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낳고 애들이 아직은 어리다는 이유로 좋은 날씨에도 변변한 여행 한 번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큰 애가 5살, 둘째가 17개월. 둘 다 걸을 수 있게 되어 날씨가 좋으면 야외로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피움음악회가 열리는 12일(토) 저녁 6시.
오전에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마침 시내에서 충장축제가 열린다기에 구경을 가기로 했다.
금남로 전체가 커다란 축제의 장이었다.
광주지역 인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거대한 축제의 장.
가는 곳마다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사회자와 진행 요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축제.
순간 광주지역에서 무슨 행사를 할 경우 충장축제 일정과 겹치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도 모두 이곳에 있는 것 같았고 예술계통에서 밥 좀 먹는 사람이라면 전부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 피움음악회 잘 될까~~~?
거리 퍼레이드 행사에 둘째 아들과 호돌이의 만남.
수 많은 팀과 사진들이 있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탱크만 한 장 올립니다.
나무로 탱크를 만들고 천으로 씌워서 밑에 도르래를 달고 움직이더라구요. ^^
여기까지 보고 피움음악회로 go go~~~
사회자가 모두 충장축제로 간 줄 알았는데 여기에 광주를 대표하는 두 명의 사회자가 있더군요.
사회자 섭외하기 진짜 어려웠을 것 같은데 용케 구하셨네요 ㅋㅋㅋ
북구청장님도 이곳까지 직접 오셔서 격려사 해 주시고...감사했습니다.
아무쪼록 내년 행사에 돈으로다가 팍팍 지원해 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애요.
충장축제와 맞짱 뜬 피움음악회가 순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구지역내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합창단이랍니다.
왠 할아버지가 술 기운에 흥이 나셨는지 계속 춤을 추시더군요.
그러면서 함께 하자고 자꾸 부르는데 저는 쪽 팔려서 나갈 엄두를 못냈습니다.
대신 5살 먹은 임표에게 제안을 하나 했죠.
얘가 요새 변신로봇 또봇에 관심이 많거든요. 어린이집이나 친구 집에 가면 또봇 이야기만 합니다.
마트 가서도 사 달라고 조르지도 못하고 그 앞에서 바라만 보는 아이입니다.
엄청 내성적이고 부끄럼도 많이 타는 아이죠.
"임표야 네가 저기 나가서 춤을 추면 아빠가 또봇 X 사줄께"
고민 고민 하더니 또봇 X가 무척이나 갖고 싶었던 아이.
큰 용기를 내어서 무대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앉아 있는 의자 사이에서 춤을 추더군요.
"임표야 여기서 춤을 추면 또봇을 못 사. 네가 저기 할아버지 옆에서 춤을 춰야 살 수가 있어"
그래서 얼떨결에 무대까지 나가긴 했는데 이건 춤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그냥 '엉거주춤'이라 해야 하나?
할아버지가 보다 못해 큰 맘 먹고 임표에게 만원을 주면서 당부합니다.
"네! 내가 돈 줄테니까 신나게 한 번 쳐 봐라"
그러나 지그 아빠도 춤 못추고 지그 엄마도 춤하고는 거리가 먼데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춤을 잘 추겠습니까? 여전히 엉거주춤만 했죠.
그러다 할아버지한테 한마디 얻어 듣고 바로 들어 와서는 풀이 죽어서 조용히 있더군요.
'미안하다 임표야, 다시는 이런 제안 안하마'
네가 받은 만원은 또봇 사는데 요긴하게 사용하마. ㅋㅋㅋ
이게 이번에 임표에게 사 준 변신로봇 또봇 X입니다.
도대체 또봇 X가 뭐길래 그 소심한 아들을 춤 추게 했을까?
첫댓글 애기 너무 귀여워요 :-)
또봇 화이링~~~즐건 시간였슴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