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이달 들어 공격적인 할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소비자의 초기 부담을 줄여 판매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자가 만만찮아 계산기를 잘 두드려 봐야 한다.
현대차가 지난 8일부터 실시하는 인도금 유예할부를 이용하면 쏘나타 월드컵에디션(이하 쏘나타·2547만원)을 36개월간 월 14만6000원씩 내고 탈 수 있다. 얼핏 저렴해 보이지만 월 납입액에 포함된 한 달 이자가 10만7000원으로 만만찮다.
이 구입조건은 차를 살 때 차값의 30%를 내고 할부가 끝난 뒤 나머지 65%를 낼 때 해당된다. 실제로 3년 동안 줄어드는 원금은 5%뿐이다. 쉽게 말해 '목돈 부담'을 뒤로 미룬 셈이다. 총납입액은 2945만원으로 정상가보다 오히려 400만원 정도를 더 낸다. 할부가 끝나면 잔금을 내고 차를 소유하거나 잔금을 내지 않고 차를 반납할 수 있다.
새 차를 사서 3년간 타다 중고차로 처분하는 경우와 이것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3년 된 중고차의 평균 시세는 신차 대비 약 50%인데 쏘나타 같은 인기 모델은 55% 넘게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예할부로 쏘나타를 3년간 타다가 반납하면 총비용은 1290만원. 이는 일시납으로 신차를 사서 3년 뒤 55%의 시세를 받고 팔 경우보다 100만원 넘게 손실이 있다.
현대차는 또 엑센트·아반떼 등 엔트리카(생애 첫 차) 모델에 대해 계약금 10만원만 내고 차량 구입에 필요한 전액(차값의 125%)을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했다. 이자는 최대 8.6%다. 현대차는 "구매 의욕이 높지만 자금력이 낮은 20~30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유예할부는 초기 납부액이 적어 소비자가 저렴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충동적인 구매로 이어져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