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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골능선 392.1m봉에서 바라본 일출, 수락산 뒤가 부상(扶桑)이다.
바다가흐로 길히 겨우 무명 너븨만은 하고 고 녑히 산이니 쌍교를 인부의 머여 가만가만 가니 물결이 구비텨 홍
치며 창색이 흉융하니 처음으로 보기 금즉하더라(……)처엄 낫던 붉은 긔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치 반드시 비최
며 밤같던 긔운이 해 되야 차차 커가며 큰 쟁반만하여 븕읏붉읏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이 왼 바다희 끼치며 몬져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번득여 냥목이 어
즐하며 붉은 긔운이 명낭하야 첫 홍색을 헤앗고 텬듕의 쟁반같은 것이 수레박회 같아야 물속으로셔 치미러 밧치
드시 올라 붙으며 항 독같은 기운이 스러디고
―― 의유당 남씨(意幽堂 南氏, 1727~1823), 「동명일기(東溟日記)」
▶ 산행일시 : 2023년 1월 1일(일), 맑음, 미세먼지와 연무가 심함
▶ 산행코스 : 의정부시 가능동 직동교, 안골, 성불사, 성불사 왼쪽 능선, 범골능선, 392.1m봉(사패산 2보루),
사패산, 포대능선, 포대, Y자 계곡, 신선대, 칼바위 직전 ┣자 갈림길, 오봉능선, 오봉, 오봉고개(도봉주릉),
칼바위 아래 ┣자 갈림길, 관음암, 마당바위, 도봉산역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7.7km
▶ 산행시간 : 9시간 2분
▶ 갈 때 : 전철로 의정부역에 가서 택시 타고 안골로 감
▶ 올 때 : 도봉산역으로 와서 전철 탐
▶ 구간별 시간
06 : 50 - 의정부역
07 : 08 - 가능동 직동교, 산행시작
07 : 34 - 성불사
07 : 54 - 392.1m봉, 일출
09 : 00 - 사패산(賜牌山, 551.1m), 휴식( ~ 09 : 15)
09 : 30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범골능선, 성불사(1.55km), 호암사(1.6km)
09 : 43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회룡사(1.5km), 오른쪽은 송추주차장(3.7km)
09 : 53 - 504.8m봉
10 : 15 - 649.1m봉, 산불감시초소
11 : 03 - 포대(721.2m)
11 : 36 - 신선대(726m)
12 : 10 - 칼바위 직전 ┣자 갈림길, 점심( ~ 12 : 26)
13 : 06 - 오봉(667.1m)
13 : 30 - 오봉샘
13 : 46 - 도봉주릉 오봉고개
14 : 12 - 칼바위 아래 ┣자 갈림길, 오른쪽은 관음암, 거북샘으로 감
14 : 40 - 관음암
14 : 53 - 마당바위
16 : 10 - 도봉산역, 산행종료
2. 일출 직전에 바라본 도봉주릉 649.1m봉
3. 범골능선 상상봉(335m), 정상에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4. 일출직전의 불암산
▶ 사패산(賜牌山, 551.1m)
날이 어둡기도 했다. 의정부역에서 2번 출구로 나가면 광장과 택시 승강장이 있고 거기서 택시를 타고 안골로 갈
요량이었다. 이전에 몇 번이나 왔던 터라 아는 길처럼 역사를 빠져나왔는데 낯설다. 건물로 둘러싸인 골목길이
다. 택시가 올 데가 아니다. 한참 걸어 대로로 나가고 빈 택시를 어렵사리 잡았다. 기사님과 몇 마디 대화가 오갔
다. 안골로 갑시다. 사패산을 가시려고요? 그렇습니다. 안골 가는 길이 빙판이면 얼마 못 갈 수도 있습니다. 성불
사 입구까지 가면 좋고, 갈 수 있을 데까지 갑시다.
그런데 갈 수 있을 데까지가 너무 일렀다. 대로를 가다 좌회전하여 백석천을 직동교로 건너야 하는데 직동교를
한 블록 지나쳤다(직동교를 지나친 것을 나중에 알았다). 기사님은 아는 길이라고 내비를 켜지 않았으면서 롯데
캐슬아파트를 신축하느라 이곳 지형이 변했다며 빙판인 다리에서 안골 가는 길이 계속 이럴 것이라 더 갈 수 없
다고 한다. 택시에 내려서 걸어 갈 수밖에 없다.
오늘 일출시간이 7시 47분께이니 조망 좋은 범골능선 392.1m봉에서 새해 일출을 볼 수 있겠다며 약간 들떴던
기분이 갑자기 착 가라앉는다. 롯데캐슬아파트를 그 울타리 따라 왼쪽으로 길게 돌고 안골 개천 오른쪽 도로를
만난다. 말끔히 제설된 길이다. 성불사까지 그랬다. 내 운세 따위는 별로 믿지 않지만 정초부터 일이 꼬이는 게
아닌가 하여 착잡하다. 가로등 불빛이 환하여 헤드램프는 켤 필요가 없다. 안골 개천을 거슬러 간다. 잰걸음 한다.
북한산둘레길과 만나고 잠시 함께 가다 둘레길은 개천 건너 오른쪽 산등성이로 간다. 산굽이굽이 돌고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나면 왼쪽 골짜기에 선녀폭포(일명 준홍폭포라고도 한다)가 있다. 동면에 들었다. 들르지 않는
다. 새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나만이 아니다. 성불사 400m전부터 공터는 말할 것도 없고 갓길에도 길게 주차
하였다. 성불사 약수터 지나고 왼쪽이 사패산을 가는 ┫자 갈림길이다. 성불사(0.1km) 담장 너머 개가 염불하듯
짖어댄다.
북사면 눈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녔다. 가파른 계단을 길게 돌아 오르면 지능선이다. 일출 보기는 늦을지
몰라도 매직아워의 비경은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이젠 매는 시간도 아깝다. 미끄러져
연방 엎어지면서도 막 간다. 땀난다. 몇 번이나 뒤로 물러난 범골능선을 잡는다. 전에는 사패산 2보루라는
392.1m봉을 물론 능선을 출입하지 말라고 금줄 치고 막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능선 반쯤을 열어놓았다. 아마
392.1m을 직등하는 슬랩만 막았으리라.
392.1m을 뒤쪽에서 오르는 길도 있지만 거기는 멀리 돌아가야 한다. 직등한다. 통천문 지나면 좁은 반침니인 암
벽 틈새 오르막이다. 앞걸음으로 갈 수는 없고 옆걸음으로 가야 한다. 옆걸음도 숨을 최대한 깊게 들여 마셔 배를
홀쭉하게 만들고서 가야 한다. 배낭은 벗어 머리에 이고 간다. 392.1m봉 정상은 사방 트인 너른 암반이다. 여러
사람들이 먼저 와 있다. 아직 해 뜨기 전이다. 동녘이 붉디붉다. 수락산 너머가 부상(扶桑)이다. 아마 해가 수락산
을 오르느라 지체하는 모양이다.
5. 일출이 더딘 건 해가 수락산을 오르는 데 시간이 걸렸다
7. 불암산
8. 사패산
사패산은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 수백 명은 몰려들었다
9. 불곡산
불곡산 상봉도 일출을 보는 명소이다.
연무가 끼여 흐릿하게 보인다.
10. 멀리 가운데는 불암산
11. 도봉주릉
왼쪽부터 초소가 있는 649.1m봉, 포대, 자운봉, 신선대, 706.5m봉, 오봉능선 683.7m봉
12. 사패산 남서쪽 맞은편 지능선들
의정부역에서 헤맨 것이, 택시가 길을 잘못 든 바람에 직동교에서부터 걸어온 것이 조금도 기분 상해할 일이 아
니었다. 사패산 신령님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긴 시간동안 추위에 엄청 떨었으리라. 「동명
일기(東溟日記)」에는 전혀 미칠 바 아니지만 “냥목이 어즐하며 붉은 긔운이 명낭하야 첫 홍색을 헤앗고 텬듕의
쟁반같은 것이” 수락산 오른쪽 어깨 위로 솟는다. 모인 사람 모두 환호한다. 저 아래 상상봉(335m) 정상에 빼곡하
게 들어찬 사람들의 와아! 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정채봉 시인은 「첫마음」이란 시의 첫 구절에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1년을 산다
면”하고 희망했다. 그러면 이 또한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나는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의 담담한 시구가 마음에 썩 든다. 아무쪼록 하루하루를 범사
에 감사해 하며 살아갈 일이다.
새해 첫날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그저 중생일 뿐
(元日は是も非もなくて衆生也)
392.1m봉 너른 암반에 비닐쉩터를 치고 그 안에 들어 봄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비닐쉘터를 치기에
는 퍽 아까운 자리다. 여기는 온몸으로 찬 기운을 느끼며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풍경을 망연하게라도 감상하기에
아주 적합한 자리다. 비닐쉘터는 아무 볼 것이 없는 후미진 곳에 쳐야 한다.
해는 곧 중천에 오르고, 392.1m봉을 내린다. 이번에는 남쪽 슬랩을 내린다. 대슬랩이다. 짜릿한 손맛 본다. 도중
에 트래버스 하여 주등로에 든다.
주등로도 아까와 다른 통천문을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범골능선이다. 사패산에서 혹은 사패산
을 가다가 일출을 본 사람들이다. 한 무리 지나면 얼른 몇 걸음 나아가고, 또 한 무리와 마주쳐 길 비켜주기를
반복한다. 사패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그런다. 사패산을 데크계단으로 오른다. 거대한 썰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사패산이다. 연무가 심하여 원경은 가렸지만 도봉주릉과 그 너머 북한산 백운대 주변은 명료하다. 도봉주릉은
실루엣도 아름답다.
13. 멀리는 북한산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그 앞은 오봉
14. 도봉주릉, 왼쪽은 포대, 자운봉, 신선대, 맨 오른쪽은 오봉
15. 도봉주릉, 왼쪽은 포대, 자운봉, 신선대
16. 사패산 정상 표지석
17. 맨 뒤 오른쪽은 한강봉(?), 그 앞 맨 왼쪽은 챌봉
18. 도봉주릉 645m봉
19. 불암산, 연무가 끼여 흐릿하다
20. 맨 오른쪽이 만장봉
21. 가운데 멀리는 북한산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 신선대(726m)
양광이 가득한 사패산 암반 한 자리 차지하여 자리 펴고 아침요기 한다. 도봉주릉의 가경에 한눈이 팔려 빈 수저
를 깨물기도 한다. 내가 사패산을 맨 나중에 내린다. 도봉주릉은 산꾼들만 남았다. 이따금 산꾼들과 마주친다.
등로는 눈길이다. 흙먼지가 일지 않아서 좋다.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내리다가 왼쪽이 회룡사(1.5km)로 가는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두 차례 가파른 슬랩을 핸드레일 붙들고 오른다.
여느 때는 아무렇지 않던 바윗길이 손맛 보는 재미난 길로 변했다. 504m봉 넘고 사면 약간 내렸다가 긴 데크계단
을 오르면 568m봉이다. 568m봉 오르기 전에 등로 오른쪽으로 살짝 비킨 암봉이 궁금하지만 그리로는 눈길이
조용하여 안심하고 지나친다. 선답의 발자국이 있다면, 가도 후회하고 가지 않아도 후회하였으리라. 이윽고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649.1m봉이다. 경점이다. 언제보아도 자운봉 쪽 도봉주릉은 현란하다.
이제 봉봉이 경점이다. 봉봉을 돌아 넘는다. 봉봉을 돌 때마다 슬랩은 눈길 또는 빙판으로 변했다. 핸드레일 붙잡
고도 지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아이젠을 맸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른 공터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민초샘과 원도봉 가는 ┫자 갈림길이 나오고, 곧바로 오른쪽은 포대와 Y자 계곡을 우회하는 ┣자 갈림길이다.
눈길 오른쪽 우회길이 더 잘났다. 그러나 직등한다. 눈으로나 발로나 도봉산의 하이라이트는 포대와 Y자 계곡이
므로.
가파르고 긴 데크계단 올라 포대 721.2m봉이다. 데크전망대는 나 혼자다. 만장봉과 자운봉, 그 주변의 가경을
독차지한다. Y자 계곡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 걸음걸음이 조심스럽다. 핸드레일 붙잡기 털장갑이 너무 미끄럽다.
장갑 벗고 맨손으로 잡는다. 손바닥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지만 내리고 오르기가 훨씬 수월하다. 내쳐 신선
대를 들른다. 신선대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지어 오르고 내린다. 신선대에서는 바로 앞의 자운봉과 만장봉
보다는 서쪽 도봉주릉과 철봉난간 넘어 남쪽 에덴동산 암봉을 최대한 가까이서 보는 것이 좋다.
도봉주릉 칼바위 가는 길. 오른쪽 북사면은 눈길이거나 빙판이지만 그 절반을 데크계단으로 오르내린다. 한때
손맛 보던 뜀바위와 기름바위는 으레 우회한다. 그래도 괜히 손바닥에 땀이 괴고 가슴은 두근거려진다. 긴 데크
계단 올라 706.5m봉 기름바위 아래 ┣자 갈림길 안부다. 눈밭 골라 점심자리 편다. 아무래도 산에서는 힘을 내려
면 무어니 무어니 해도 밥이 최고다. 식후에 마실 커피는 타서 보온물병에 담아왔다. 산상에서 끓인 그 맛난 커피
려니 하고 마신다.
22. 만장봉 동벽 소나무들
23. 신선대에서 바라본 신선대 남쪽 아래 에덴동산
24. 도봉주릉 706.5m봉
25. 칼바위
26. 가운데는 자운봉과 신선대, 오른쪽 아래는 만장봉
27. 오봉 뒷모습, 2,3,4,5봉
28. 오봉 앞모습, 2,3,4,5봉
29. 오봉, 4봉과 5봉
▶ 오봉(667.1m)
오봉능선을 간다. 바윗길 오르고 내린다. 물개바위 아래 등로 살짝 벗어나 바위를 기어오른다. 칼바위 전모를
내려다보는 경점이다. 그리고 바윗길 한 차례 뚝 떨어져 내렸다가 북사면 길게 돌아내리면 부드러운 숲속길이다.
눈길 옅은 발자국 쫓아 683.7m봉을 오른다. 배낭 벗어놓고 슬랩 중턱에 올라서서 뒤돌아 바라보는 자운봉 일대
가 또 다른 가경이다. 683.7m봉 서쪽 자락 암반은 햇볕이 담뿍 들고 조망이 훤히 트여 한겨울 점심자리로는 명당
이다. 멀리 상장능선과 그 너머로 백운대를 비롯한 북한산 연봉들이 보인다.
다시 숲속 길에 들고 왼쪽으로 오봉샘 가는 ┫자 갈림길 안부 지나 계단 한 피치 오르고, 헬기장 지나 암벽 밑자락
을 돌아 오르면 오봉 제1봉이다. 오봉 2,3,4,5봉은 그 뒷모습도 아름답다. 옛 추억을 되살려 1봉 슬랩 내리고 2봉
가까이 다가간다. 그 품에 안길듯하다가 눈길에 발길이 끊겼고 나도 뒤돈다. 내 인기척을 들었는지 고양이들이
다가온다. 마땅히 줄 것이 없어 한동안 가만히 있자 고양이들은 이내 알아채고 뒤돌아간다.
오봉샘 가는 길. 암벽 밑자락 돈 ┫자 갈림길 헬기장에서 직진한다. 왼쪽으로 멀찍이 나란한 도봉주릉의 연봉이
보기 좋고, 오른쪽은 오봉의 수려한 앞모습이다. 바위 난간에 턱을 받치고 차근하니 감상한다. 보면 볼수록 봉마
다 이고 있는 감투가 기묘하다. 하늘 가린 소나무 숲길로 내리고 ┫자 갈림길에서도 왼쪽의 얕은 골짜기로 가기
보다는 능선 길을 직진한다. 오봉 4, 5봉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너른 전망바위가 나온다.
왼쪽 사면 내리고 산자락 길게 돌아 오봉샘이다. 샘물이 찰랑찰랑하다. 한 바가지 떠 마셔본다. 차갑지 않다. 도봉
주릉 오봉고개 가는 울퉁불퉁한 돌길이 눈으로 매끈하게 포장되었다. 오봉고개까지는 옅은 지능선 5개를 넘는
다. 오봉고개. 관음암을 가려고 왼쪽 자운봉 쪽으로 방향 튼다. 칼바위 아래까지 1.0km가 완만한 바윗길 오르막
이다. 곳곳이 경점이다. 뒤돌아보면 북한산이 연무로 흐릿하여 첩첩한 심산으로 보인다. 특히 칼바위 직전 암봉
에서 바라보는 칼바위는 오봉능선 물개바위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석화의 모습이다.
칼바위 아래 야크막한 안부인 ┣자 갈림길 오른쪽은 거북샘으로도 가고 100m 정도 내리면 왼쪽 사면 돌아 관음
암(0.4km)으로 간다. 두 차례 바윗길 지능선을 넘는다. 도중에 등로 오른쪽 바로 옆에 노송 드리운 널찍하고 전망
좋은 암반이 있다. 도봉산에서 뛰어난 경점 다섯 곳을 고르라면 여기도 무난히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도봉산 암봉군은 포대나 다락능선에서 보는 그것과 전혀 다르다. 거기는 선이 굵은 반면 여기는
침봉이 섬세하여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떠올리게 한다.
바윗길은 계속된다. 좁은 바위틈 넘어 관음암이다. 관음암에서부터 내리막길은 제설이 되어 있다. 관음암 아래
등로 옆의 슬랩 또한 전망이 좋다. 주봉에서 선인봉까지 눈부신 암봉군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자락 길게 돌아들
면 도봉산 산행교통의 요충지인 마당바위다.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햇볕 받으며 휴식하고 있다. 마당바위 아래
┫자 갈림길에서 왼쪽 골로 가지 않고 능선 길을 직진한다. 군데군데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선인봉을 다시 보고
싶어서다.
선인봉의 미끈한 옆모습을 보려고 몰래 금줄 넘고 소나무 붙들어 가파른 슬랩을 달달 기고 되똑한 바위에 올랐는
데 그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 아래 왼쪽 금줄 없는 지능선을 몇 미터 내리면 선인봉이 훤히 보이는 전망바위가
있었다. 구봉사도 들르고 금강암도 들른다. 도봉서원 터 아래 이병주(李炳注)의 ‘北漢山 讚歌’ 비도 들여다본다.
나는 北漢山과의 만남을 계기로
人生 이전과 人生 이후로 나눈다.
내가 겪은 屈辱은
내 스스로 사서 당한 굴욕이란
것을 알았다.
나의 挫折 나의 失敗는
오로지 그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親舊의 背信은 내가 먼저
배신했기 때문의 결과이고
愛人의 變心은 내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의 결과라는 것을
안 것도 北漢山上에서 이다.
<산을 생각한다>에서
도봉산역 가기 전 먹자골목이 대성황이다. 굴구이가 한철이다. 홀로 산행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애써 고개 돌리
고 그냥 간다.
30. 상장능선 상장 3봉
31. 북한산, 맨 앞은 상장능선, 왕관봉 뒤는 영봉
32. 칼바위
33. 맨 왼쪽은 신선대 주변
34. 맨 오른쪽은 선인봉
35. 신선대 주변
36. 가운데 뒤는 북한산 백운대, 앞 맨 왼쪽은 우이암
우이암은 관음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37. 선인봉, 자운봉, 신선대 등
38. 선인봉
첫댓글 부상(扶桑)이 무슨 뜻인지 한참을 헤멨습니다.
뽕나무를 돕는다? 그게 해뜨는 광경과 어떤 상관인가.
중국 전설에 따라 해뜨는 동쪽 쯤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자주 나오는 경점은 정확한 의미를 아직 모르겠습니다.
찾아 보아도 나오는 곳이 없으니.
산행기의 격을 높인 문호급 문장 읽을수록 멋있습니다.
히든피크 님 반갑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산에서 예전처럼 뵈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부상(扶桑)은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1」 해가 뜨는 동쪽 바다.
「2」 중국 전설에서, 해가 뜨는 동쪽 바닷속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나무. 또는 그 나무가 있다는 곳.
심청전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오늘 밤 오경 시를 함지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에 매었으면,
하늘같은 우리 부친 한 번 더 보련마는, 밤 가고 해 돋는 일 그 뉘라서 막을쏜가?”
경점(景點)은 아직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지점’이란 의미로,
지방에 가면 종종 명소 이정표나 안내판에 이 쓰임을 봅니다.
@악수 한자를 보니 경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겠습니다.
부상이 심청전에도 나오는 용어네요.
산행기에서 인용하는 다양한 출전을
접하며 과연 박람강기 하시구나 생각했습니다.
올 한해도 좋은 산행 많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함께 산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 산행을 깔끔하게 하셨네요. 동행한다던 해마님은 어디로 가고? 뒷풀이도 산행의 일부분인데 아쉽네요^^
해마님은 집안 행사로 불참하였고, 그래서 산행의 큰 즐거움인 뒤풀이도 무산되었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