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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기예보에서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딱 맞추었다. 저녁에 자면서 내일 아침에는 우중주가 될 것 같아 신발 젖을 걱정을 했다. 아침, 흐리지만 비는 멎었다. 우리 인천대공원 아지트에 도착하니, 아침 5시 30분. 우리 명패도 친구도 없다. 왔다갔다 소변도 보고. 대충 구부렸다 폈다. 돌렸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혼자 출발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지났으니, 3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테스트할 생각으로. (테스트 결과는 3년 전 그 자리.)
비갠 인천대공원. 공기는 상큼하고, 감촉도 좋다. 풀냄새, 숲 냄새가 코 속을 기분 좋게 들락거린다. 밤에 내린 비로 주로도 아주 쌈빡하게 청소되었다. 새들도 아주 신이난 모양이다. 허벅지에 힘을 주어 무릎을 높게 차올리니 발자국 소리도 가볍다. 설거지가 끝난 싱크대를 보는 느낌이랄까? 햇볕에 바싹 말린 이부자리가 펴진 기분이랄까. 아무튼 탱탱볼이 통통거리는 느낌이다. 밤새 당신의 아들을 위해 청소를 해둔 나의 주님을 생각하며, 느티나무 가로수 터널을 즐겼다.
어제 월러는 13km 코스를 3.5회전을 하겠다며 새벽 3시부터 달린다고 했다. 주로에서 월러가 보이지 않는다. 새벽이라 만의골 처녀 귀신이랑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며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양미가 나를 추월해 간다. 잠깐 동반주 해주는 양미를 따라가다가 오버 페이스에 대한 조언을 듣고, 얼른 고추를 내리고 울트라 전사 뒤로 처졌다. 반환점에서 다시 울트라 전사 양미를 만났다. 물먹고 가라고 권했지만, 전사의 말을 잡아먹고 걍 내 달렸다. 목도 마르고 오줌도 마려웠지만, 오늘은 체력 테스트하는 날이라며 나를 설득하고. 양미야! 너의 호의를 거절한 것 미안하다. 결혼하자고 하면 그렇게 쉽게 내빼진 못했을 거야.
월러도 만났다. 평소의 월러 표정이 아니다. 처녀 귀신에게 차인 겐가? 작년인가 내가 3회전을 6시간 동안 뛸 때, 월러는 회사근무 시간에 짬을 내서 나를 응원하러 와서 마실 것도 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해서 내가 힘을 냈던 기억이 난다. 개방 카페의 프로필 사진도 월러가 찍어 준 것이다. 그런데 새벽부터 잠도 안자고 3.5회전이나 한다고 미쳐서 뛰어 댕기는 월러. 얼굴이 펴지지 않는 월러를 쳐다만 봤다. 너에 대한 채무만 더 늘어난 스침이었다. 부르터에게 올해만은 잡히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는 월러야 미안하다.
아참! 오늘 타켓이랑 골인지점에서 300m 쯤 같이 달렸다. 나는 전 속력으로 달리며 헥헥 거렸고, 타켓은 골인지점을 다시 턴하여 달려 나갔어. 그러나 썹3 고수와 잠깐이라도 같이 했다는 경험이, 나를 아주 높은 곳으로 들어올렸다. 쬐끔만 더 연습하면 타켓도 잡을 수 있다는. 고수와 조우가 주는 부작용 같기는 하지만. 친구가 나를 격려할 마음으로 뛴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경험이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된 것처럼. 나의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타켓! 고마웠다.
막걸리 투입량이 자꾸 는다. 달리기 실력 향상에 대한 좋은 징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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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수가 될려면 술을 잘먹어야 된다
기존의 고수들은 다 술이 쎄다
고로 술먹는 훈련도 병행 해야한다
음... 인화달에서 지대로 훈련 중이란 말인가? 아니면 좀 더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버마 음주훈련도 받고 있구나
배울때 학시리 배워야 한다
지금 모두 에게 달리기라면 큰소리 치는 타겟도 원래 처음엔 술을 안마셨다
술을 병행하여 훈련후 섭스리를 유지 한다는 소문이 있다
@구름에달가듯 타켓이 썹쓰리 연속 14년인가를 달성했는데 비법은 자기관리라고 알았다. 이제사 달리기 진실에 접촉한 기분이다. 구다라 넌 좀 존 놈인 듯.
버마의글은 쉽고맛갈난다.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자봉을 생각했다. 이번에 조금이라도 빚을 갚고 싶었는데... 말 뿐이지만 쬐끔이라도 값을 쳐 주길 바래...
@버마 너희홧팅에고마웟지만~~
인상필수읎어미안햇다.
@김기원(월러러) 처녀 귀신에게 차인건 맞어?
@버마 그려~
ㅋ ㅋ!
고수랑 맞짱!
월러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400m 단거리를 뛴다면 썹3하고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큰 소리가.
인화달 대장과 총무가 결석을 하니,
다들 간댕이가 부었다. 썹3를 겁내지 않거든... 부르터도 썹4를 하더니 타켓을 겨냥한 거 가터.
달리기 실력 = 음주량 ????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
건강하면 잘 달린다는 것...
이 사실을 내 아내님에게 알리진 않겠지? 내 현재의 주량만 가지고도 개방 출입금지 처분이 분명하다.
버마야 뜀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땀으로 운동화까지 흥건하게 적셔야
진정한 달림 꾼이다 ㅋㅋ
10년 전 개방가입 6개월(말톤시작)
만에 뙨 ᆢ개트라
개트라 뛸때 나 뛰는거 보고 ᆢ
무강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ᆢ
양미 (양미리)넌 딱 울트라 다
했지 ᆢ그땐 그말이 무슨 말인지 몰랏지 ᆢㅎㅎ
버마도 스스로 알게 되겠지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