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삼손과 데릴라'가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어요.
현역 테너 중 최고로 꼽히는 호세 쿠라가 삼손역으로 출연하면서 화재를 모은 이번 오페라는
베세토 오페라단의 국내 무대에서 1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작품이예요.
이 작품은 작곡가 생상스가 오라토리오로 기획했다가 오페라로 바꾼 작품이어서 비교적 플롯이 단조롭고 극적 요소가 약하지만
대신 치밀하게 구성된 오케스트라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특히,
오스트리아 및 독일에서 활동해온 네덜란드 지휘자 요헴 혹스텐바흐는 히브리인들의 탄식이 시작되는 도입부의 긴장감으로 출발해
데릴라의 관능적 분위기를 넘어 바카날의 광란에 이르기까지 감탄할 만한 집중력과 정교한 표현력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720FB3D4E8E669A2C)
![](https://t1.daumcdn.net/cfile/blog/144F503D4E8E669C07)
2막에서
데릴라가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로 삼손을 유혹하는 장면은
아름다고 매혹적인 데릴라를 만날 수 있었어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164FDB3D4E8E669C06)
![](https://t1.daumcdn.net/cfile/blog/194B0F3D4E8E669D0B)
3막에서
바카날과 다공 신전이 무너지는 피날레 장면은 삼손과 데릴라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었구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122D643D4E8E669D2E)
삼손역을 맡은 쿠라는 명성 그대로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어요.
민족 지도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적 연기와
머리카락을 잘리고 눈이 뽑힌 상태에서 삼손이 탄식하며 기도하는 가창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어요.
또한
데릴라 역을 노래한 제랄딘 쇼베는 아름다운 음량과 매혹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답니다.
불레셋의 제사장 역을 맡은 멜리 테프레메츠는 역할에 어울리는 카리스마와 선이 굵은 연기로 무대를 채웠주었구요.
토스카에 이후 두번째 만난 아비멜렉 역의 함석헌님 역시 짧은 등장이었지만
황금빛 분장과 대담한 가창 및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답니다.
공연 내용으로는
기원 전 1150년 무렵, 이스라엘의 가자,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티아인 지배 아래 사는 히브리인은 괴로운 생활을 강요당하며 살아갑니다.
가자의 광장에서 팔레스티아인 병사를 거느린 아비멜레크 태수가 여호와 신을 비웃었으므로
괴력을 지닌 히브리 청년 삼손이 나와 태수를 쓰러뜨리죠.
기세 등등한 히브리인들 앞에 주눅이 들어 팔레스티아인들은 꽁무니를 빼고
다공 신전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대사제는 앞날이 위태로움을 깨닫는답니다.
저녁이 되어 다공 신전에서 나타난 팔레스티아인 처녀들 속의 요염한 미녀 데릴라의 춤이 삼손을 괴롭히는데
대사제의 부탁을 받고 기다리는 데릴라의 집에 유혹을 이기지 못한 삼손이 모습을 나타내요.
그리고 유태인 해방을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괴력의 비밀을 털어 놓게 되는데…
삼손은 데릴라의 계획대로 집을 둘러싼 팔레스티아인들에게 사로잡히고
괴력의 원동력이었던 머리칼이 잘리고 돌절구를 끄는 삼손.
데릴라에 대한 사랑때문에 하느님을 배반한 사실을 후회하는 삼손.
신전에서는 괴력의 원흉을 잡은 일을 축하하는 축하연을 베풀고 있구요.
그때 어린이 손에 이끌리어 나오는 삼손에게 오만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데릴라,
거기 모인 자들의 가진 욕설과 악담을 받는 속에 필사적으로 하느님에게 기도하며 신전의 두 기둥에 손을 댄 삼손은 있는 힘을 다해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괴력이 되살아나 대 신전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고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을 순식 간에 깔아 버리며 공연은 막을 내립니다.
한 민족의 지도자와 그를 유혹하려는 여인
그의 사랑과 그녀의 음모 그리고 배신이라는 성경속 이야기가
눈 앞에서 살아 펼쳐지는 듯한 감동을 받았답니다.
아름다운 오페라와 황홀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까지
정말 최고인 삼손과 데릴라 덕분에 행복합니다.
첫댓글 블로그 후기 : http://blog.daum.net/iycho/7461713
세종문화회관 관람후기 : 조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