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초부터 때이른 겨울날씨를 보이더니 오늘은
한결 풀렸다.
그러나 아직도 기온이 차다.
그 새 한라산이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겨울이 성큼 닥아 선 느낌이다.
반가운 얼굴들이 8명이 모였다.
먼저 나온 앞장이 차를 정물오름 쪽이 아닌
감낭오름 쪽에 세웠다.
이 부근 오름 중 감낭오름이 유일한 미답사오름
인데 먼저 오르려나보다.

예상이 적중했다.
감낭오름은 이웃의 원물오름과 거의 붙어 있어
서 따로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앞장이 말처럼 광평교차로 쪽에서 오름에 오르
는 사람은 우리가 처음일지 모른다.
시멘트 포장길이 오름 앞까지 나있다.
오름을 북서쪽으로 돌아 가볍게 올랐다.
비고가 45m인 말굽형 오름이다.
북서 사면은 소나무가 울창하나 동남쪽으로는
트여 있어서 전망이 좋은 오름이다.
능선은 원물오름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까이 온 김에 계획에 없던 원물오름도 오르
기로 했다.
원물오름은 2006년 봄과 2008년 가을에 오른
후 5년만이다.
변한 것이 있다.
입구에 커다란 연못이 만들어져 사진에서 보
이는 것처럼 정자와 다리가 놓였다.
처음에는 전에 있던 원물을 확장한 것인가 했
는데, 전에 원물은 그대로 있고 새로 만든 것이다.
물도 꽤 맑은 편이다.
헤엄치는 금붕어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오늘은 원물오름을 바로 오르지 않고 감낭오름
쪽으로 비스듬히 가서 올랐다.
거리는 멀었지만 한결 편했다.
정상에 올랐다.
참 전망이 좋은 오름이다.
사방팔방 막히는 데가 없다.
한라산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정상에는 화산탄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몇 개
오름을 지키고 있다.
이것이 '고고리바위'란다.
이삭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오늘의 주 오름인 당오름으로 향했다.
처음 계획인 정물오름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당오름은 언제 보아도 편안하게 보이는 오름이
다.
진입로에 무성하게 퍼지던 '도깨비가지'도 많이
없어졌다.
햇볕이 따스한 들판에는 룰루랄라 노래라도 부
르고 싶어진다.

올라 가다가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쉼터를 발
견했다.
점심 먹을 자리로 안성맞춤이다.
베낭을 부려놓고 홀가분하게 오름에 올랐다.
움푹 패인 원형굼부리와 전주이씨 할아버지 묘
는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이웃의 풍만한 여인의 가슴을 닮은 정물오름은
우리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준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따스한 햇볕 아래 앉으니
슬슬 졸음이 온다.
이 행복 희수까지 굿짝!!!
2013.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