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04) -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승을 부리던 한파가 물러가고 예년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 점화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온 누리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로 타오르고 전쟁 일보전의 험악한 한반도정세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으로 한 고비를 넘겨 다행이다. 오늘부터 설 연휴, 아침 일찍 테니스코트에 나갔더니 설날까지 휴장이라는 공고가 붙었다. 힘겹게 달려온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모처럼의 여유와 휴식을 즐기자.
올림픽의 환희와 북한고위급대표단의 남쪽방문이 큰 회오리를 일으키는 가운데 국정농단의 중심인물이 1심판결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롯데재벌 총수가 법정 구속되는가 하면 미투 파문의 연루자들이 된서리를 맞는 등 세상사의 부침이 유난스런 한 주간이다. 때에 맞춰 떠오른 상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잠언이다. 얼마 전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를 애독하는 지인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불안과 위험’의 카페 글에 이를 댓글로 올려 그가 겪은 시련과 고통이 마음에 닿았다.
주말을 서울에서 보내고 온 아내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같이 한 후 친해진 지인이 지난 1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남편으로부터 뒤늦게 전해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는 내용이다. 아내와 한 달에 한 번쯤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며 속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이의 예상치 못한 죽음이 나에게도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아내의 술회, 20여 년 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음을 들은 엄마친구들의 마음도 이처럼 허전하였을 것을 깨치게 된다. 그녀가 둘이서 같이 여행가자고 했든 일을 못 들어줘 안타깝다.
인터넷을 살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잠언은 성경에 근거하였다는 설, 탈무드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나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동의하고 싶은 내용, 구약성경 전도서 3장의 때에 관한 이러저러한 사레가 이에 부합된다는 논평에 눈길이 간다. 이 구절들을 읽으며 깨침을 얻은 적이 여러 번, 차제에 이를 소개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대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전도서 3장 1절~8절)
지금은 춤추고 말하며 사랑하고 평화할 때가 아닐까,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도서 3장 11절)는 경구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의미를 새긴다.
* 설은 온 겨레가 즐기는 전통적인 명절, 내가 맞는 설맞이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어머니는 금년으로 99세, 200명 넘는 가문의 어른이다. 평생을 10남매 넘는 자식들 뒷바라지로 헌신하신 후 몇 년째 사촌이 경영하는 요양원에 계신다. 지난 주말 상경하여 어머니를 찾아뵙고 문후를 살폈다. 언제나 평온한 모습, 평소에 좋아하시던 찬송을 불러드리니 잠결에 빠지신다. 명절에 어머니의 뜻을 기려 자녀들과 집안의 대표들에게 가벼운 선물을 보낸다. 이번 설에는 여러 가지 만두 세트, 어머니의 유일한 수입원인 노령연금이 재원이다. 끝까지 베푸시는 본을 후손들이 이어가면 좋으리라. 상경한 김에 두 아들네와 함께 주말을 보내며 외식도 하고 명절맞이 덕담도 나누었다.
연휴 전날 아내랑 책도 읽고 점심도 들 겸 노인건강타운을 찾았다. 아내와는 한 시간 후에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중 타운을 방문한 광주시장 일행과 마주쳤다. 안면이 있는 시장과 인사를 나누니 손을 부여잡고 설맞이 특식인 매생이 떡국 먹으러 식당으로 가잔다. 스치는 상념, 타운의 간부들 틈에 불청객이 끼어 폐가 되겠다 것과 아내와의 약속이 떠오른다. 시장이 식당입구에서 다른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도서관에 있는 중 제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점심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제안, 사업상 바쁠 시간인데 틈을 내려는 호의가 고마워 동의하였다. 약속시간은 오후 1시, 아내랑 집에 들러 간단한 선물을 챙겨들고 식당에 들어서니 피크타임이 지나 조용한 분위기다. 풋풋한 처녀들이 어느새 50대 중반, 중견사회인으로 자리 잡은 제자들과의 만남이 뿌듯하다. 서로의 가정사까지 속속들이 아는 사이, 명절이라고 과일과 약과 등을 챙겨온 배려가 고맙다. 그들에게 던진 멘트, 시장과의 점심보다 더 좋은 식탁이네. 모두들 따뜻하고 풍성한 명절 맞으시라.
첫댓글 ^^평온해 보이십니다.
올해에도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자주 뵙길 바래요.
상투적인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언제 들어도, 날마다 말해도 듣기 좋은 인삿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