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비
미카엘 엘 파티 지음 | 권지현 옮김
머스트비
2018년 04월 10일 출간
아름답고 시적인 글, 신비롭고 환상적인 색채로 피어난 모아비 나무 이야기
인간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오라를 뿜어내는 오래된 나무들이 있습니다. 두 팔로 한 아름 껴안아도 모자란 커다랗고 단단한 기둥과 껍질들에 아로새겨진 시간의 흔적은 경외감까지 들게 만들지요. 주변을 포근히 안아 주는 듯 뻗친 가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요.
이 책의 모아비도 그런 나무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크고 오래된 나무는 아니었지요. 우연히 바람에 실려 대지에 내려앉은 씨앗이 땅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고, 줄기는 곧고 길게 뻗어 나가 어느새 키가 높다란 나무로 자랐습니다. 곧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또 큰 숲이 되었다가 빽빽한 밀림을 이루게 되었지요. 모아비가 자라나는 일련의 과정은 세포가 분열하고 완전한 생물체를 이루듯 주홍빛, 보랏빛, 초록빛 등 오색찬란한 빛깔로 아름답고 풍성하게 펼쳐집니다. 최초의 새가 날다 지쳤을 때 쉴 수 있도록 안식처가 되어 주거나 커다란 공룡들이 털어놓는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며 동물들과 유대감을 나누는 모아비의 모습 역시 평온함을 불러일으키며, 태곳적 자연의 정경을 따스하게 상상하도록 만듭니다. 작가 미카엘 엘 파티는 이렇듯 자연과 동물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이 일구어지는 과정을 여러 각도에서 강렬하고 환상적인 원색으로 그려내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일깨웁니다. 더불어 아름답고 간결한 글은 ‘최초’의 것들을 목격하고 지켜보는 모아비를 혜안을 지닌 오래된 현자와 같이 느껴지게 하며, 그 의미 하나하나는 깊은 감동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평화를 꿈꾸며 인간을 기다리는 수많은 나무들
모아비는 무서운 동물과 추위에 벌벌 떠는 연약한 인간에게도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문명의 상징인 ‘불’을 사용하게 되고, 집을 짓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결국 모아비는 미처 인간과 친구가 되기도 전에, 그들을 피해 허리를 숙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모아비가 서식하는 아프리카는 산림 파괴로 인해 신음하는 땅입니다. 목재를 얻고, 농경지와 목축지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나무들이 무자비하게 베어졌지요. 이로 인해 수많은 동식물들이 터전을 잃었고, 지구 온난화, 사막화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가시적인 피해가 인간들에게도 돌아오자, 요즘 들어서는 마구잡이로 산림 벌채를 하는 것을 점차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모아비가 많이 서식하는 가봉에서도 정부가 모아비를 벌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키가 70미터나 되고 품질이 뛰어난 나무인 모아비는 그동안 수없이 베어져 유럽 등지로 수출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베어지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일 때, 모아비는 더 좋은 나무입니다. 모아비 열매는 사람들에게 질 좋은 기름과 약을 주고, 코끼리에게는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지요. 또한 코끼리가 먹고 뱉은 열매의 씨앗은 땅에 뿌리를 내려 다시 멋진 모아비 나무로 자라납니다. 이렇듯 모아비 나무가 보여 주는 생명의 순환은 인간과 동식물들을 골고루 이롭게 하고, 생태계의 평화를 가져옵니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식물학자이자 열대림 보호론자인 프랑시스 알레가 전하는 메시지는 모아비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우리에게 나무와 숲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되새겨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간이 나를 베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숲과 화해하려고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어요.” 마지막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모아비에게 다시 인간들이 돌아와 평화를 꽃피우기 시작했듯, 오늘도 수많은 나무들은 인간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