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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분위기를 살짝 닮았다는 소년. 한국랭킹2위 강동윤의 대마를 잡고 비씨카드배 8강에 올라 바둑계의 '놀라운 사건'으로 성큼 다가온 한웅규 初단을 4월 9일 서울 양천대일학원에서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옥득진6단, 김희용 원장, 한웅규 초단)
오후4시 약간 넘어 한웅규 초단은 연구생1조와 프로기사들이 섞인 리그전을 막 끝낸 참이었다. 월간바둑에 실릴 비씨카드배 16강전(강동윤-한웅규) 관전기를 맡은 박영규(전 바둑TV 제작국장) 씨와 함께 한초단의 자전해설과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5년 넘게 한 초단의 지도사범을 맡아온 옥득진 6단이 함께 했고 김희용 원장이 초년시절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한초단의 말솜씨는 바둑만 알던 막 입단한 연구생출신 프로기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약간의 낯가림이 있으며, 바둑이외의 질문에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생활을 해왔기에 '단답형의 대답'과 처음들어보는 질문에 대한 생각과 침묵, '씨익웃는 웃음'의 세가지 형태로 대답에 응했다. 중간중간 옥득진 6단이 '단답형 답변'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해줘 그 의미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기풍은 어떤편인가?
한 : "두터운 걸 좋아한다. 실리도 좋아하고"
옥 : 한초단은 두터운 실리형으로 균형잡힌 편이다. 수읽기가 강하기 때문에 후반 노림수도 아주 강렬하다.
- 입단하고 1년정도는 잠잠하다가, 최근들어 비씨카드배에서 꽉 눌려있던 스프링이 탁 튀듯이 폭발했다. 어떤 계기라도 있었던 건가? 아니면 프로들 개인마다 특정대회랑 뭔가 궁합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대국에 임하면서 좋은 성적을 좀 기대했나?
한 : "(공식 시합이 그동안 많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처음 대회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해봐야겠다. 노력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옥 : 시합자체가 그다지 없기 때문에 튈 기회도 많지 않았다. 연구생들은 제한시간 한시간에 30초 초읽기 바둑을 많이 두는데, 이번 비씨카드배의 속기전과 초읽기가 한초단에게는 매우 익숙한 방식이다.
- 프로들 가운데는 초단돌풍 혹은 저단진 돌풍을 일으키며 반짝했다가, 1~2년 뒤면 사그러드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이창호,이세돌 같은 일류기사들처럼 한결같이 쭈욱 치고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실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도 아닐텐데 반짝했다가 사그러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초단도 지금 한창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런점에 대한 생각은..
한 : (의외의 질문,,글쎄..하며 생각하는 표정)
옥 : (한초단의 생각이 길어지자) 입단 직후는 대체로 좋은 자세를 유지한다. 또 공식대국이 많지 않기때문에 조금 성적을 내도 폭발하거나 반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적을 내다 사그러드는 것은 연구부족이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쟁쟁한 선배기사들의 위용은 그대로이고, 좋은 자세로 한눈팔지않고 연구를 하고 있는 신진 천재형 기사들도 항상 있게 마련이라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성적이 나빠지게 된다. 외부에서는 말그대로 '반짝'기사처럼 보일것 같다.
- 하루에 공부하는 량은?
한 : 매일 학원에 나온다.
옥 : 한초단은 오전9시에 나와서 밤9시가 되면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연구생시절 5년내내 그러했고, 입단하고 1년이 지난 뒤인 지금도 그렇다. 하루 12시간 바둑에 매진하는 셈이다. 물론 밥도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있고, 그냥쉬는 때도 있고 그렇겠지만,
- 가장 이기기 어렵다거나 껄끄러운 기사는?
한 : '강유택'!
옥 : 아직 한초단이 많은 강자들을 공식대국에서 만나보지는 못해 전체 경험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강유택은 학원내 같은 동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상대며, 앞으로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 아직 라이벌을 꼽기는 힘들것 같다, 그러나 공식대국에서 만나, 꼭 이겨봤으면 하는 상대나 그런 기사를 한명 꼽자면
한 : 이세돌 9단
- 바둑은 언제 어떻게 접했는지?
한 : 다섯살때 처음으로 바둑교실에서
김희용 원장 : 시기도 정확히 기억한다. 99년 9월 1일, 신림동 바둑교실에서 처음 다섯살의 웅규를 봤는데. 이후 13년 5개월간 같이 하게 됐다. 아버지가 바둑두는 것을 보고, 아들이 재미있게 생각해 가르쳐달라 하니, 일이 바쁘셨던 아버지가 아들을 바둑교실에 데려다 준 것이다.
-왜 배우고 싶었나?
한 : (웃음)두는게 재미있었다.
김 : 대부분 천재들이 그렇듯, 한초단도 실력 향상이 대단히 빨랐다. 어린시절 상금이 걸린 제법 큰 대회도 우승하곤 했는데, 정작 한초단 부모님은 '어린이 예능 대회에서 전체에게 다주는 상'을 받아온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상금을 보고 한초단이 그냥 받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거다.
- 비씨카드배 8강전의 상대인 조훈현 9단에 대해선
한 : 옛날부터 좋아하고 존경해온 분이다.
옥 : 기보를 놓아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 입단이 빠르편이 아니라, 고생도 좀 한것으로 들었다.
한 : 웃음
옥,김 :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나 긴장을 받을 일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연구생 1조에서 입단까지 2년이 걸렸다.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고 무던하다. 입단하기까지는 겉으로 보기에 자극을 덜 받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무던한 성격이 문제 아닐까도 했는데, 입단하고 나니 한눈팔지 않고 승부에 집중하는데 낙천성과 무던함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웅규초단은 90년 5월생이며, 4월 9일 현재 12전 11승 1패로 승률92%(1위), 다승부문 8위에 랭크되어 있다.
더 자세한 한웅규 초단의 이야기는 월간바둑 5월호에 자전해설과 박영규 씨의 관전기로 만나볼 수 있다. 한웅규 초단은 4월 24일, 조훈현 9단과 세계 4강의 자리를 다툰다. 오후 7시부터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두어지는 이 대국은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 대국서버(오로,야후,파란)에서도 관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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