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eBNDqdO2gE
2023년 인천교구장 성탄 메시지
“베들레헴으로 갑시다.” (루카 2,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 사랑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구세주의 탄생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듣고 찾아온 목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성탄을 묵상하고 싶습니다.
먼저, 성경은 예수님의 탄생 과정을 알리며, 베들레헴에 도착한 마리아와 요셉은 그들이 머물 여관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루카 2,7 참조)
그리고 이어서 성경은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목자들의 모습을 전합니다.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루카 2,8)은 밤을 지새우다 주님의 천사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것은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천사들의 이 말을 듣고 목자들은 서로 말합니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루카 2,15)
목자들은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 말이 실현된 곳을 찾아서 떠납니다. 목자들은 참으로 깨어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깨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말씀하시지만, 그 말씀을 모두가 알아듣는 것은 아닙니다. 소리로 듣기는 하지만,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하느님의 말씀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원하는 대로 들으려 하고,
원하는 대로 실행하려고 합니다. 최근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문명의 시대에 반문명적 야욕에 의한 전쟁이 세계를 위협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세상에는 서로를 향해 무기를 들고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살육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신(神)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또 그것이 인류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변명합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모습은 군비경쟁 속 강대강의 구도를 조장하는 세계의 모습과 한반도의 모습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쟁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회적 일탈도 가득 찬
욕심과 이기심에서 기인된 것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한 목자들은 하느님 말씀으로 가득 찬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깨끗했고, 또 참된 가난함을 지녔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가득 찼기에 베들레헴을 향해 나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육화되신 그 모습을 만났습니다. 말구유의 비천하고 가난한 가운데 태어난 주님을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은 이렇게 모든 것을 비운 가난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에게 성탄의 참된 모습을 깊이 느끼고 깨우치게 하는 것은 목자들과 같은 가난한 마음과 하느님 앞에서 깨어있는 마음입니다.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떠나면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떠나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것을 목자들은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루카 2,16)고
전합니다. 우리의 바쁜 일상의 다급함과 목자들의 서두름은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음의 다급함은 우리로 하여금
평화로운 마음을 빼앗아 갑니다. 하지만 서둘러 떠났다는 의미는 목적을 향한 발걸음이며 기쁨에 가득 찬 움직임입니다.
그 발걸음은 하느님을 향했기에, 비우고 떠난 목자들의 마음은 기다렸던 구세주를 맞이하는 기쁨으로 채워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천사와 하늘의 군대가 외친,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구세주 탄생의 기쁨과 희망을 보고 느낀 그들은 모든 이들에게 구세주 탄생을 알리게 됩니다.
성탄을 맞이하는 이 시기만큼은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목자들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주님의 탄생을 맞이하러 서둘러 나서보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무거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 탄생을 기쁨으로 맞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평화를 온몸으로 받아 안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성탄시기만큼은 세상에서 총성이 멈추고,
평화와 사랑의 세상이 되기를 모두가 함께 기도합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을 통해
우리에게 내리는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천주교 인천교구 Diocese of Incheon (cainche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