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나 죽고 그대 살아서
김정희(金正喜)
어찌하면 월하노인에게 저승에 상소를 하게 해서
내세엔 우리 부부 서러 바뀌어 태어나게 할까
나 죽고 그대 천 리 밖에 살아서
그대 나의 이 슬픔 알게 하리라
悼亡(도망)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어휘풀이]
-悼亡(도망) :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다. 이 시는 배소만처상(配所輓妻喪: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을 슬퍼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月姥(월모) : 월하노(月下老)로 결혼 중매를 맡는다는 신선 할머니이다.
-冥司(명사) : 명왕(冥王) 곧 염라대왕.
-千里外(천리외) : 당시 지은이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데 그의 아내 예안 이씨는 충남
예산에 있는 집에서 죽었다고 한다.
[역사이야기]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조선 현종 때의 문신으로 서예가이며 문인이다. 호는 추사(秋史), 완당(阮堂) 외에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여러 서예 필체를 연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인 추사체를 완성하였다. 저서로 『완당집(阮堂集)』이 있다.
추사는 24세 때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燕京)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과 교분을 쌓으며 금석학과 서예, 전각 등을 익혀 훗날 추사체 탄생의 기틀을 다졌다.
추사는 1840년부터 9년간 간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였는데, 그는 그곳에서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許維)를 비롯한 많은 제자들을 길러 내며 절제와 여백의 미를 살린 <완당 세한도(阮堂歲寒圖)>와 같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추사의 나이 57세인 1842년 11월 13일, 그의 부인은 예산에서 죽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부인과 금슬이 좋았던 그는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현존하는 언간(諺簡) 33통 중에 31통이 부인에게 쓴 것이며, 13통은 제주도에서 쓴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 음식이 맞지 않음을 투정하며 젓갈 등을 보내 달라고 했던 것이다. 나중 한 달 뒤인 12월 15일에야 부인이 죽은 뒤 자신이 반찬 투정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대성통곡을 하며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