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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이 뛰고 있는 울버햄튼의 홈구장 전경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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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홈페이지에서는 ‘축구 매니아 이건의 유럽축구 여행기’를 게재합니다.
여행기를 쓴 이건 씨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학부 4학년생으로 붉은 악마 홈페이지 운영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KFA 홈페이지에서도 객원기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건 씨는 2004년 12월 28일 영국 런던으로 떠나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을 거치며 40여일간 유럽 축구선진국들이 축구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지난 2월 9일 귀국했습니다.
설기현을 보러 울버햄튼에 가다.
2004년 6월, 군대에서 제대한 나는 이전부터 활동해왔던 포항 서포터 및 붉은 악마로서의 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붉은 악마에서는 홈페이지 운영위원의 한명으로써 활동했으며, 이것을 계기로 KFA 홈페이지에서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던 2004년 말, 나는 축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유럽축구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에 사로잡혔다. 사실 이것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제대하면 꼭 한번 유럽으로 축구여행을 가리라’라고 벼르고 있었다.
축구여행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한 나는 학교 친구 1명을 꼬셔서 동행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04년 12월 28일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유럽 축구여행의 장도에 올랐다. 우리가 첫번째 갈 곳은 영국 런던. 더 자세히 말하면 설기현 선수가 뛰고 있는 울버햄튼이었다.
2005년 1월 1일, 새해 첫날 우리 일행은 설기현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울버햄튼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그 전날까지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설기현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당일 아침 파업은 행해지지 않았으며, 프리미어 리그 티켓조차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막무가내로 아무런 대책 없이 울버햄튼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런던에서 울버햄튼으로 가기 위해서는 Euston에서 기차를 타야만 했다. Euston까지 가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날 찰튼과 아스날의 경기가 런던에서 있었으며 첼시 경기도 있었고 그 이외에도 2부, 3부리그에 여러 경기들이 많이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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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홈구장을 가득 메운 울버햄튼 관중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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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ston역에서 울버햄튼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기차를 타고 Birmingham으로 가야 한다. 2시간 20분 정도 걸려 Birmingham에 도착하여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20여분을 달리면 울버햄튼이 나온다. 시골의 작은 소도시를 연상시키게 하는 울버햄튼에 도착한 우리들은 설기현 선수가 뛰고 있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구장을 아주 손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역을 나오자마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특정한 방향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거의 모든 사람이 울버햄튼의 유니폼을 입거나 팀의 머플러를 목에 메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행 역시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그들이 가는 방향을 향해 물 흐르듯이 함께 이동하면 될 뿐이었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은 정말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였다. 손자- 손녀의 손을 붙잡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었고, 계속 입을 맞추면서 이동하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Pub 역시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맥주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대형 TV앞에서 모여 서로서로 환담을 나누며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거의 울버햄튼의 모든 사람들이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경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
경기장은 현대식 건물로 굉장히 좋은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선 티켓 부스 자체가 마치 멀티플렉스 극장의 그것을 연상케 하듯 아늑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티켓은 내가 구매한 골대 뒤 지붕이 쳐져 있지 않은 좌석이 20파운드(약 4만원)였고, 국제학생증을 소지한 학생은 12파운드로 약 40% 할인을 해주었다. 약 3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2만 8천여명의 관중이 들어차있었다. 2부리그에 거의 만원이라... 그것도 비가 간간히 뿌리는 날씨에 그 정도 관중이라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레와 같은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관중들의 응원소리도 역시 높아져 갔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탐탐이(응원용 북)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포터들 역시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리딩의 개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서포터 석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처럼 서서 응원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예전에 경기장에서 폭력사태 발생 후 정부가 경기장에서 서서 응원하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사람들의 개념 상에도 홈관중 모두가 서포터이지 따로 서포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관중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경기의 흐름에 맞는 응원가가 적절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왔다. 그리고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홈팀이라도 공격적이지 못한 플레이를 하였을 때는 가차없이 야유를 퍼붓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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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 만난 설기현 선수 ⓒ이건
| 경기는 울버햄튼의 홈답게 울버햄튼이 초반에 주도해 나갔다. 전반전에 설기현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앞에 있는 투톱에게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에서는 윙포워드를 주로 뛰는 설기현 선수였는데, 그러한 보직을 맡아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적절한 공간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걱정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반 26분 설 선수는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 모서리에서 상대 선수를 제치고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모든 관중들은 “설골(Seol Gaol)”을 외치며 좋아했다. 이후에도 설기현 선수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나 자기 팀 골키퍼의 실수로 후반에 한 골을 허용하여 결국 1-1로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경기가 끝나고 설기현 선수를 만나기 위해 선수들이 나온다는 게이트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국내 리그의 경우 홈팀이든 원정팀이든 구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원정팀 선수들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홈팀 선수들은 구단 내에서 자기 일이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듯이 자기 차를 타고 그냥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선수들 역시 자신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싫은 내색 없이 사인도 해주고 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었다. 또한 모든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정장을 착용하여야 하는 것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설기현 선수를 기다리면서 함께 기다리고 있던 많은 울버햄튼의 홈팬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축이었고, 지금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울버햄튼에서 불태우고 있는 잉스 선수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2002 월드컵 때 한국팀의 활약상과 그 중심에 설기현 선수가 있었기에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설기현 선수는 잘 할 것이고 자신들의 팀이 다시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가는 데에 설기현 선수가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며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기에 그러한 칭찬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 만큼 설선수가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한시간 반쯤 지나자 가족과 함께 나오는 설기현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골에 대한 축하를 받고 구단의 홈페이지와 인터뷰를 한다고 제일 늦게 나왔다는 설기현 선수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설기현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설기현 선수와 헤어졌다.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오늘 경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 중 평소에 국가대표 경기만 TV로 지켜보았지 클럽 팀의 경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민박집에서 무작정 우리와 함께 했던 한 사람은 오늘 경기를 통해 클럽 팀의 경기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에 돌아가면 K리그 경기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며 연신 경기장에서 받은 감동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비록 우리의 K리그가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도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이 되고 맛을 들이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면 머지않아 관중들이 많이 모여들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그렇게 런던으로 돌아오면서 마음 속으로 설기현 선수의 건투를 빌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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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홈구장을 방문하다.
설기현 선수 이야기를 먼저 하느라 빠뜨렸는데, 영국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갔던 곳은 영국 축구의 요람인 웸블리 스타디움과 지난 시즌 무패 우승을 일구었던 명문 아스날의 홈구장 하이베리 스타디움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비록 지금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잠시 공사에 들어갔지만 개장 이후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의 전설적인 경기를 보여주었으며, 바비 찰튼, 스탠리 매튜스 등 전설적인 스타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묵고 있는 민박집에서 웸블리까지는 지하철로 단 세 정거장이었다.
그러나 런던 지하철에는 Zone개념이 있는데, 우리가 소지하고 있던 일주일치 교통 카드는 1~2존 밖에 갈 수 없는 것이라 웸블리에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티켓을 사야만 하였다. 알다시피 영국의 물가는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높은 것이라서 세 정거장을 가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8천원 정도였다. 따라서 우리 일행은 웸블리까지 용감하게 걸어가기로 하였다. 다행히 우리숙소에서 웸블리는 어렴풋이 보여서 크게 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렴풋이 보이는 웸블리의 골격을 눈앞에 두고 무작정 그 방향으로 길을 떠난 우리 일행은 가도가도 골격만 보일 뿐 보이지 않는 웸블리 구장을 앞으로 하고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한 어르신에게 웸블리 가는 길을 묻자 다들 걸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라워 하면서 버스를 타라고 권할 정도였으니 우리가 상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쨌든 1시간 30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웸블리 경기장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실망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나라의 경우 큰 구장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거나 할 때 가장 먼저 만드는 것이 바로 홍보관이다. 그 홍보관에서 온갖 청사진들을 제시하면서 꿈의 구장이니, 복합 구장이니 하면서 자화자찬하기에 바쁘지 않은가?
우리 일행 역시 이미 웸블리가 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의례 그러한 홍보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작정 달려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홍보관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단지 경기장 앞에 상상도가 그려져 있는 초라한 플래카드만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12월 31일인지라 공사장 자체가 휴가에 들어가서 아무도 없는, 말 그대로 적막한 철골 구조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도를 보면서 이 경기장이 완공될 2006년 여름이 상당히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웅장한 모습과 조형 예술은 국내에서는 본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의 월드컵 경기장도 멋지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새로운 웸블리 구장은 잉글랜드 특유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보여줄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다시 데이빗 베컴, 루니, 오웬등의 선수들이 전설로 남게 될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 선수들도 여기에서 잉글랜드를 화끈하게 격파하여 웸블리 구장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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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초라한 아스날의 하이베리 스타디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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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웸블리를 뒤로하고 우리가 달려간 곳은 아스날의 홈구장인 하이베리 스타디움이었다. 역시 런던은 처음인지라 버스도 잘못타고 걸어가고 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곳은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어서 웸블리보다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지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스타디움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계속 예약전화를 걸었지만 걸을 때마다 자동응답기가 받았다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아스날 역을 향해 가면서 지하철 안에서 새로운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홍콩에서 왔다는 팀씨 가족으로 신년 휴가차 영국을 찾았다가 아들이 아스날을 좋아하여서 아스날 스타디움 구경을 간다는 것이었다. 이 가족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아스날 하이베리 스타디움 앞으로 가고 있는데, 이 가족 아들 놈이 가장 좋아한다는 팀이 아스날과 일본 대표팀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쇼크를 받기도 하였다.
지하철 Picadilly 라인 Arsenal역에 위치한 아스날은 TV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우선 위치 자체가 주택가 한 중간에 있었고, 주변 지역 역시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으며 스타디움 자체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스날이 지금 바로 옆에 새로운 경기장을 짓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자금에 압박을 받아서 선수 영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하이베리 스타디움의 낡은 문 앞에 도착하니 마음 속에 걱정으로 남아있던 부분이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자동응답기 부분. 즉 이곳 역시 12월 31일 휴일이라서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영어 실력이 크게 뛰어나지 않은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영국식 발음에 좋지 않은 통화음질로 겨우겨우 자동응답기에서 하는 말을 다시 들어보니 결국 오늘은 12월 31일이라서 스타디움 투어도 없으며 모든 직원들이 쉬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까지 와서 스타디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억울하였지만 결국 밖에서 사진만 찍은 뒤 아쉬움은 스타디움 문 앞에 남겨두고, 다시 아스날 역으로 발길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아스날 역 앞에서 우리일행은 비록 스타디움은 못 봤지만 이곳 사람들과 얘기나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역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였다. 그 중 눈에 띄는 무리가 있었는데 건장한 4명의 청년이 속해있는 무리였다.
이 사람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왔으며 휴일마다 틈틈이 주요 경기장을 찾고 주요 경기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춘수 리"를 안다면서 이천수 선수 얘기를 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이천수 선수는 굉장히 운이 없는 선수이고, 지금 최하위인 누만시아에 갔는데 이 팀 역시 수비위주의 전술을 펼치는 팀이라서 기회가 많이 없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월드컵 얘기가 나오자 서로서로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웃으면서 넘기기도 하였다.
그 외 다른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한번은 한 할아버지 인터뷰를 하려고 하였을 때였다. 그 할아버지는 아일랜드 사람이었는데 인터뷰 요청을 하자 그 분은 응해 주시고 싶은 눈치인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시간 없다면서 거절을 하셨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래도 동양인이 말을 걸어오는게 신기했는지 새로운 경기장이 옆에 있다면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열심히 따라간 우리들은 새로운 경기장 앞 갈림길에서 할아버지와 헤어지려고 하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였다. 이 할아버지가 인터뷰 대상을 찾고 있는 우리들이 불쌍했는지 거기 있는 웬 두 사내를 가리키면서 얘네들이 인터뷰를 해줄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 두 사내 중 한명은 오른손에 술병을 들고 있었으며 인상이 매우 험악한 사람이었는데 왜 그 할아버지는 하필 그 사람들을 지목했는지...
어찌되었건 두려움을 무릅쓰고 우리 일행은 3명인데 2명이 뭘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 술병 든 사람은 이미 술이 취해서 혀가 꼬이고 있었으며, 결국 대강 알아들은 이야기는 자기는 리버풀 팬이며 아스날이 싫고 새로운 아스날 구장이 개장되면 자기가 약(마약)파는 데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마약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면서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것 아닌가. 전화번호 받기도 무서워서 그냥 가져간 비디오 카메라에 녹화를 하고 그렇게 헤어질 수 있었다. 정말 어이없는 인터뷰였다.
그들과 헤어져서 7만석 규모라는 아스날의 새로운 구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우리는 아스날역을 통해 숙소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래도 바깥에서나마 아스날 스타디움을 봤다는 만족감과 다음에는 꼭 표를 구하여서 경기를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웸블리 & 아스날 탐방을 마쳤다.
->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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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이건이란분 부럽네.. 전 학생 신분이라-0-ㅋㅋ 저분은 자금여유도 있으신듯;; 비행기표+물가+입장료;;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