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도문] 촛불의 기도 (이해인)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
셔터스톡
하느님을 알게 된
이 놀라운 행복을
온 몸으로 태우며 살고 싶어요
그분이 주시는 매일매일을
새해 첫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언제나 설레이며 살고 싶어요
하늘 향해 타오르는
이 뜨거운 불꽃의 기도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
이웃을 위해서도 조국을 위해서도
닫힌 마음 열겠어요
좁은 마음 넓히겠어요
내 키가 작아 드는 아픔을
내 몸이 녹아드는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
하얗게 물이 되는
따스한 물이 되는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흔들리는 바람에도
똑바로 눈을 뜨며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이해인(1945~), 대한민국의 수녀, 시인
촛불은 심지에 불이 닿으면 계속 촛농을 녹이며 타들어간다. 크고 거센 불씨는 아니지만, 꾸준하고 은은하게 오래가는 것이다. 필자는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는 촛불을, 이웃과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자신에 비유한다. 하느님을 통한 행복과 설레임을 불씨 삼아 하늘 향해 타오르는 뜨거운 불꽃의 기도를 드려본다.
이해인은 천주교 수녀로 많은 시와 수필 등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그리스도교와 무관한 사람에게도 시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시는 1980년대 이후 수십 년간 남녀노소나 지식수준, 직업 등과 상관없이 수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교과서에도 적지 않은 시가 수록됐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