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서부 나이지리아에 '이혼 수도'로 통하는 도시가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북부 카노주의 주도 카노(Kano)다. 영국 BBC가 2022년 주정부와 손잡고 진행한 조사 결과 결혼한 커플의 32%만이 혼인한 지 3~6개월이 돼도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10쌍 중 7쌍은 반 년도 헤어진다는 얘기이니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도시에 사는 부부가 최근 50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아 떠들썩한 축하를 받았다고 방송이 6일 전했다. 마흐무드 카비르 유수프(76)와 라비아투 타히르는 동영상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한 비결과 왜 이 도시에서 그렇게나 많은 커플이 결혼한 뒤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아 많은 댓글을 이끌어냈다.
남편 유수프는 아내의 관대한 품성에 공을 돌렸다. "그녀는 정말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며 많은 것을 넘어가줘 우리의 결혼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 60대 후반의 아내 타히르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13명의 자녀를 낳았다. 타히르는 가족이 직면하는 온갖 어려움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남편을 치하했다. “그는 무척 참을성이 많은 남자다. 그리고 난 그 점이 우리 성공의 열쇠인 것 같다"고 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으며 인터뷰 중간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다섯 차례나 결혼한 이혼녀 하사나 마흐무드(39)는 노부부에 깊은 강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네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모든 결혼 기간에도 배우자와 함께 한 시간은 4년뿐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이들의 기념비적인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신선하기만 했다. 남편들은 교제할 때는 모두 착했고 돌봐줬는데 결혼 뒤 변하더라"고 말했다. 마흐무드는 이어 "사람들이 카노를 나이지리아의 이혼 수도라고 부를 때마다 기분이 언짢았다. 바라건대 상황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카노의 이혼율이 치솟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였다. 북부의 상업 중심지인 이 도시에서는 매월 수백 쌍이 헤어진다. 2022년 BBC와 주정부의 조사 때 20~25세 인구의 일부는 벌써 이 나이에 세 번째 결혼한 경우도 있었다.
별거 비율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인데 주정부가 기금을 댄 이슬람 관청인 히스바(Hisbah) 때문이다. 이 관청은 도덕 문제와 샤리아 율법을 집행한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격리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의 음주 단속 권한을 갖는다. 결혼한 부부의 어려움을 돕는 카운셀링 서비스 기능도 갖는다.
히스바 사무실 밖에 길게 줄지어 선 여성들을 볼 수 있는데 전 남편이 아이들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기 위해서다.
카노에서는 법적 연령인 18세가 되기도 전에 결혼하는 일이 흔하다. 다른 이들은 이혼이 손쉬운 것이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너랑 이혼해'라고 말하거나 종이 위에 쓰면 그걸로 다 끝난다. 요즈음에는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를 띄우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미누 다우라와는 히스바에서 높은 이혼율을 떨어뜨리는 책무를 맡고 있다. 대책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해 결혼 생활을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히스바에서는 집단 결혼을 조직하는데 'Auren Zawarawa'라고 한다. 주로 이혼한 남녀의 짝짓기를 대규모를 주선하는 것이다.
수백 쌍의 신혼 부부들에겐 가재도구를 마련하거나 자영업을 창업할 수 있는 자금이 적으나마 지원된다. 이런 정책은 2012년 시작됐는데 다우라와는 그럼에도 이혼율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 결혼 이후 각자 커플을 점검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전과 똑같은 결과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부 조직 '위민 앤드 칠드런 이니셔티브'(Women and Children Initiative)의 하디자 아도 창업자는 이혼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한다. 아도는 BBC에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다양한 관청에 매일 30건씩의 이혼 재판이 접수된다"면서 '어려움을 겪는 나이지리아 경제가 이 순간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편들이 짝을 찾으려고 외출해 때로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다. 그러면 또 갈등이 싹튼다.”
중매장이를 활용하는 관습이 카로에서는 흔한데 무슬림 사회라 미혼은 다른 성별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아 잠재적인 짝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성별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대학이나 교회 등이 꼽히는데 인구 대다수가 다니지 않는 곳이다.
좋은 짝을 찾아도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한다. 실제로 유수프와 타히르는 젊을 적 이웃의 나이든 여성의 중매로 처음 만났다.
타히르는 천생연분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12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에야 예식을 올렸다.
좋은 짝을 찾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판을 듣는 라비우 아도(46)도 그 점이 성공의 열쇠라고 동의했다. "결혼 전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에 중매를 시작한 그는 어머니도 그 일을 했지만 그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싶지 않았다고 BBC에 털어놓았다. 그는 원래 트럭 운전사 일을 했는데 어느날 친구들이 배우자 찾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고 투덜대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몇 건의 소개가 잘 풀렸고, 그는 자신이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이런 일에 재간이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광고판에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리고 있고, 매일 1~5명의 고객을 맞는다. 이제는 인터뷰만 해도 사람들의 태도와 기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남자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여성을 원하고, 여자들도 돈 많은 남자들을 선호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쁜 마음으로 결혼하려고 뛰어든다.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실망하는 이유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500쌍정도의 결혼을 성사시켜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결혼하기 전에 서로를 잘 알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아도는 이혼한 사람이 많은 것은 몇몇이 결혼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은 증좌라고 단언한다. "내 생각에 카노의 이혼율이 높은 것은 이혼한 뒤 다른 사람을 항상 가질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슬람 성직자 압둘라히 이샤크 가랑가마와는 무슬림들이 쉽사리 이혼할 수 있는 것을 두둔했다. “이슬람은 자비로워 결혼이든 이혼이든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해서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됐을 때 갇히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 우리는 지금처럼 이혼이 많지 않았다. 우리 부모들은 몇십 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기심에 사로잡혀 그 과정을 남용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다. 몇몇 종교는 상황이 어떻든 죽을 때까지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요하는데 이슬람은 상황이 제 손을 떠났다고 느끼면 이혼을 합법으로 여긴다.
지금은 없어진 나이지리안 에어웨이스 항공에 근무했던 유수프는 인생의 어려움을 나눠 지고, 서로를 돕는 일이야말로 타히르와 지내는 일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사랑 역시 열쇠다. 진정 서로를 사랑할 때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이기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말고 순수한 의도를 갖고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동의한다며 “내 조언을 보태자면 결혼하길 원하는 이들은 서로를 참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쪽이 화를 내면, 다른 쪽은 조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