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고 행복한 거미가 어느 조용한 방에서 자신의 첫 번째 집을 짓기에
가장 알맞은 구석 모퉁이를 발견했다.
거미는 기쁜 마음으로 실을 뽑아서 [거미 세계의 집과 정원]이라는
잡지에 실리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거미집을 만들었다.
젊은 거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집의 한가운데에 앉아
점심식사 거리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아주머니가 방에 들어오더니 거미를 보고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 거미의 첫 번째 집을 한꺼번에 치워버렸다.
그 거미는 운 좋게 도망쳐 살아남았다.
거미는 기죽지 않고 다른 곳으로 기어가서 두 번째 집을 지었다.
이번에는 첫 번째 집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꽤 곱게 지어졌다.
그런데 거미의 첫 번째 먹잇감이 공중에 걸리기도 전에 하녀가 나타나 거미집을 빗자루로 한 방에 걷어버렷다.
그 불쌍한 거미는 이번에도 달아나 살아남았다.
똑같은 일이 다음 집에서 또 일어났다. 그다음 집에서도, 또 그다음다음 집에서도 일어났다.
여섯 번째 집이 무참히 짓밟히고 나자 거미는 꼼짝없이 공황장애 증세로 고통 받기 시작했다.
거미는 집안 모서리에 대한 피해망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너무 무서워 더 이상 거미집을 지을 수가 없었다.
거미는 지치고 굶주린 채 길을 따라 기어가다가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고작 어딘가에 붙어 있는 조용한 집 한 채뿐이었다고.
나는 아무도 해칠 생각이 없었어. 그저 사람들을 위해서 파리하고 벌레들을 모두 잡을 생각이었어.
사람들은 어쨌든 원치 않는 것들이잖아. 거미의 삶은 너무 불공평해.
너무 배고프고 피곤하고 또 나 혼자뿐이야.'
거미는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미의 우울한 마음은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결국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더 살 이유가 뭐야?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집도 음식도 가질 수 없잖아.
차라리 바로 여기서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
자살을 결심한 거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밑으로 기어갔다.
그러다 구두 굽이나 발바닥에 밟히지 ㅇ못하고 그 사이의 안전한 공간에만 끼일 뿐이었다.
그래서 거미는 분주한 차도를 가로질러 갔다.
하지만 차바퀴 사이만 지나갔을 뿐 바퀴에 깔리지도 못했다.
사람도 우울하게 되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자살마저도 그렇다.
거미는 자살하는 것마저 포기했다.
거미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술 취한 사람처럼 훌쩍거리면서 비틀비틀 길을 따라 기어갔다.
그런데 거미는 곧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거미가 얼른 돌아보니 덩치가 크고 살이 찐 거미가 자신을 바라보며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살찐 거미가 물었다.
"왜 울고 있니?"
거미는 수건으로 코를 훔치면서 자신의 짧지만 슬픈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거미는 자신의 슬픈 얘기를 마치고 나자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거미가 다 야위고 우울하지는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미는 살찌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가. 슬픈 거미가 물었다.
"애! 넌 어쩌면 그렇게 통통하고 행복해 보이니?
너는 거미집을 지으면 사람들이 네 집을 없애버리지 않니?"
"아니"
살찐 거미가 대답했다.
"난 여태까지 살면서 거미집을 딱 한 개만 지었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그대로 있어.
그리고 난 매일 많은 먹이를 잡아."
살찌고 행복한 거미는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계속 이었다.
"먹이가 얼마나 많은가 하면 우리 둘 다 먹고도 남을 만큼 있어. 나와 함께 사는 건 어때?"
"잠깐만. 나는 이해가 안 돼. 도대체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집을 어떻게 지을 수 있었던 거야?"
살찐 거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거? 나는 집을 아잔 브라흐마 사원의 불전함 안에다 지었어. 거기선 아무도 날 방해한 적이 없어."
추신. 두 마리의 거미는 지금 건강하게 살도 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거미들은 나에게 불전함 속에는 당신들이 불전을 넣을 공간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곤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