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수 만개의 은하계 중에 하나가 big bang을 하여 태양계가 탄생하여, 태양의 작은 폭발로 다시 행성들이 생겨 났다.
그 중 하나가 지구가 되었다.
2 어느 날, 지구의 원소들이 離合集散을 하다가 우연히 콜로이드 상태의 단백질 하나가 탄생하였다.
그것이 지구 최초 생명체가 되었다.
3 어느 날, 아버지 고환에서 사정된 정자 한 마리가 어머니의 질을 통과하여 드디어 난자를 만났다.
그 정자는 가장 빠르고 힘이 센 놈이었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과 세포 분열을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정자와 난자의 융합은 첨체라는 정자의 끝부분이 돌출함으로써 시작된다. 난자와 닿아 있는 정자의 끝부분에 구멍이 하나 생기면서 첨체 과립들이 터져 ‘리신’을 분비함으로써 난자의 외피를 녹여 정자가 난자의 세포막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정자의 첨체막은 관으로 신장되어 난자의 표면에 이르게 되면 난자의 원형질막과 융합된다. 이러한 막의 융합이 일어나면 난자의 표면에 정자가 더이상 들어와서 수정되는 것을 막아 주는 막이 형성된다. 정자의 핵, 즉 웅성 전핵이 난자에 흡수되면 염색체가 분산된다.
그렇게 해서 ‘나’라는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4 어느 날,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왕따를 당한 유인원의 한 무리가 초원에 떨어져, 살아 남기 위해 온갖 苦楚를 겪는다.
그렇게 최초의 사피엔스가 탄생하였다.
5 어느 날,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에서 형제들 간의 권력투쟁에 厭症을 느낀 싯타르타 왕자는 가출을 한다.
우연히 보리수 나무 밑에서 농부가 밭을 갈면서 땅 속의 벌레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그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부처가 되었다. 그리고 진정한 사피엔스가 되었다.
‘나’라는 존재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은하계의 대폭발에서, 지구의 단백질에서, 아프리카의 유인원에서, 싯타르타의 깨달음에서, 내가 되었을 뿐이다.
갈렐레이와 코페르니쿠스와 뉴턴과 다윈과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내가 아니다.
내가 내가 아님을 아는 것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