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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종격투기 원문보기 글쓴이: 임시니네임
한글날만 되면 TV건 신문이건 ‘우리말’ 사랑을 외친다. 희한하다. ‘한글’인데 왜 ‘한국어’를 아끼자는 말이 나올까? 문자와 언어는 분명히 다르다. 만약 한글이 있어서 비로소 우리말이 있다면, 세종 대왕 이전에는 우리 민족이 중국어를 썼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언어 체계와 문자 체계를 헷갈리는 사람들도 없을 텐데, 아마도 우리 나라를 비롯해 이웃인 중국과 일본마다 다 지들 문자가 있어서인 듯하다.
“내가 만든 건 한글이라고...”
그래서 한글 탓에 비롯한 오해와, 한글 말고 우리말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한번 톺아볼까 해서 키보드를 잡게 됐다.
1. 우리말은 배우기 쉽다? 배우기 어렵다?
“여기 내가 한글이라고 뚝딱 맹금. 똑똑이는 한나절, 둔탱이는 열흘 준다. 못 배우면 사람 아님.”
“OK. I'll learn it.(오키 배워 보겠음)”
기본형 |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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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격식 아주 낮춤, 평서형, 서술형, 현재형 |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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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비격식 두루 낮춤, 평서형, 서술형, 현재형 | 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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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격식 아주 낮춤, 주체 높임, 평서형, 서술형, 과거형 | 물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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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비격식 두루 낮춤, 주체 높임, 평서형, 서술형, 과거형 | 물으셨어 |
상대 격식 아주 높임, 객체 높임, 평서형, 서술형,현재형 | 묻잡습니다 |
상대 격식 아주 낮춤, 객체 높임, 평서형, 서술형, 현재형 | 묻잡는다 |
... | ... |
상대 격식 아주 높임, 주체 높임, 객체 높임, 의문문, 서술형, 과거형 | 묻잡으셨습니까 |
... | ... |
관형형, 현재형 | 묻는 |
관형형, 과거형 | 물은 |
관형형, 미래형 | 물을 |
주체 높임, 관형형, 현재형 | 물으시는 |
... | ... |
명사형 | 물음 |
“What the F**k!?(시방 뭐시여 이게?)”
“ㅎㅎ... 미안!”
“한글이 쉽다고. 한국어 말고.”
그렇다.
어릴 적부터 한글와 한국어를 함께 깨친 우리에게는 한글이나 한국어나 그게 그거지만,
외국인에게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려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말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말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이는 영어 사용자가 기준으로, 무엇보다 한국어의 문법 구조가 교착어라는 점이 한몫하는데,
유럽인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방식이기 때문이다.
교착어란 무엇인고 하니, 앞서 본 ‘묻다’처럼 어간 ‘묻‐’에 따로 구실을 가진 어미 ‘‐습니다’, ‘‐습니까’, ‘‐았/었-’, ‘‐시‐’ 따위를 붙인다든지, ‘나무’라는 명사에 화제 삼을 때는 조사 ‘는’을, 주어로 삼을 때는 ‘가’를, 목적어로 삼을 때는 ‘를’을 붙이는 식으로 문장 안에서 구실을 잡는 언어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말과 일본어가 교착어에 딸린 말이다.
그럼 다른 나라 말은 어떠냐고?
“Es ist sehr leicht.(독일어가 겁나 쉽제!)”
“그냥 격변화 다 외우면 됨!!”
우리말과 다르게 어미나 조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다 변한다. 우리가 영어 수업 시간에 I, MY, ME, MINE ~ ♬ YOU, YOUR, YOU, YOURS ~ ♬ 하며 외웠던 것을 떠올리면 받아들이기 쉽다.
처음 배울 때 규칙이랍시고 배우는 기본 꼴이 있긴 한데, 조금만 더 배우면 규칙대로 돌아가는 꼴을 보기가 힘들다.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같이 라틴어에서 가지 친 말들이 이런 문법 구조를 갖고, 이를 일컬어 굴절어라고 한다.
교착어 사용자인 한국인으로서 굴절어를 배워 보면 환장한다.
그리고,
“그냥 영어 배우소. 영어. 영어가 제일 쉽소.”
영어를 배우는 데 학창시절을 다 보내고도 말 한마디 똑바로 못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와닿지 않겠지만,
문법 구조로만 보면 영어가 제일 쉽다.
영어는 고립어에 딸린 말로, 성(性)이나 격(格)에 따라 조사/어미 따위가 붙지도 않고 형태가 바뀌지도 않는다.
예컨대, “Tom will go to school”을 보면 어떤 낱말도 그 꼴을 바꾸지 않은 채 문장을 맺는다. 따라서 영어 같은 고립어는 어순이 무척 중요하다.
영어도 독일어에서 가지 친 말인 만큼 한때는 굴절어였으나, 지금은 고립어로 분류된다. I–my–me–mine이나 go–went–gone 같은 변화는 영어가 굴절어였던 흔적이다. 대표적인 고립어로는 영어와 중국어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샛길로 새자면, 한국어의 띄어쓰기가 어려운 까닭은 우리말이 교착어이기 때문이지, 한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 굴절어와 고립어는 한 뭉텅이로 인식되는 단위가 분명한데, 우리말은 나열된 말이 있으면 그것을 접사, 조사, 어미로 다룰지 의존 명사로 구분할지 아니면 한 뭉텅이로 다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아무튼 함부로 한국어를 쉽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한글이 쉬운 거다.
“내가 잘한 거에 묻어가지 마.”
2. 우리말은 음절 단위 언어이다?
“짐이 소리 글자를 만들어 볼까 하는데, 살펴볼 만한 게 있을꼬?”
“여기 만주 문자라고 있사온데...”
“어후 어지러워. 한자처럼 좀 음절 단위로 모아쓰면 안될까?”
그래서 한글은 음절 단위로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를 한데 묶어 한 글자를 이룬다.
이는 소리 글자들 가운데서도 한글만이 갖는 특징인데, 이로써 어근과 어간을 또렷이 드러내어 가독성을 높인다.
“한글이 음절 단위라고? 그럼 한국어도 중국어 사투리네.”
“한글이라고 한글. 한국어 말고!”
하나, 이는 한글의 특징이다. 간혹 이를 한국어의 특징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는 한글의 특징이다. 한국어에서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소는 낱소리부터 여러 마디까지 다양하다.
낱소리를 예컨대, ‘가다’ 같은 동사를 명사 ‘감’으로 만드는 접미사는 ‘‐(으)ㅁ’으로 달랑 닿소리 하나이고, 과거형 관형어 ‘간’으로 만드는 어미는 ‘‐ㄴ’, 미래형 관형어 ‘갈’으로 만드는 어미는 ‘‐ㄹ’일 따름이다. 형용사를 부사로 만드는 접미사 ‘-이’도 마찬가지로 홀소리 하나로 ‘자유롭다’를 ‘자유로이’로 바꾸고 ‘자연스럽다’를 ‘자연스레’로 바꾼다.
그리고 여러 마디인 형태소를 예컨대, ‘나무’, ‘이야기’, ‘어머니’, ‘나무라‐’, ‘가지‐’ 따위가 있다.
한편, 음절 단위로 말을 이루는 언어로는 중국어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중국어는 형태소가 거의 홑마디로 이뤄져 있다.
“马吃麻,妈妈骂马 마치마, 마마마마”
(대충 말이 마를 먹어서 어머니가 말을 나무란다는 뜻)
이를테면, 어머니도 마(妈), 먹는 마도 마(麻), 뛰어다니는 말도 마(马), 나무란다고 하는 말도 마(骂)로 한 음절짜리가 다 제가끔 뜻을 가진 형태소이다.
이러다 보니 건방지게도 말이 무척 짧은데, 이렇게 다 같은 소리값을 내도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중국어에 성조가 있기 때문이다.
1성 | 2성 | 3성 | 4성 |
妈 | 麻 | 马 | 骂 |
mā | má | mǎ | mà |
바꿔 말하면, 말의 높낮이에 정보를 담을 수 있으니, 굳이 음절을 길게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어를 비롯한 성조 언어는 대체로 단음절 형태소를 가지며, 그 문자인 한자도 글자마다 뜻을 담는다.
잘 생각해 보면 성조 언어처럼은 아니지만, 우리말도 억양으로 뜻을 구분하는 경우가 꽤 있다.
요컨대, 우리 한글은 음절 단위로 쓰지만 우리말 형태소는 음절 단위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중국어 같은 성조 언어는 대체로 단음절 형태소를 갖는데,
한자에는 그러한 중국어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는 것.
3. 한글은 의미를 뚜렷이 드러내지 못한다?
“저~은~하~ 하오나 한자에는 풍부한 뜻이 담겨 있사옵니다.”
“한글로 써서 그런 뜻을 드러낼 수 있사옵니까?”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敗血症을 보십시오. 한자로 쓰지 않고 패혈증이라고 쓰면 누가 그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영어 sepsis만 하더라도 라틴어에서 썩는다는 말로 sep‐에, 진행의 뜻이 있는 명사 파생 접미사 ‐sis를 붙이고 있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놈의 패혈증. 왜 안 나오나 싶었다.”
“근데 그게 한글 때문에 모르는 거요? 아니면 그게 외래어라서 모르는 거요? 외래언데 다른 나라 사람이 어떻게 그 뜻을 하나하나 따져서 알아?”
“중국에 가서 고인돌이 무슨 뜻인지 알겠냐고 한번 물어보고 와 봐.”
“패혈증이 정 못마땅하거든 피앓이라고 하든지.”
정말 꾸준히 들려오는 말인데, 한자는 표의 문자라서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고 한글은 그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한글의 문제일까? 아니면 한자어가 외래어인 게 문제일까?
예컨대 영어 포크(fork)와 포크(pork)를 보자. 앞엣것은 갈퀴를 뜻하고 뒤엣것은 돼지고기를 뜻하지만, 한글로는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또 외래어인 ‘인터넷(internet)’을 보자. 한글로 쓰면 사이를 뜻하는 ‘inter‐’와 그물을 뜻하는 ‘net’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앞으로는 포크와 인터넷을 쓸 때에는 알파벳을 써야 할까?
마찬가지로, 앞서 설명했듯 중국어는 한 음절에 뜻을 다 때려 박는데, 성조가 없는 우리말에서는 당연히 동음이의어가 될 수밖에 없고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라고 이런 문제가 없을까?
로마자로 ‘颱風(태풍)’을 ‘typhoon’이라고 쓴다거나 ‘앓이’를 ‘ari’로 쓰면 그 뜻을 가늠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똑같다.
더욱이 미국인들도 라틴어에 뿌리를 둔 dihydrohen monoxide를 곧바로 못 알아 듣고,
우리가 한자를 따져 보듯 라틴어를 따져 봐야 안다.
왜? 외래어니까.
같은 문자를 써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고로, 외래어도 우리말이고 외래어로 한자어가 수두룩한 마당에 한자를 배우면 어휘력이 좋아진다는 말은 옳아도,
그래서 한글은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말은 틀렸다. 이런 식이면 어떤 들여 온 말이든 그 들여 온 곳의 글로 적어야 하고, 외국도 똑같이 ‘앓이’나 ‘먹방’같은 단어를 한글로 적으라고 떠들어야 한다.
이 역시 글자의 문제라기보다 말의 문제인 것이다.
“아예 성조를 쓰자고 하지 그러냐?”
4. 우리말은 조어력이 떨어진다?
“저~은~하. 하지만 이건 어떻사옵니까.”
“한자는 단음절인 만큼 축약성이 좋아 단어를 새로 만들기 좋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끝 없이 단어가 길어져서 조어력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일단, 할아버지가 한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앞서 중국어는 단음절을 형태소로 갖고, 그 특성이 한자에 반영된 만큼 말이 짧아서,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부담이 적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말의 조어력이 떨어진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어도 한때는 훌륭한 조어력을 가졌었다.
동사로 말하자면, 가로막다, 가로맡다, 가로젓다, 가로채다, 꿰뚫다, 꿰매다, 꿰차다, 들어가다, 들어오다, 돌아가다, 돌아오다, 올라가다, 내려가다, 들어눕다, 돌아눕다 등 합성 동사가 차 넘쳐, 굳이 ‘生捕(생포)’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사로잡다’로 쓸 수 있었고, 굳이 ‘橫斷(횡단)’을 쓰지 않아도 ‘가로지르다’로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형용사로 말하자면, 붉다, 벌겋다, 시뻘겋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스레하다, 불긋불긋하다, 희붉다, 검붉다, 엷붉다, 짙붉다 들처럼 접사로써 자잘한 느낌 하나 놓치지 않고 살려 냈다.
문제는 조선 중기를 지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마음에 자라난 우리말을 얕잡아 보는 마음이다.
‘싸다’를 깔보고 ‘저렴(低廉)하다’를 높게 쳐주면서,
또 ‘사나이’보다는 ‘남자(男子)’를, ‘계집’보다는 ‘여자(女子)’를,
‘어버이’보다는 ‘부모(父母)’를, ‘나이’보다는 ‘연세(年歲)’를 높게 쳐 주면서,
우리말은 조어력이 떨어졌다.
“Rindfleischetikettierungsüberwachungsaufgabenübertragungsgesetz!”
(대충 「소고기 상표부착 감시평가 업무에 관한 법률」이란 뜻)
“Unabhaengigkeitserklaerungen!!”
(대충 독립선언이란 뜻)
“Geschwindigkeitsbegrenzung!!”
(대충 속도 제한이란 뜻)
“......???”
그러나 독일어로 보건대, 우리말로 낱말을 만들면 길어지므로 조어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아주 틀린 말이다.
독일어는 어느 나라 말보다 긴 단어가 많기로 유명한데, 대학 강의를 들으면 낱말만 줄줄 이야기하다가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독일어에는 긴 단어들이 많은고 하니,
수 세기 동안 독일어를 가꾸고 다듬어 웬만한 말은 죄 고유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어도 외래어로 넘쳐 대고 말이 길어짐은 우리와 같지만 제 말로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데 주저함은 없다.
‘unidentified flying object’, ‘mixed martial arts’, ‘working from home’처럼 말이 길어지거든 머리글자만 따서 UFO, MMA, WFH로 줄일 뿐이다.
“하오나, 저 오랑캐의 말을 듣지 마시옵소서. 영어를 비롯한 라틴어 계통 언어들은 pre‐, sub‐, un‐, re‐ 이나, ‐ish, ‐ful, ‐ness, ‐ize에 mono‐, di‐, tri‐ 처럼 접사가 잘 발달해 조어력이 좋은 것입니다. 우리말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대는 대체 앞에서 뭘 들었단 말이오. 우리말은 교착어, 교착어, 교착어요!”
“접사로 치면 굴절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소.”
“앞, 윗/웃, 아래, 아니/안, 못, 되, ‐스럽다, ‐롭다, ‐(으)ㅁ, ‐되다, 홑‐, 이/두‐, 사/서/석‐ 우리말에 없는 접사가 무어요?”
“있다고 한들, 학술 용어로 사용하기는 좀...”
“그대는 고인돌, 민무늬토기, 빗살무늬토기, 간석기, 뗀석기, 반달돌칼이 부끄럽소?”
요컨대, 오늘날 우리말의 조어력이 떨어지는 것은, 글자의 문제도 아니고 말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말을 깔보는 우리 마음의 문제다.
물 건너 힘들게 정착한 외래어도 이제 한 식구인데 그들을 억지로 몰아내자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말을 깔보는 사대주의는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덧붙여 요새는 우리말에서 한자의 조어력도 부쩍 떨어졌는데,
이 또한 이제는 우리의 과거와 중국을 모두 깔보는 마음이 싹을 틔운 탓일 테다.
아울러 한자말을 덕지덕지 쓰면 꼰대로 몰더니 정작 자기들은 영어를 덕지덕지 덧대는 이중 잣대도,
정치, 경제, 문화를 주름잡는 미국의 말을 높이 쳐 주기 때문이리라.
알고 보면 어린이, 새내기, 뒤풀이, 갓길 같은 낱말들도 새말인데,
조금만 우리 스스로를 아껴 주면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쉬운 말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이제 한글날에 한국어 타령 좀 그만해. 평소에 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