다
그 아름다움을 담느라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가스층이 발달하고 태양은 수평선으로 떨어지기보다 먼저
가스층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을은 뜨거운 태양아래서 슬금슬금 다가와 코스모스를 피워놓고
해당화 열매를 빨갛게 익혀 놓았다
해수욕을 즐기는 여름 사람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햇님도 보내고 이제 집으로 갈 시간
사고가 있다고 한다 어떤 젊은이가 무모한 도전으로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썰물 되어 얕아진 바다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다이빙을 하다가
낮아진 물의 깊이 때문에 목뼈를 다쳤다고 한다
스물 세 살의 꽃다운 나이 큰 부상이 아니라 건강하게 회복 되었으면 좋겠다
잘못하다가는 평생 누워지낼텐데 스물 세 살은 참 아까운 나이다
땅거미가 내리고 일몰후에는 배가 바다로 나기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는데
부상당한 젊은이를 호송하는 경비정이 왔다 간 후에 출발하자고 한다
이미 해는 지고 불법 항해라지만 아니 갈수 없다
경고를 받으며 출항을 하고 우리는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바다를 항해한다
흡사 해상을 떠도는 난민처럼 뱃바닥에 주저앉아서 어두워진 바다를 간다
바다에 떠다니는 프랑크톤이 내는 푸른 인광이 출렁이는 물결따라 춤을 춘다
그 모습이 바다위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오로라 같다
캄캄해서 주변의 경치는 볼수없으니 밤 바다가 무서운지 어쩐지도 모르겠는데
오래간만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우리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너른 바다에 앉아
하늘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뭍 별들을 보고 있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 샤워를 하면서 북두칠성 끝으로 북극성도 찾아보고
하얗게 흐르는 미리내도 바라보며 이젠 도시에서는 지상의 불빛때문에
빛을 잃어가는 별빛이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희미하게 잊혀지는 별빛따라 꿈도 잃어가는가?
바다 가운데서 영롱하게 비치는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가슴속에 꿈 하나를 심으며......
그 와중에 늘 회원들을 먼저 챙겨주고 위트있는 멘트로 우리를 웃게 해주는
회원 하나가 발을 다쳐 입원중이다 수술도 잘 되었다고 하니 빠른 쾌유를 빈다
그 사건만 빼놓으면 참 좋은 시간이었다
즐거움과 많은 사연을 남겨준 선유도 오래 기억될것 같다
2009.08.15 꽃님이
첫댓글 해당화 피고지고 또 다시 피어나도, 한 번 간 우리 님은 왜 다시 오지 않나! 애 달픈 그 사람을 잊을 길 없어 애타는 이 가슴엔 파도만 밀려오네. . . .! 선유도에서 저도 해당화를 처음 봤었습니다. 명사십리 해당화는 언제나 볼 수 있을지! 시원한 사진 감사합니다.
여기 선유도 해변도 명사십리라고 하던데요 ^^
둘이 타는 자전거 타고 섬일주했던 생각나요...바짓단이 체인에 감겨 찢어졌었는데...^^*
그깟 바짓단 찟어지는게 뭐 대순가? ㅎㅎ
따뜻하고 애잔함이 묻어나는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밤하늘 별님들 사진은 찍으셨나요? ^^
별하나 나하다 세다가 그걸 못찍었어요 ㅠㅠ
따뜻한 가슴으로 잔잔하게 써주신 선유도 여행기 를 읽으니 마치 제가 그곳에 있는듯 행복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잘있지요?
전번에 형아님 친구들과 무녀도에서 숙박을 하고 이침 일찍 일출 찍는다고 나갔다가 그냥 다리에서만 찍고 말았지요~좀더 발품을 팔았어야 꽃님이처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장자봉에서 바라본 섬 사진 너무 좋아요~여행기도 꼼꼼히..역시 꽃님이님이 최고야요~~^^
진사들과 함께다녀야 포인트 안내받아 괜찮은 곳에서 찍을수 있지 친구들 여러명이 함께가면 좋은 사진 찍을수 없더라구요
너무 너무 좋은 수기에 달려가고픈 충동이 생깁니다...감사합니다
초롱님 철 지난 바닷가도 가보면 괜찮을것 같지않나요? 감사^^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에 한 곳 선유도 . . . 잔잔한 감동이 있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
대장님께 부탁해보세요 선유도로 답사지 정하자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