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서산에 해 질 때
이언진
밝은 해 하늘길 건너 서산에 지면
그때마다 나는 울고 싶어 지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는 일로 여겨
어서 저녁상 내오라 재촉하네
白日轣轆西墜(백일역록서추)
白日轣轆西墜(백일역록서추) 此時吾每欲哭(차시오매욕곡)
世人看做常事(세인간주상사) 只管催呼夕食(지관최호석식)
[어휘풀이]
-轣轆(역록) : 해가 지나가는 길, 轣(역) : 갈다. 물레, 수레의 궤도 轆(록) : 녹로, 도르래,
수레바퀴가 지나가는 길
-只管(지관) : 오직, 다만
[역사이야기]
이언진(李彦瑱:1740~1766)은 본관은 강양(江陽), 자는 우상(虞裳), 호는 송목관(松穆館), 창기(滄起)이다. 조선 후기의 역관·시인이다. 시문과 서예에 능하여 스승 이용휴에게 천재로 인정받았다.
대대로 역관(譯官)을 지낸 집안에서 태어났다. 실학의 대가 이가환(李家煥)의 아버지인 이용휴(李用休)에게 수학하였다. 1759년(영조 35) 역과(譯科)에 합격하여 사역원주부가 되었고, 1763년 통신사(通信使) 조엄(趙曮)을 수행하여, 일본에 다녀왔다.
어려서부터 시문과 서예에 능하여 스승 이용휴에게 영이적 천재(靈異的天才)로 인정받았으며, 그의 시는 성당(盛唐)의 시풍(詩風)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27세로 요절(夭折)하였는데, 죽기 전 모든 초고(草稿)를 불살라 버려 남아 있는 작품이 많지 않으나, 초고를 불사를 때 그의 아내가 빼앗아 둔 일부 유고(遺稿)가《송목관신여고(松穆館燼餘稿)》라는 이름으로 편집되어 전한다.
생전에 그를 문전박대(門前薄待)했던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사후에 그를 애도하며 한문소설《우상전(虞裳傳)》을 쓰는 등 그에 대한 몇 편의 전기(傳記)들이 있을 뿐이었는데, 2008년 한성대학교 지식정보학부 강순애 교수가 그의 친필 서첩《우상잉복(虞裳剩馥)》을 발견하였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