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하루 해가 저물어 가는 듯...
동쪽을 향해 앉은 막내의 방 窓 너머로 비치는 아파트의 높고 쭉 빠진 몸매가
한낮 동안 입고 입던 회색빛 칙칙한 걸치게를 벗어 던지고...
황혼이 던져 주는 약간 붉은 빛이 감도는 밝은 색상의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때의 아파트 모습입니다.
망연자실하게 의자 깊숙히 몸을 묻고 앉아 무심한 마음으로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이유를 알 길 없는 그리움 한자락이
마치 이맘 때 쯤이면 산기슭 시골동네에 옹기 종기 내려앉은 처마 끝 낮은 오두막 뒷 편...
형체조차 불분명한 굴뚝에서 저녁 하늘 타고 오르는 실연기처럼 피어 오릅니다.
언제나... 그런 왔다가 이내 사라지곤하는 실연기 같은 그리움 따위는
그냥 그리움으로 묻어두는 습관을 들이면서......
그렇게 살았었는데 오늘은 문득 무슨 생각에서인지 한참을 의자에 붙은 듯
미동도 없던 몸을 일으켜 이렇게 몇 자를 적어 띄워봅니다.
우표없는 편지여서 무사히 배달이 될 런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만...???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마음이 지금 쓰고 있는 이 편지지만큼이나
드높고 , 맑고, 밝고, 눈이 시릴정도로 파아랗게 순수(純粹)했을 때......
누구에겐지도 모르게 향하는 마음들을 모아서는
하늘에 부친 셈 치려 마음 한자락을 비우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라고
부질없는 절규(絶叫)는 않으려 합니다.
그냥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그렇게 그리워 하면서 살려 합니다.
언젠가 망각(忘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그 그리움을 흔적조차 없게 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허긴... 세월(歲月)이 흐른다고 다 잊혀지거나...
망각의 강 물이 넘치고 넘쳐도...
씻겨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는 것 정도야 나도 알고 있음입니다.
산산이 부서진 기억(記憶)의 파편(破片)들이
온통 허공(虛空) 같은 마음 속에 뿔뿔이 흩어져서
추억(追憶)의 산물(産物)처럼 남아 있으니 그 깟 망각의 물결인 들 어찌 하오리까...???
한 차례 거센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싶습니다.
내 닫혀진 마음 깊은 심연(深淵) 속에서 그 바람 회오리처럼 일어서...
망각의 강(江) 물로도 차마 지우지 못한 아픔과 슬픔들을
저 멀리로 날려 줄 수만 있다면......
내 생애(生涯) 단. 한 번만이라도 진정으로 홀가분함이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았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너무 아련하게 가물 가물거려서......
어떤 것이었던 지...???
기억해 낼 수조차 없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밝고... 맑고... 더 없이 환한 눈 빛으로
내가 한동안 머물렀다가 갈 이 세상 모든 것을......
한 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강건(强健)하시고... 행복(幸福)하시기를......
작은 가슴에... 두 손 모으고... 빌고 또 빌겠습니다.
2005년 5월 19일 저녁 노을 아래서...
민 달 팽 이 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