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紀行)은 기행(奇行)을 낳고
윤 형 돈
그의 운율은 아직 생가에 멀쩡하니 살아있다.
모란뿌리 아들이 시인 아비의 시적 배경을 설명하는 사이
나는 뒤란 은행 고목아래서 파흥과 장흥의 의미를 읽었다
편백나무 숲은 심호흡으로 산책하는 자에게만
삼나무 여인의 허리선을 포옹할 자격을 준다.
정남진의 저녁 해가 개울물을 건너면 호랑가시나무 뒤론
허구 같은 삼대 곰탕집에서 “대물“을 끓여내기도 한다.
갓 떠난 별똥별의 흔적을 줍다가 떫은 단 감을 씹어 보고
신 해방군의 놀이터인 매직 동굴 속으로 잠입하였다
생은 때로 통속잡지의 표지처럼 퇴폐함을 증명하려는 듯
한 낮에 달아난 짱뚱어들이 경계를 풀고 밤새 꿈틀거렸다
차밭 열차가 녹색바람을 싣고 소리 청 마루에 당도했을 때,
꽃다운 애창들의 목울대는
남도의 물과 공기와 흙으로 길러진 탓에
배냇동이 소리음이 거울처럼 명징하게 빛난다.
문풍지를 타고 나간 가락이 오래된 누각 지붕에 앉아
벌교 소화 다리의 원혼들까지 까부르고 어루만질 제,
건조한 가슴은 청무우 한 입 덥석 베어 문 듯 시원하고
금세 혼탁한 모래 앙금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수비(水飛)와 연토(練土)를 거치며 유약으로 빚어진
연꽃무늬 입 넓은 긴 목병들처럼
알 수 없는 절절함이 가야금 병창소리에 흐르는데
“글을 쓰고자 하는 자는 모름지기
육필원고가 자신의 키까지 쌓이도록 정진해야 합니다. “
태산산맥에서 고하는 작가의 커다란 울림이
파지더미에 깔린 나의 공간에 삽상하니 메아리치고 있다.
2010 11.15
첫댓글 시의 푸른 내장을 드러내 다시 등록하였습니다
우리 긴생의 기행(紀行)에 우리 순간의 삶은 기행(奇行)일테지요
큰 의미를 절단내어 분재화한 언어 를 형상화 하는 시인의 삶은 마구 구부러지고 꺽어지고 부러지고 행행이 절단나고 찢겨짐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요
가끔 짱뚱어 로 빙의 해보십시오.. 굳어지고 정형화 된 삶의 관절들이 부들부들 연골탈퇴 할꺼외다 . 습습.. (짱뚱어 웃음소리)
짱뚱어의 밤을 기약하며...
순간의 포착이 시를 낳고 .. 순간의 선택이 삶을 좌지우지 합니다..
함축된 기행의 묘미.. 서러워서 찬란한 피지더미에 깔린 나의 공간..
그도저도 마다하고 세월은 절절절 흐릅니다... 감사합니다..
좌지우지에 인생의 심오한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샘님, 압축된 시적 언어속에서 여러 편의 그림으로 승화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압축파일을 풀기 위해 얼마를 고생했습니다 해풍에 견디는 소나무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