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관보다 먼저 노후화되어가는 상수도공무원들
인천 상수도 책임급 고위공무원 절반이 올 연말 퇴임
상수도 공사화와 수도직렬 부활로 전문공무원 양성 시급
상수도의 경쟁력은 관망 현대화와 사람의 전문성 보존
인천시 상수도사업을 이끌고 있는 4급 이상 간부들이 올 연말이면 전체 17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퇴임한다.
온윤희 상수도본부장(3급)을 비롯해 방동석 수질안전부장(이하 4급), 박병재 급수부장, 허창렬 남동정수사업소장, 김일웅 공촌정수사업소장, 이규철 강화수도사업소장, 임대희 영종옹진수도사업소장, 조영기 중부수도사업소장, 김영미 서부수도사업소장 등 9명이 상수도를 떠난다.
상수도의 분야별 책임자로 조직을 이끌어야 할 간부급 인력의 절반 이상이 일시에 상수도 조직을 떠나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 책임급 공무원 가운데 상수도 전문성을 지닌 인사는 고작 3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을 무시한 일반행정 중심의 인사와 조직 운영으로 수도 분야 경력이 없는 인사들이 상수도 분야에서 말년에 근무하면서 발생되는 결과물로 전국적인 현상이다.
인천시는 2019년 5월 인천 서구에서 시작된 적수 사고를 겪었다. 사고는 공촌정수장 계통의 수계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촌정수장 수계전환 이후 탁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먹는물 수질기준인 0.5NTU를 초과했다. 그러나 적절한 초동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피해 규모도 컸다. 인천시는 당시 26만1천 세대, 약 63만5천 명이 적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충분했다면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초동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계전환 설계의 전문성 부족, 밸브 조작 숙련인력 부재, 유량·수압 관리 미흡, 탁도 감시와 이상 징후에 대한 판단 부족, 적절한 관망 세척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어 2020년에는 수돗물 유충 사고까지 발생했다. 정수장 운영에서 환경·화학 분야 전문인력의 정수장 근무 경험과 현장 대응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2019년 적수 사고 이후 인천시는 수질안전부를 신설하고 현장 대응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인력도 늘렸다. 그러나 단순한 인력 증원만으로는 전문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수질사고를 경험하게 됐다.
상수도는 시설의 노후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설을 운영하고 사고에 대응할 전문인력의 고령화와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방상수도 현장에서는 수계조절, 관망관리, 누수탐사, 정수장 운영, 수질관리, 기계·전기시설 유지관리 등 오랜 현장 경험이 필요한 업무가 많다.
하지만 신규 인력의 유입은 줄고 기존 숙련인력은 퇴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대 이후 상수도 분야는 신규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부서에서 기피 부서로 변질돼 왔다.
급수운영과 수계조절 분야의 근무 기피, 전문인력 노령화,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 공백과 사고 대응력도 저하되고 있다.
인천시의 탁수와 유충 발생 등 수질사고 역시 기본적인 현장 경험과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방상수도 문제를 분석하면서 순환보직과 정수시설운영관리사 부족, 유지·보수 중심의 인력 구성에 따른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장기근무제도와 전문인력 배치 강화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상수도본부로 설립된 취지대로 상수도 분야 인력을 타 부서로 이동시키기보다는 수도토목과 수도행정 등 상수도 업무로 전문화하고, 상수도본부 내 장기근속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행정제도를 개편해 상·하수도를 포함한 물관리 분야를 지방별 공사화하고, 전문경영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상수도 정책은 시설 투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설 투자/전문인력 확보/ 데이터 기반 운영/사고 대응/ 시설 개선과 노후도 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면서 상수도 인력의 역할도 단순 시설관리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전문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스마트미터, 관망 수압 데이터, 유량·수질센서, 누수탐지, 디지털트윈 등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의 중요성은 커진다. AI가 상수도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수도 전문가가 AI를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상수도 전문직을 ‘순환보직 예외 분야’로의 정착이 시급하다.
정수장 운영, 관망관리, 수질관리, 수계조절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일정 기간 이상 장기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근무기간, 담당시설, 사고 대응 경험, 관망관리 경험, 수질관리 능력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승진·보직·교육과 연계하는 ‘상수도 기술직 경력관리제’도 필요하다.
숙련자와 신규인력을 연결하는 ‘기술 전수제’도 도입해야 한다. 퇴직을 앞둔 전문가가 현장 노하우를 매뉴얼과 교육으로 남기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퇴직자 가운데 지원자를 선별해 일정한 교육을 실시한 뒤 현직자와 함께 현장에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현장 전문성을 연계하고 있다.
상수도 분야에서 이 같은 기술 전수가 중요한 이유는 관망의 취약구간, 밸브 위치, 수압 변화, 과거 사고지역 등 도면과 데이터에 남지 않는 현장지식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된 ‘산지식’은 상수도 운영의 중요한 자산이다. 또 한 소규모 지자체의 재정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유역 단위의 통합운영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지역의 지도자들인 시장·군수·도지사, 국회와 지방의회 역시 상수도 분야에서 ‘값싼 인력’이 아니라 ‘전문성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상수도 운영을 단순한 시설관리나 용역업무로 취급하면 전문인력은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상수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이다.
상수도관은 50년을 사용할 수 있고 주철관과 강관의 경우 내구연한이 약 30년 수준이지만, 상수도 전문가는 50년을 기다린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이력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문인력의 세대교체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명의 숙련된 수계조절 전문가가 퇴직하면서 졸지에 수십 년의 현장 경험이 사라질 수 있다. 관망의 구조와 취약점을 알고, 수질 이상을 감지하고, 단수사고 때 어느 밸브를 잠가야 하는지 아는 경험은 책이나 AI만으로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상수도 정책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많은 관을 교체할 것인가”에서 “누가 그 시설을 20~30년 동안 책임지고 운영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노후 상수도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전문인력의 노후화이고, 시설의 단절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술의 단절이다.
결국 한국 상수도의 미래 경쟁력은 관망 현대화와 함께 사람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세대 간 전승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국상하수도협회도 전국적인 인력 노후화에 대한 기초적 자료분석을 통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수도인사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할 숙제가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이현동 전문기자, 상하수도기술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