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놀거리가 많아지고 비디오게임 종류도 다양한 세대가 있기 이전, 80년대의 비디오 게임에 중요한 장르중 하나가 슈팅게임입니다. 비행기 혹은 비슷한 것을 타고 적을 쏴 격추시키고 적의 탄을 피하고 보스를 격파하고... 지금은 시대가 변화하여 슈팅 게임은 별로 있지도 않을 오락실 구석에서 100원 동전 몇개로 시간때우는 그런 것이 됐지만 아직도 매니악한 팬은 남아있죠.
농구의 더 맨 논쟁은 어떻게 보면 이 슈팅게임과도 비슷합니다. 플레이어(코치 혹은 구단주)가 코인(연봉or픽)을 넣어서 한대의 주인공기체(더맨 선수)를 선택하고 시작하면 몇번의 파워업(선수보강)을 통해 강해지고나서 보스에 도전해(플레이오프 혹은 파이날) 못 깨고 자리를 뜨던가, 아니면 엔딩장면을 보던가. 한대의 비행기로 수많은 적들의 군단을 무력화 시키고 거대한 보스를 격파하는 카타르시스는 그 특유의 주인공 보정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참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 화려한 주인공 보정도 100원에 쓸수 있는 잔기는(샐러리캡)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참 닮았습니다. 그런 더맨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짜느냐도 슈팅게임의 방향성과 더 맨의 방향성에 맞죠.
아마 여기분들보단 아버지세대 사람들이 현역으로 즐겼던 원조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갤러그를 보면 래리 브라운의 올드스쿨 농구가 생각납니다. 레지 밀러,앨런 아이버슨,리차드 해밀턴같은 몇 안되는 간소하지만 원샷원킬이 되는 확실한 무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협력하여 게임을 풀고 끝내 피스톤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처럼 이런 게임은 단순하지만 플레이어가 암기하고 연구하여 그대로 실력이 된다는 점이 래리 브라운의 농구가 생각납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비행기 슈팅의 기본이 이런 형태죠. 보통 공격,파워업하면 곁다리로 나가는 보조공격, 그리고 위기의 순간 누르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적들을 전멸시키고 위기를 탈출하게 하는 일명 전멸폭탄. 그리고, 우리가 가장 익숙한 NBA 우승팀의 그것과도 비슷합니다. 잘 파워업된 팀이 위기의 순간이 왔을때 전멸폭탄을 눌러 위기를 탈출하듯, 더맨이 나타나 알고도 못막는 플레이로 팀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승리로 이끄는 그런 팀 말이죠. 슈팅게임에선 전멸폭탄에 제한이 있지만, 시대를 풍미한 빅맨들의 압도적 골밑장악이나 마이클 조던,코비 브라이언트같이 위기상황에서도 점퍼를 성공시키는 더맨은 그 강력함과 꾸준함덕에 전멸폭탄을 여러개, 혹은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전멸폭탄만 많다고 쉬운 게임인가? 파워업 없이 약한 공격으로 보스를 상대하다간 화력부족이 생겨서 전멸폭탄이 떨어지면 결국은 지쳐서 격추됩니다. 혹은 전멸폭탄의 범위나 위력이 약해서 약점이 노출될수도, 심지어는 보조무기가 빈약해서 의외의 방향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기체도 있습니다. 그런 파워업을 거치면서 완성된 비행기가 적진을 휩쓸듯 더맨과 그를 받치는 팀원의 팀웍이 승리를 이끄는 힘이 됩니다.
조금더 매니악한 유저들이라면 코나미의 그라디우스 시리즈를 기억할겁니다. 슈팅 게임 전통의 명작이자 가장 역사가 긴 게임. 이 게임은 특이하게 본체의 파워업 개념이 없습니다. 물론 본체에서 무기 몇가지를 추가할 수는 있지만, 이 게임은 파워업 대신 옵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추가 공격개체가 본체와 같은 공격을 해줌으로써 옵션을 더하면 공격력이 X2,X3으로 늘어나죠. 그라디우스의 경쟁자였던 알타입이라는 게임은 그라디우스처럼 여러개의 옵션이 아니라 포스라는 하나의 큰 옵션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더맨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공격을 통제하고 더맨의 통제를 받은 선수들이 지령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해내는 전투방식은 여러모로 스티브 내쉬,크리스 폴같은 초일류 1번의 팀 또는 캡스시절 르브론, 그리고 팀 던컨의 스퍼스를 생각나게 합니다. 던컨 개인적으로도 역대 최고급 플레이어의 반열에 거론될 선수지만 팀 던컨의 스퍼스는 그렉 포포비치의 지도와 팀 던컨이라는 거대한 베이스 아래 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브루스 보웬등 수많은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에이스와 팀플레이를 소화하는 빈틈없는 팀을 만든 것이 그겁니다. 이번 WCF에서도 여실히 증명되더군요. 이런팀은 옵션공격의 강력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본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락실보다는 가정용게임에서 발전한 슈팅게임중에는 이른바 어물전 슈팅이라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MSX시절의 명품 슈팅게임 자낙이나, 패밀리 합팩의 인기게임 비윙스처럼 본체에 여러가지의 공격옵션을 달고 적절한 상황에 따라 옵션을 바꿔달면서 전략적인 운영을 하는 게임 말이지요. 이건 마치 JailBlazers시절 포틀랜드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빅3+론도가 돌아가면서 팀을 이끌던 보스턴, 그리고 리그 최강의 멀티플레이어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팀 히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서로 중첩되지 않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더맨 혹은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팀의 주도권을 돌려쓰면서 여러방향에서 닥쳐오는 위기를 관리하는 그런 시스템 말이지요. 이런 시스템에 위의 전멸폭탄처럼 확실한 공격이 있거나 있어도 잘 안쓰는 잉여스러운 기능이 붙어있다면 자연스럽게 주력이 되거나 도태되겠지만, 플레이어가 비행기의 성능을 잘 이해하고 전술을 짜면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파이널에서 썬더와 히트중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 (결국은 주인공 기체에 격퇴될)끝판왕이 되느냐를 더 맨인 케빈 듀란트와 르브론 제임스의 대결로 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누가 주무기고 누가 보조무기냐 서열을 매기기 가혹하지만 3명의 젊은 재능이 강력한 전멸폭탄급 위력을 가진 썬더냐,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위 세가지 비행기중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는 변신의 달인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언제든 르브론의 위기때 전멸폭탄이 될 수 있는 웨이드,보쉬가 있는 히트냐 싸움이겠죠.
그것이 슈팅게임과 같다면 결국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까요? 좋은 성능을 가진 기체와 잘 파워업된 동료들, 그리고 잘 이해하고 조작해줄 브룩스,스포엘스트라 두 감독, 그리고 끝판왕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지켜볼 관중들, 이들의 조화가 아닐지?
첫댓글 새... 색다른 접근방식이다!!!
그리고...... 그럴싸해요!!! ㅎㄷㄷ
뭐.뭐야.. 장난아니자나..ㄷㄷ
고퀄 ㄷㄷㄷ
2222222
와우 멋진글!
헐 대박..
식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