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집안일이 이렇게 힘든건지 처음 알았다. 밉게만 보이던 우리 엄마가 점점 이해가 된다 점점 엄마에게 동질감이 생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자꾸 자꾸 문든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그때 이런 기분이었구나 내가 당연하게 누리던것들이 엄마는 당연하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던것들이.. 아 엄마는 그랬으면 안되었던거였구나 엄마는 나와 아빠를 미워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 변기가 이렇게 자주 더러워지는지 예전엔 몰랐다 몇명이서 쌀을 몇키로 사야 한달을 먹는지 반찬은 뭐가 어느정도 남았는지 저 빨래는 돌아가다가 언제끝나는지 밥은 몇시쯤 차려야하는지 이런 집안일 계산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뺑글뺑글돈다
이걸.... 앞으로 몇십년을 해야 하나 손목 무릎 아작나도 속으로 눈물 먹으며 한다 나말곤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고 나면 밤엔 쉬고 싶다 잠자리 갖는것도 귀찮다
애 낳고 이제 전업주부로써 일자리도 잃게되면 나의 자아는 완벽히 끝이난다 나는 이제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서포터로써의 인생을 살게된다 돈의 힘은 크다 집명의도 남편쪽 내 돈은 고작 혼수와 결혼준비 따위로 다 날려버리고 남편이 벌어다오는 돈으로 살수밖에 없게되면.. 감히 집안일 반반하진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게 된다 남편도 당당히 퍼질러있기 시작한다 내가 이 집안을 떠나서 홀로 선다면? 내가 지금 경단이 몇년인가..... 나 혼자 집을 구하고..내가 먹을 음식을 사고 그럴수 있을까 겁이 난다 갑자기 집이 안락하게 느껴진다 밖에서 실컷 남편욕을 하며 풀어지면 다시 집에와 집안일을 한다 내 남편욕만 잘들어주면 되지 그냥 내 갑갑한 속만 풀어주면 되지 떠날 생각은 없다 이쯤되면 돌이킬수 없는 강이다 남편 성매수쯤은 무감각하다 넘어갈수있게된다 돈이나 벌어와라..
매일 전쟁같은 아침..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너도 나도 자기 일자리로 출발하면 나는 홀로 텅빈 집에 남아
슥 ㅡ삭 슥 삭 ㅡ뒷정리를 하고 집안일을 한다 햇빛이 좋아 잠시 창밖 풍경을 본다
남편이 밤에 먹고 그대로 두고 간 상하기 시작한 컵라면, 단 한번도 먼저 닦여있지 않은 세면대 식사후 남편은 누워 폰게임 하러 갈때 그걸 내가 치우고 설거지할때, 남편과 자식이 방과 소파를 차지하면 내 자리는 부엌 밖에 없을때
내 자아는 서서히 서서히 죽어간다
내가 의식하지도 못할새에 점점 좀먹어간다 흩어진다
과거의 나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헉 하고 문득 뒤돌아보면 예전 나였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서서히 순응하며 하고 있다
내 자아는 갈기 갈기 조각 조각 찢어져 내 남편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 가서 붙는다 그들만을 바라보고 그들의 인생과 목표가 곧 내 성취가 되고 목표가 된다
결혼후에 머릿속에선 정말 생경한 자아가 사라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초반에 그 자아 상실의 느낌이 갑갑하고 익사하는것같아 많이 울고불고 발버둥도 쳐봤으나 쇠창살이 있는 벗어날수 없는 챗바퀴 안을 영원히 탓탓탓 달리고 있는거같아 포기하게 된다 이젠 멍ㅡ 한 상태로 그속에서 미소짓고 있다
여자가 결혼하면 나는 없어지고 엄마가 된다라는 말 말로는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그말을 진짜 이해하지 못했다 진짜 경험해보면 아 이게 그 느낌이구나하고 비로서 이해하게 되는것이다
결혼을 한다는건 그전 내 이름 세글자..내 인생이 죽어버리는것과 같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 집안과 식구들 신경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곳으로 달려나갔던 그 자유. 내 목표 나의 꿈 사회에서의 내 위치 모조리 분쇄되고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