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6 – 8. 6 비디갤러리 (T.02-3789-3872, 명동역 3번출구 앞)
Something Great
박성민 개인전
글 : 이선영(미술평론가)
박성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학과 및 동 대학원 회화학과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2002년 5월부터 투명한 얼음덩어리 속에서 피어난 꽃이나 덩굴 잎, 과일을 극사실적으로 그려왔다. 얼음덩이를 비집고 나오는 사물들을 포착한 ‘아이스캡슐’ 시리즈는 노동집약적이고, 손맛이 살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08년에는 고아한 운치가 절로 배어나는 이조백자 그릇에 담긴 얼음을 활용해 더 주목받았다.
이후 박성민 작가의 작품은 바탕의 흰색, 검은색과 어우러지며 극사실주의 화풍의 싱그럽고도 세련된 미감을 선사하는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때론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을 활용해 은빛 순결함을 보태기도 한다. 작가는 얼음이야말로 물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상이라며 고체와 액체로서의 얼음은 존재에 대한 고정된 기억을 환기하고, 기체의 물성을 지닌 얼음은 곧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기억의 속성에 대한 암시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작품들은 육면체 형태의 수많은 얼음덩어리를 극 사실 기법으로 그린 뒤 화면에 바둑판처럼 배열해 단색화의 느낌을 준다.
박성민 작가의 작업에서 그림의 영원한 소재인 자연은 몇 겹의 포장을 거쳐 관객 앞에 놓이게 된다. 이 그림들은 누군가 손수 힘겹게 그렸을 것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거리낌이나 불편함 없이 수용되며 그것이 시각적인 포만감을 준다. 박성민 작가는 ‘Ice Capsule'이 타임캡슐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타임캡슐이 역사에 대한 공시적인 단면 이듯이, 아이스캡슐은 시간의 흐름을 타는 생명을 절정의 순간에서 멈추게 하고 그 순간을 연장하려 한다. 얼음은 생명 연장을 위한 조치이지만, 얼음 또한 일시적인 것이며, 이러한 인위적 조작이 유기적 조직을 복구할 수 없을 만큼 훼손하는 것도 사실이다. 날로 발달하는 과학기술은 이 영원의 순간을 더 연장시킬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파괴를 통한 보존이라는 역설적 방식이다. 그의 그림은 세밀한 묘사력에 힘입어 밝고 명료하며 부정적인 기색이 없다. 그것이 박성민 그림의 대중적 인기를 보증해주었다.
박성민 작가의 여러 작품들은 서울시립미술관, 한국민속촌미술관,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 거제삼성호텔, 강릉시청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박성민 작가는 대한민국 국민 미술대전 대상과 신사임당 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등을 수상, 공모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