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직격탄 강북 재개발 분양가 현실화해야 답 나온다.
뉴스1, 김성식 기자 금준혁 기자, 2022. 10. 23.
(서울=뉴스1) 김성식 금준혁 기자 = 원자잿값 급등에 부동산 경기마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강북 재개발 단지의 분양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분양가상한제가 시장 상황에 맞지 않아 추가 개편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 분양 미루며 '제값받기' 안간힘, 유연탄은 2년새 '5배' 폭등한다.
10월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예정된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과 은평구 역촌 뉴타운의 주요 분양 일정이 내년 상반기 전후로 연기됐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과 이문3구역(4321가구)은 각각 올해 4월과 5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내년 상반기로 늦춰졌다. 동대문구 휘경3구역(1806가구)과 은평구 역촌1구역(752가구)도 다음 달로 분양 일정을 늦췄지만 모집공고 전까지는 분양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재개발 단지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대상이다. 정부는 택지비와 표준형건축비를 기초로 가산비를 합산해 적정 분양가를 책정한다. 일반적으로 분양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형성한다. 공사 기간 비용이 급등해도 이를 바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건설사와 조합이 제값을 받고자 분양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잿값 폭등으로 건설 비용이 증가한 만큼 이를 분양가에 반영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동대문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공사 기간·비용이 많이 늘어났는데 제도는 그대로"라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분양 시기가 계속 꼬이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집값을 잡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출혈을 요구하는 구조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는 억제될 수 있지만 그 기간 늘어난 공사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주택건설에 필요한 필수 자재비는 급등하고 있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철근 가격은 1톤당 평균 1135달러에 거래돼 2020년 동기(541달러) 대비 109% 증가했다.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유연탄의 경우 2022년 상반기 303달러로 2020년 동기(61달러) 대비 396% 폭증한 것으로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조사했다.
2. 정부, 재개발로 도심공급 촉진, 규제완화 없인 '동상이몽' 지적한다.
정부가 도심 지역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정비사업 확대'다. 경직적인 분양가상한제를 개선한 것 역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를 두고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고 공급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6월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에서 자재비 기본형 건축비를 탄력 조정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시 자재비 급등요인을 반영하도록 했다. 기본형건축비가 7월과 9월 각각 1.53%와 2.53% 올랐으며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됐다. 반면 재개발 단지에서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 탓에 조합원들이 대출을 망설일 뿐만 아니라 일반 분양 역시 아직 표준형건축비에 공사비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재개발 단지에서는 원자잿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 향후 변경될 고시를 통해 분양가를 추가 조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완화조치를) 실질적으로 체감을 못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조합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 거란 기대감에 대체로 눈치만 보며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경우에는 반대로 청약 흥행에 실패할 수 있어 분양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할 경우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동대문구 재개발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에는 10억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재개발 단지 청약 열기가 뜨거웠지만 올해는 심리가 급변했다"며 "무조건 분양가를 높게 달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최근 강북지역 재개발 예정지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회의론도 등장했다. 재개발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A씨는 "아파트 한 채 받으려고 수억을 부담하고 몇 년씩 재산이 묶인다면 누가 그런 개발을 찬성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는 정해져 있는데 건설비용이 뛰고 있어 조합원 분담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른다"며 "무작정 재개발을 추진하면 자칫 현금청산 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려면 정비사업 사업성을 염두에 두고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잿값 폭등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조합들의 추가 분담금은 예상액을 훌쩍 뛰어넘는 실정"이라며 "사업성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비사업이 표류해 '지역별 양극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주택공급 확대란 정책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해 각 조합이 정비사업을 진행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시공사·조합은 적정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 없이 도심 공급량을 확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공사·조합이 미분양을 우려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무작정 높일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eongskim@news1.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