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사찰의 전각 중에는 산신각이 있다.
본래는 산신과 부처님은 별 관계가 없는 것이나,
불교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자연을 존중하던
우리 조상님들이 모시던 토착신앙인 산신신앙도 포용하여
산신을 모신 집인 산신각도 불교의 전각 중에 하나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이나 신(神)만이 구원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바른 도를 닦는다면 성불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부처님을 전혀 모르고도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혼자 도를 닦아서 성인이 되었다고 하여 '독성'이라 부르며,
이런 분도 독성각에 모신다.
또 하늘에 수많은 별들 중에는 북두칠성이 있고,
그 북두칠성과 모든 별이
어떤 별 하나를 가운데 두고서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 별을 북극성이라 부른다.
그 북극성이 하늘의 중심이라고 보고 이를 '치성광여래'라 부르고,
북두칠성은 치성광여래의 제자로 본다.
또 한편 절이 있는 곳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있는데,
그 산에는 어디건 산의 주인인 산신이 있다고 본다.
절이 의지하고 있는 산의 산신은 어디를 막론하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인자하게 생긴 도사같은 노인이
구부러지고 멋진 나무로 된 지팡이를 집고
옆에는 호랑이와 동자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많다.
때로는 산신 자체를 호랑이로 보기도 하는데,
절이 기대고 있는 곳이 대부분 산이기에,
그 산의 본래 주인을 존중하고 모신다는 뜻하기도 한다.
그런 산신각은 대부분 1칸짜리 작은 전각으로 지어지나,
더러는 3칸짜리 집에 산신 독성 칠성과 함께 모셔져 삼성각이라 하기도 한다.
오늘 올리는 산신각은 충청도 아산에 있는 작은 절 세심사의 산신각인데,
산신각 안에 모셔진 산신 보다도 전각 뒷편에 그려진 벽화가
너무도 해학이 넘치고 재치있고 재미가 있어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다.
세심사의 산신각 뒤편 벽에는 산신인 호랑이가
길고 긴 담뱃대는 혼자서 불도 붙일 수 없을 만큼 길어,
산에 사는 토끼가 내려와
산의 주인인 호랑이에게 담배불을 붙여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호랑이가 언제 잡아먹을 지도 알 수없는 일인데,
세심사 뒷벽에 그려진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무섭기 보다는 인자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정말 재미있고 웃음이 절로나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